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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기타지역여행 > 기타지역여행 에세이
· ISBN : 9788965290643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4-10-2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마흔이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는 착각
1부 그동안 춤춘 시간은 다 무엇이었을까?
01 무용, 이제 못해먹겠다
02 삶의 낙오자들이 춤추는 곳, 타슈켄트
03 투명한 가림막
04 타인의 무대와 나의 무대
2부 다채로운 2인무
01 나는 왜 뿌리치지 못했을까?
02 레기스탄, 눈앞에 생생하게 피어오른 신기루
03 Hello stranger, 낯선 그와 봄날의 춤
04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
3부 72%의 자유
01 봄내음을 싣고 온 사막 바람
02 숨막힐 듯 차오른 고독의 감탄
03 두려움을 뚫고 나온 작은 믿음
4부 이어진 찰나의 순간
01 두터운 그의 시간을 대면하다
02 존재의 중심을 곧추세우고
03 뒤엉킨 시공간을 흔들며
04 자유를 찾는 나와 자유로운 나
05 몸의 감각이 알려주는 대로
5부 깊은 눈매를 가진 사람
01 예외적 시간을 닫으며
02 무용은 왜 나를 선택했을까
03 내가 살 길, 내가 사랑하는 길
04 움직여야 나는 산다
나가는 글
내 몸의 진동과 울림을 따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나이 마흔 살. 눈을 떠보니 나는 무용만 하고 마흔이 되어 있었다. 무용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죽어라 배우고 춤추던 무용수 시절을 지나 무용 선생의 일을 착실하게 해왔다. 입신양명을 위해 무용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진실하게 내 길을 묵묵히 가고, 충실하게 내 길을 파면 마흔 즈음에는 어느 정도 저명한 무용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결과와 보상이란 것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줄 알았다. 이름도 생기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마흔이 되어있으리라 믿었다. 뭐라도 남을 줄 알았고, 뭐라도 이룰 줄 알았다.
흙탕물 같은 소요와 꽉 막힌 답답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내 살길, 숨구멍을 찾아 나서야 했다. 훨훨 자유롭게 나는 새처럼, 둥둥 물 위를 부유하는 잎새처럼 나는 내맡기듯 자유롭게 가볍게 표류하고 싶었다.
지하철 안에서는 프랑스 도시 툴루즈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의 기억은 순식간에 나를 자유분방함으로, 태양이 쏟아지는 무한한 세계로 소환하여 주었다. 프랑스 툴루즈에 살던 그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의 동료 무용수였다. 우리는 작업을 함께 하며 꽤 많이 친해졌는데, 그의 방안에서 늘 흘러나오던 음악은 움켜쥘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그의 본연처럼, 그만의 다채롭고도 고유한 감성과 예술적 영감을 드러내주는 어떤 손짓이었다, 갓 구운 신선한 빵오쇼콜라를 팔던 그의 집 앞 빵집,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삶을 이야기했던 그 친구와의 시간들… 그의 정련되지 않은 자유로움, 거칠고 야성적인 춤 스타일. 은둔자 혹은 반항아같이 자유분방하고 신비스러운 그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가 졌다. 현재로 다시 돌아온 내 눈앞에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거나 무심히 바깥을 바라보는 이곳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