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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고전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66803064
· 쪽수 : 204쪽
책 소개
목차
유송도록(遊松都錄) ···············1
유송도록(遊松都錄) ···············23
송경록(松京錄) ·················61
유천마성거양산기(遊天磨聖居兩山記) ·······103
천성일록(天聖日錄) ···············123
유송경기(遊松京記) ···············145
서유일기(西遊日記) ···············167
해설 ······················195
옮긴이에 대해 ··················202
책속에서
웅덩이 물이 넘쳐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데, 마치 은하수가 거꾸로 걸린 듯하다. 폭포는 구슬 같고 눈발 같은 물방울을 뿜어내고 휘날리면서 바위 골짜기를 쾅쾅 울려 대는데, 그 소리는 마치 성난 우렛소리 같았다. 해괴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었다. 조물주의 재주가 이 지경까지 이를 줄이야! 혹시라도 와 보지 못했다면 항아리 속 초파리 꼴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휘어진 소나무들이 비탈을 따라서 거꾸로 드리워져 있었다. 따라온 종자(從者)들이 원숭이처럼 소나무에 붙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머리칼이 솟고 정신이 떨려 가까이 하지 못했다. 돌 위에는 이곳을 찾아왔던 사람들의 이름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4일(경오). 적전판관(籍田判官) 정서가 찾아와 함께 화원으로 향했다. 화원은 공민왕 23년에 세웠다. 팔각전에 있는 옥좌에는 먼지가 뽀얗게 끼었고, 창살에는 거미줄이 얽혀 있었다. 계단 아래에 있는 앵두나무 수십 그루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팔각전 뒤에는 괴석(怪石)으로 산을 만들어 놓고, 진기한 꽃들을 돌 틈에 가득 심어 놓았다. 이는 우왕이 임금 자리를 도적질한 10여 년 동안 즐기던 풍경이건만, 지금은 민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사람이 잃고 얻는 것도 결국 이 티끌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미덥지 아니하랴.
도평의사(都評議司)를 지나서 서쪽 벽 움푹 들어간 곳에 석각(石刻)이 있었다. 삼봉 정도전이 지은 기문(記文)이다. 세 그루 회화나무가 허술한 곳을 채워 주고 있을 뿐 사방은 모두 쓸쓸했다. 어떤 사람은 충신이라고, 어떤 사람은 간신이라고 쓰여 있으니, 이 어찌 ‘살갗 밑에 춘추(春秋)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