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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음악/미술/예체능
· ISBN : 9788964963036
· 쪽수 : 156쪽
책 소개
목차
담장 위에 고양이
구멍 난 벼루
스승의 문
제자의 길
눈서리에 소나무
마고할미의 손톱
세한도
산을 품은 부채
깊이 보는 역사 - 그림 이야기
작가의 말
참고한 책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벼루는 먹을 곱게 갈아 내어 먹물을 만들지만 자신은 잘 닳지 않는 돌이었다. 단단한 몸으로 먹의 살을 조금씩 발라내는 강한 돌덩어리였다. 얼마나 먹을 갈았으면 저 야문 돌에 구멍이 날까? 더군다나 단연 벼루를! 허련은 경이로운 눈으로 추사 선생을 보았다.
추사 선생이 이번에도 무심한 듯 말했다.
“한 열 개쯤 구멍을 내 봐야 겨우 보이는 게 있지.”
허련은 구멍 난 벼루를 들어 보았다.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구멍에 가장자리는 종잇장처럼 얇았다. 추사 선생이 말했다.
“그만 내려놓고 먹이나 갈게.”
허련은 벼루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치열한 연습. 이것이었나, 추사 선생의 글씨와 그림이 그토록 자자한 명성을 얻게 된 것이? 허련의 가슴이 뛰었다. 자신도 벼루에 구멍이 나도록 먹을 갈고
싶었다.
추사 선생의 독서량과 연습량은 실로 엄청났다. 부지런하고 열성적인 것으로는 누구에게 뒤져 본 적이 없던 허련이지만 잠깐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추사 선생의 근면함에는 혀를 내둘렀다. 추사 선생은 획 하나, 글자 하나를 수십 번 수백 번 연습하는 연습 벌레였다. 누구나 알아주는 대가가 되고서도 끊임없이 뭇 명필들의 서체를 감상하고 연구하며 자기만의 서체를 만들어 나갔다. 스승의 문 안에는 배울 게 많았다. 허련은 우러르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추사 선생은 무심한 듯 책이나 화첩을 허련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허련은 그것을 황송하게 받아 꼼꼼히 읽고 살폈다. 그러면 그것이 그때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뿐, 추사 선생은 손님 누구에게도 허련을 제자라고 소개하지는 않았다. 허련은 혼자 있는 시간은 한 시각도 아껴서 책을 읽고, 화첩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