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5746300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7-08-0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_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
제1부 철조망 또는 성벽
그녀가 가는 곳 어디라도|부도덕한 사랑|작은 촛불을 켜놓고|비극적 사랑의 고통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내 존재는 결핍으로 이루어진 것|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다시 볼 수 없는 리노
제3부 새끼손가락의 약속
내게 남은 사랑이 없다|아름답고 소중한 비밀|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청명하기를
제4부 깊은 용서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벼랑을 향해 힘껏 페달을 밟다|그 사랑은 지금도 소중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분명한 것은 그녀가 본디 내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서 그녀는 내 손을 힘주어 잡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죄를 고백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 시집가게 됐단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소식을 전하듯이 말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말없이 서있는 나를 끌어안고 잠시 내 이마에 입술을 댄 그녀는 울음을 참는 듯했다. 내 등을 몇 차례인가 토닥거리고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었다.
그 순간 난 지구가 폭발하여 모든 게 사라졌으면 싶었다. 때론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 둘로 나누어진 나 자신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제1부 철조망 또는 성벽> 중에서
우리 목장에서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우리는 도란도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나를 목장까지 데려와서 가뒀으니까 뭔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
그 순간 나는 얼른 대답할 수가 없었다. 리노의 목소리로 미루어 장난이 아니라 사뭇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는 의대만 가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준다고, 뭐든 말하라고 했잖아.”
리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약속을 장난처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뭘 원하는지 말해 봐.”
……
“그건 지금 말 못해.”
“왜 못하는 거지?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 건가.”
“내 인생을 건 특급비밀이니까 그런 줄 알라니까.”
그걸로 끝이었다. 리노는 더 이상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