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어머니

책머리에

1. 새벽 눈 뜰 때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부용꽃 같은
시집살이하시고
어머니의 꽃신
어머니 손잡고 걷던 밤길
문득 내 어머님의
스물한 살 큰 자식을
어머님 생신날에
오월 단오 창포꽃
나의 설빔
봉숭아 꽃물 들면
어머니는 유치원 선생님
대청마루 대들보에
원추리꽃 같은
어머님의 전화
어머님의 안경
오대산 단풍길에
참깨꽃 같은
어머니의 비녀
광화문 지하도에서
새벽, 눈 뜰 때마다

2. 어머니의 꿈
종로구 내수동 50번지
가을 밤 다듬이 소리
맷돌을 돌리며
어머니의 피눈물
옥양목 치마 뜯어
유기그릇 다 빼앗기고
6.25 동란 1
6.25 동란 2
딸의 혼숫감 1
딸의 혼숫감 2
어머니의 재봉틀
어머니의 화류장롱
어머니의 육순잔치
어머니의 돼지꿈
치맛주름 잡으시며
문득 생각나신 해삼탕
나는 어머니의 이발사
한 틀의 나무그릇 (바루)

3. 어머니 병상 옆에서
S병원 병실에서
물리치료실에서
앞산에 보이는 창가로
老母를 집으로 뫼셔 오며 1
老母를 집으로 뫼셔 오며 2
老母를 집으로 뫼셔 오며 3
어머니 병상 옆에서
어느덧 한 달이 지나고
단풍이 곱게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요즘 들어
어머니는 끝내 내 품 안에서 1
어머니는 끝내 내 품 안에서 2
어머니는 끝내 내 품 안에서 3
이젠 정말 아주 가신 것인가
어머니 성묘길에

해설
역사의 여울과 창포꽃.김우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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