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미치게 하는 여자

01. 202호 남자의 결함
02. 궁금하면 해 봐!
03. 가짜 날개
04. 엠티에서 생긴 일
05. 좋은 척? 모른 척?
06. 맛 좋은 커피
07. 말할 수 없는 이야기
08. 휘핑크림 프러포즈
09. 좋아해
10. 가끔 별빛이 두려울 땐
11. 꿈이 걸어오다
12. 비가 따갑게 내린다
13. 아름다운 스틸(still)

그가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대체 왜.”
“…….”
“대체 왜 너만 안 되는데. 왜? 뭐가 문젠데. 뭐 때문에 안 되는 건데?”
수혁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어 갔다. 수인은 양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네가 그 이유를 모른다는 거야.”
“그게 뭔데.”
“…….”
“내가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아까 먹었던 물이 목구멍에 남아 있던 수분까지 모조리 빼앗아 증발해 버린 것처럼 갈증이 심해졌다. 수혁은 간신히 초점을 되찾고 수인의 눈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어린 날의 그가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거절에 놀라 멍하니 서 있기만 하던 바보 같던 그의 모습이. 그 모습이 벌써 세 번째나 반복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눈앞이 번뜩하며 뒤통수에서 둔탁한 충격을 느꼈을 즈음,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가슴에서 10톤짜리의 돌덩이가 퉁, 떨어져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널 안 좋아하니까.”
“…….”
“그게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