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시인의 말

제1부 | 검지가 가리키는 곳
단풍
경복궁 버드나무(臥柳樹)
수박
넝쿨장미
연밥에 마음을 매달고
전봇대
달항아리
일몰(日沒)
돋음볕
겨레의 숨결로
잣나무 숲에 앉아
양파
고층빌딩
안양천변에는
호수
주전계곡
한계령에 가거든
안개 속에 갇히다
그녀의 공방
경포호 시비(詩碑)

제2부 | 중지로 노크하기
홍시 독백
풍선인형
번데기
콩
유모차
종이비행기
곤드레밥
물안개
유월 나들이
비가 오면
소나기
이모티콘
장마
봄에는
좁쌀만한 것이 1
좁쌀만한 것이 2
소리
흐린 날
엄지손가락
고추잠자리

제3부 | 약지에 꽃반지 끼고
머리하는 날
빨래를 하다
내 얼굴
꼬리가 있었네
306보충대
복권 열풍
내 어머니
그림자 1
그림자 2
외로움
어깃장 놓기
시인은
아버지
백일간의 사랑
공백
시와 시인
시간을 먹어 버렸다
세월이 가니
내 마음에 풍경 하나
어버이날

제4부 | 새끼손가락 걸고
소파가 길을 떠났다
가을 아침
배추
낙엽이 가는 길
비 내리는 까닭
갈대
가을에는
사람이 꽃이다
후회한다면
초파일(初八日)
마음에도
지하철 안에서
붓통 둘러메고
진실을 말합니다
개망초
정의(定義)
처음 뵙겠습니다
쇼핑하러 갑니다
지천지 향어는 그렇게 날아올랐다
커피타임

해설
의인화, 또는 소재·기법·주제의 통합

세상의 으뜸이라는 엄지는
늘 자격지심에 빠져 있다
태생부터 짧은데다
출발점마저 뒤처져 있다
다른 손가락을 따라잡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다
세상이 자기를 격려하려
애써 치켜세우는 거는 아닌지 의심도 한다
그 흔한 반지 하나 끼워 주지 않는 현실
세상 어려운 일을 도맡아
쉼 없이 움직이는 그에게
치켜세움은 고작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시나요?
높은 곳에 있는 그들도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없이 고개 숙여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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