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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4960202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1-01-17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 죄송합니다. 라면 몇 개 드릴까요?"
"한 개. 꼬마가 정신이 없구만. 고등학생 맞지?"
"네."
근데 왜 자꾸 반말이냐. 나는 억지웃음을 띠웠다.
"어느 학교 다녀?"
"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저씨는 혀를 차며 말했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이런 데서 돈 벌고 있으면 되겠어?"
"그냥 두세요."
함께 온 여자가 말했다. 나는 그 틈에 자리에서 얼른 벗어났지만 여자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요즘 애들 문제야, 문제. 어린것들이 너무 일찍 돈맛을 알아 가지고."
하,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다시 주문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좀 사교성이 없는 거 같아요."
"알아."
"왜 그럴까요?"
나는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그런 건 아닌데."
언니는 문자를 다 했는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두었다.
"그게 아니면 너 자신한테 관심이 없던가."
그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용기 낼 일이 없었겠지. 절박하지 않으니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였다.
"절박한 사람은 소리치게 돼 있어. 너는 안 절박해. 그러니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고."
정말 술 냄새에도 취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 않아요."
용기를 냈다.
"나는 그냥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것뿐이라고요."
괜히 눈물이 났다.
"같이 내기로 한 거니까 말해. 내가 반 줄게."
나는 주급 봉투를 열었다.
"됐어. 이 천박한 자본주의."
"뭐라고?"
"안 줘도 된다고. 나는 사장한테 받아 낼 거니까."
"안 줄 텐데……."
"상관없어.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정운이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자존감을 위한 일이지."
정운이는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정류장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버스 한 대가 막 들어오고 있는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