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TV/만화/영화 > TV 방영작
· ISBN : 9788958642756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0-02-22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죽음을 각오한 두 사람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해 보였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애정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동이…….
눈물을 흘리며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던 어린 동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그 순간, 매복해 있던 천수와 검계원들은 선수를 친 한성부 군졸들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제아무리 날렵한 솜씨를 지닌 천수라 해도 수십이 넘는 군졸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상처를 입은 와중에도 수장 최효원과 동주의 수레가 있는 곳으로 가려던 천수는 군졸이 쏜 조총을 맞고 강물 아래로 떨어졌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동이의 머리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지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검은 하늘은 차가운 가을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홍살문 앞에 모였던 구경꾼들은 옷깃을 여미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지나치는 사람들에 치이며 어린 동이는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오라버니의 마지막을 보지도 못했어…….’
그렇게 열두 살 어린 동이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쫓기는 몸이 되어 이 무서운 도성에 혼자 남겨진 것이었다.
“무엄하구나!”
임금을 수행하던 대전 내관의 엄한 목소리에 그제야 동이는 놀라 머리를 조아렸다.
“너무 놀라 그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전하!”
그런 동이를 보며 숙종은 빙그레 웃었다. 일전에 만난 적이 있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숙종은 웃음이 났던 것이다.
“죽을 죄라…… 그래,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이 야심한 시각에 궐에서 해금늘 켜는 죄를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감히 임금을 보고 좁은 소견을 가진 샌님이라 한 죄를 말하는 것이냐…….”
‘뭐…… 좁은 소견? 샌…… 님? 그 말은…….’
헉! 순간 동이는 저도 모르게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 동이를 보며 숙종은 재미있다는 듯 빙글거리고 있었다. 동이는 엄청난 충격에 그대로 넋이 나가 버렸다.
주상 전하였다! 그날, 자신이 만났던 사람…… 감히 죽을 각오를 하고 덤볐던 한성부의 종사관이 바로, 임금이었던 것이다.
“지금…… 추증이라 하셨사옵니까, 전하!”
명을 받고 대전에 든 서용기는 숙종의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다. 그날 밤, 아비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던 동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숙종은 동이의 부친을 추증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허나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 또다시 중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하여 숙종은 은밀히 이를 서용기에게 일임하고 동이한테도 함구할 것을 명했다.
자신이 알아내는 것이 어떤 파국을 가져올지 모른 채 서용기는 숙종의 명으로 죽은 동이 부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다음 순간, 서용기는 뜻밖의 사실에 당혹해했다.
분명 오래 전 동이를 통해 서용기는 그녀의 죽은 아비가 양주 관아의 오작인이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허나, 양주 관아엔 최가 성을 가진 오작인이 존재한 적조차 없었다. 서용기는 천수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그 또한 같은 대답이었다.
당혹감을 넘어 서용기는 혼란스러웠다.
‘거짓이다. 숙원 마마도…… 그 오라비인 천수도 거짓을 말하고 있다…….’
서용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가……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숙원께선 그 아비의 존재를 감추려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