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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86932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6-05-19
책 소개
목차
[Prologue] 아주 작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Part 1 개와 꽃, 사람을 위한 집을 짓다
어느 날 갑자기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곳
참 멀리 돌아온 길
어쩌면 고향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흙에 대한 꿈
새로운 삶을 담을 집
아주 작고 낮은 문
버려야 할 것들, 버릴 수 없는 것들
공간에 길들기
Part 2 식물들의 집, 텃밭
비록 지붕은 없더라도
봄이 오는 소리
정직한 땅
기다림 뒤에 오는 것
절기를 따라야
잡초가 약초
어제보다 더 감사한 오늘
텃밭에서 식탁으로
내 몸에 귀 기울이기
수확의 기쁨
Part 3 정원, 계절이 자라는 곳
정원을 가진다는 것
하얀 정원
보라색 정원
어느새 사는 곳을 닮아가고 있다
쌓인 눈 속에서도 봄은 움트고
계절을 바구니에 담아서
Part 4 모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리의 선물
백설이와 슬기 이야기
살아 숨 쉬기 위해
강둑의 바람을 견디던 윈디
가축이기 이전에 생명
[Epilogue] 내 안의 풍경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집엔 보통의 집들과는 다르게 동물들을 배려한 문이나 창들이 있다. 현관문에는 문 아래쪽으로 또 하나의 문이 달려 있는데, 이건우리 개 가족들이 다니는 소위 개구멍이다. 개들이 머리나 몸으로 밀면 앞뒤로 쉽게 열리도록 설계한, 개들의 키와 눈높이에 맞춘 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층 화장실과 계단에는 엉뚱한 위치에 낮은 창문이 있다. 이것 또한 개들의 습성과 눈높이에 맞춘 것으로 시야가 확트인 높은 곳에서 온 동네를 내려다보도록 녀석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누룽지에게는 4개월령의 아기 때 우리에게로 와서 열세 살의 할머니개가 되어 죽는 날까지, 이높은 이층 계단 창 앞에 엎드려 동네를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고 일상 중의 하나였다.
텃밭과 정원은 처음 내가 이 집을 계획할 때부터 ‘반드시 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으로서의 식물들이 살게 될 집’으로 생각했던 공간이다. 그래서 집을 짓고 남은 터에 되는 대로 농사를 짓는 여분의 땅이 아니라, 처음부터 식물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계획한 공간이었다. 내겐 그렇게 중요한 공간이었지만, 축선을 강조하는 건축가의 의견 또한 존중하면서 밭을 계획해야만 했다. (…)나는 대지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생각했고 단지 지붕이 있는 공간과 지붕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으로 나누었을 뿐이다. 넓지 않은 터였지만 내게는 이 땅 전체가 온 가족의 집이었다.
벚꽃은 피어서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꽃잎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때부터는 아침 커피 한잔을 시작으로 저녁이 될 때까지 내내 정원의 식탁에서 보낸다. 5월은 손님을 초대하거나 아이들이 찾아오는 주말로 바베큐파티의 계절이 된다. 나의 두 손녀와 손자인 여섯 살 지유와 네 살 지환이는 주말이면 할머니 농사일을 돕겠다고 텃밭에서 고추도 따고 토마토도 따온다. 작은 손이지만 일손은 언제나 환영인 내 텃밭에서 큰 일꾼이 되어준다. 이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닭장에 들어가서 알을 꺼내오는 일과 방울토마토를 따오는 일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일부러 지유와 지환이를 위한 일거리들을 남겨둔다. 이 일거리들은 저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바쁘게 씨 뿌리고 가꾸었던 시간들은 오늘의 이 식탁을 위한 준비였다. 내게는 일상인 이런 일들이 도시에 사는 가족들이나 나를 방문하는 친지들에겐 특별한 날이기에 그들의 기쁨을 보는 나의 기쁨도 그들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