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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57983683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백일마다 서는 장
슈퍼맘 능력고사
호박은 맛있다
한 사람을 위한 방게 탕수육 그리고 딤섬
앙드레 박의 지도
작품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할매는 와 글도 몬 읽노? 아라 할머니도, 용태 할머니도 다 신청했는데.”
“뭘 신청했다 카노? 영농자금 신청한 거 말이가? 그거 내도 했다. 그런 걸 니가 와 걱정하노? 니는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하믄 된다. 글 몬 읽어도 직원들이 알아서 다 해 준다. 걱정 붙들어 매라, 고마.”
“그게 아니고 백일장 말이야.”
“뭐라꼬? 백일장? 백일마다 서는 장도 있나? 그기 어데고?”
“으이씨, 그게 아니고 글 쓰는 대회란 말여.”
“뭐, 글 쓰는 대회? 거기를 용태 할매가 신청했다꼬? 강수선이도?”
“그래! 아라 할머니, 용태 할머니, 동주 할머니. 다 신청했다고!”
미현이 할머니는 신청하지 않았다는 말은 쏙 뺐다.
“아라 할머니 글씨는 또 얼마나 반듯한지 아나? 아라가 가져온 신청서 보고 선생님이 할머니가 붓글씨 배우셨냐고 물었단 말이야. 할매는 아라 할머니랑 친구라믄서 와 아직 글도 몬 읽노?”
- 본문 18쪽 「백일마다 서는 장」 중에서
“상준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현수가 총알처럼 날아와 말했다. 엄마들이 시험 본다는 소문이 벌써 퍼진 듯했다.
“엄마들은 우열반 정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만 시험 본대. 5학년 올라가면 원래대로 우리가 봐야 하는데 뭐가 기회냐.”
현수는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뭔데.”
현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복수할 기회.”
복수? 엄마의 인성 시험지에 10점을 매기는 그런 복수? 나도 모르게 그 달콤한 속삭임에 빠져들었다. 현수는 반장 선거에 나간 것처럼 연설을 해 댔다.
“공부하냐, 언제 하냐, 왜 안 하냐, 생각 있냐. 지긋지긋하게 듣던 이 소리를 그대로 갚아 줄 기회가 왔다, 이거야!”
“맞아, 맞아!”
옆에서 나와 현수 얘기를 듣던 친구들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더니 너 나 할 거 없이 자기들이 겪었던 얘기를 쏟아냈다.
- 본문 34~35쪽 「슈퍼맘 능력고사」 중에서
날이 저물 때라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줌마 한 명밖에 없었다. 나는 그네에 오도카니 앉았다. 자꾸 생각난다. 꼭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던 오빠의 얼굴. 떠올릴수록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넌 우리와 달라. 넌 이상해.’
나는 그날, 사람들이 표정과 시선으로 나에게 타박하는 것처럼 나 역시 오빠를 타박했다. 나에게 사람들이 꽂은 매서운 화살을 뽑아 오빠에게 던진 거였다. 덤벼들어 싸울 수조차 없게 온 마음을 얼려 버리는 그 무심한 표정과 눈빛으로 말이다. 변해 버린 내 모습을 마음 넓게 이해해 주길 바라는 뻔뻔한 바람까지 가져 놓고서는.
- 본문 76쪽 「호박은 맛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