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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63723495
· 쪽수 : 23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알로라 마을은 두 가지로 유명했다. 하나는 하늘을 나는 물고기이고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 아름다운 골목길이었다. 바다에서 날아오르는 물고기를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마을 언덕을 따라 계단처럼 층층이 솟은 알록달록한 집을 화폭에 옮겨 담으려는 화가들도 알로라를 찾았다. 하지만 알로라의 다채로움을 온전히 드러내기엔 화가들한테 없는 색깔이 많았다. 위대한 화가 주세페 베르니체가 오로지 피네스트라 자매 집 지붕을 표현하고자 세상에 없는 색을 만들어 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적어도 피네스트라 자매는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_ 알베르토의 첫 번째 관
“하지만 치수가 없으면 진행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관 짜는 과정에서 치수 재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은 제가 시신 치수를 직접 잽니다. 아직 살아 있을 때 저를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흠, 내가 보기 드문 사람이기는 하지. 아닌가? 난 시장입니다. 알로라 시장이라고요.” 시장이 보란 듯이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자 탁자 가장자리에 걸렸던 펑퍼짐한 뱃살이 탁자 위로 흘러넘치듯 쏟아졌다. “마을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제일 크고 웅장한 관을 사용하는 건 시장인 나의 권리, 아니 나의 책임이라 이겁니다.”
아무렴, 제일 큰 관을 써야 하고말고. 알베르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살았건 죽었건, 시장만큼 살찐 사람은 처음이었다.
“뭐라고요?” 시장이 쏘아붙였다.
알베르토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을 소리 내서 말로 했나?
“생각해 보니 내 배에서 난 소리인 것 같네.” 시장이 탁자에 걸쳐진 배를 아래로 내렸다.
_ 시장의 이른 주문
보니토 양이 어째서 알로라로 왔는지는 짐작조차 안 갔다. 알로라는 딱히 뭔가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끄트머리에 가까웠다. 이 너머로는 더 갈 수도 없는 최후의 장소이자 건너지 못할 거친 바다에 닿기 전 내려야 하는 기차의 종착역이었다. 보니토 양은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를 원했을까? 아니면 첫 번째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을까.
_ 보니토 양 당신은 누구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