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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여성의 체험과 출산 기술의 정치

난임 여성의 체험과 출산 기술의 정치

김경례 (지은이)
  |  
전남대학교출판부
2014-06-25
  |  
16,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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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여성의 체험과 출산 기술의 정치

책 정보

· 제목 : 난임 여성의 체험과 출산 기술의 정치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사회과학계열 > 여성학
· ISBN : 9788968491146
· 쪽수 : 340쪽

책 소개

난임여성들의 기술화된 출산 수행 과정을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모성적 욕망이 구성되는 과정이며 난임여성들이 수행하는 활동은 의과학적 지식의 생산과 생명 생산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재)생산 노동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목차

책을 펴내면서 / 5

제1장 생명기술과학과 여성의 몸 / 13
1. 황우석 사태와 여성의 몸 / 15
2. 출산과 신생식기술 / 22
3. 이 책의 구성과 범위 / 26
4. 신생식기술에 대한 국내 연구 현황과 한계 / 37

제2장 출산과 신생식기술에 대한 이론적 논의 / 49
1. 출산과 모성의 몸에 관한 이론적 논의 / 51
2. 신생식기술에 대한 이론적 논의 / 68
3. 소결 / 80

제3장 난임여성들의 출산수행의 기술-사회적 조건 / 85
1. 신생식기술의 도입과 확산 / 88
2. 정부의 정책과 불임관련 시장 / 104
3. 소 결 / 127

제4장 난임과 신생식기술에 대한 기술-문화적 재현 / 131
1. 난임에 대한 기술-문화적 재현 / 134
2. 신생식기술에 대한 기술-문화적 재현 / 151
3. 소 결 / 167

제5장 난임여성들의 출산 수행과 주체화 과정 / 171
1. 난임여성들의 기술화된 출산과정으로의 진입 / 179
2. 난임여성들의 기술화된 출산과정에의 개입 / 201
3. 난임여성들의 사회정치적 개입 / 235
4. 소 결 / 262

제6장 출산기술정치의 구성을 위하여 / 267
1. 생명기술권력 구성체의 내용과 성격 / 269
2. 난임여성들의 몸과 신생식기술에 대한 정치적 개입 방향 / 276

참고문헌 / 285
주 / 305

저자소개

김경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 사회학 박사. 현재 전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주요저서로는 『과학기술과 사회』(2008, 공저), 『여/성 노동, 가치를 말하다』(2010, 공저),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한 대안경제사회 이론 및 정책개발』(2013, 공저), 『여성학, 행복한 시작』(2014, 공저)이 있고, 논문으로는 『한국 온라인 여성운동을 통해 본 사이버페미니즘의 정치성』(2007),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대항담론의 구조와 몸들의 정치-페미니즘 과학정치를 위하여』(2009), 『황우석 사태를 통해서 본 생명의료기술과 젠더』(2010), 『기술의 문화적 재현과정과 실천-보조생식술을 중심으로』(2010), 『일ㆍ생활균형의 철학과 가치-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2011), 『불임(난임)부부 지원정책의 평가와 전망-여성의 출산권과 건강권을 중심으로』(2012)가 있다. 역서로는 『젠더화된 몸의 기술-사이보그 여성 읽기』(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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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머리말

출산기술이 발전하고 출산이 의료화 되면서 인간 생명 생산 과정은 의과학적 개입의 주요 영역이 되었으며 출산과정의 통제권은 여성에게서 점점 더 의료전문가들의 수중으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생식세포의 수정과 배아의 배양이 몸 밖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되면서 출산과 몸의 전통적인 의미와 경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난자를 제공/판매한 엄마, 열 달 동안 자궁을 임대해 낳아 준 엄마, 양육해 준 엄마 등 모성의 분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 단행본은 출산기술을 포함한 생명기술과학이 출산과 여성의 몸들을 자본화하고 연구의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출산 수행과정과 몸들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정치적으로 개입할 것인가를 모색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과 주요 내용은 필자의 박사학위논문을 수정ㆍ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이 책은 난임여성들의 기술화된 출산 수행 과정을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모성적 욕망이 구성되는 과정이며 난임여성들이 수행하는 활동은 의과학적 지식의 생산과 생명 생산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재)
생산 노동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는 가사 및 양육 노동, 출산 등 주로 여성이 수행하는 일에 대해 자연스러운 일이거나 생산적이지 않은 무가치한 일로 바라보는 지배적인 시각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난임여성들의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의과학적 지식의 구성 및 적용과정과 난임부부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의 인구통제정책, 불임클리닉 및 출산관련 산업의 특성과 동향을 분석하였고 매체나 인터넷, 관련서적을 통해 생산되는 난임, 난임여성들, 신생식기술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와 그 정치적 효과를 탐색하였다.
난임여성들은 정부 지원정책의 대상이거나 기술과학의 연구자원 및 그 결과의 수혜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님을 주장함으로써 모성의 생산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기술과학 구성과정의 적극적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하였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한국연구재단 SSK<출산의 재발견>팀의 구성원과 구성원은 아니지만 세미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은 필자의 박사학위논문을 함께 읽어가며 토론해 주었다. 연구책임자이신 윤수종 교수님을 비롯해 공동연구원 공병혜 교수님, 유연실 박사, 이선 박사에게 감사드리며 지금은 연구팀을 떠났지만 연구팀 성원이었던 대학원생 강내영님, 노가은님, 류한나님, 주은진님, 박종옥님에게도 감사드린다. 또한 현재 연구팀의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하면서 이 책의 정리와 교정에 큰 도움을 준 오창민님에게도 감사드린다.
전남대 사회과학연구소 홍현진 소장님은 이 책이 사회과학연구소 총서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지, 지원해 주셨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격려하며 이 책의 출판을 맡아주신 전남대학교출판부에도 감사드린다.

2014년 6월
김 경 례


제1장 생명기술과학과 여성의 몸

1. 황우석 사태와 여성의 몸
황우석 사태에서 문제화된 몸과 문제화되지 않은 몸
지난 2005년 말 황우석 사태 이후로 한국사회에서는 인간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의과학적 연구와 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아마도 황우석 사태는 한국사회의 공적 담론의 장에서 기술과학과 인간 및 사회의 관계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가세한 몇 안 되는 뜨거운 과학논쟁 중에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황우석 사태를 통해 우리는 기술과학이 사회와 독립적인 영역이 아닌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정치적 장임을 확인하였고, 일명 ‘기술과학의 민주화’로 표상되는 일반인들의 참여를 중심으로 정치적 개입 전략을 구상해 보게 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황우석 사태가 진행되면서 연구에 이용된 몸들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문제제기는 주로 생명윤리와 연구윤리 위반을 준거로 한 것이었다.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국제적인 과학적 연구 규범의 준수 여부를 근거로 한 정치적 개입에서 문제가 된 몸들은 난자와 배아였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적 과학연구규범을 준수하지 않은 여성연구원의 난자와 거래된 난자, 인지된 동의(informed consent)를 거치지 않은 난자의 사용이 문제가 되었다. 여성연구원의 난자는 실험실의 권력구조 속에서 연구책임자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운 관계를 고려한 실질적인 동의 여부가 문제가 되었고, 거래된 난자의 사용은 의과학적 연구를 위해 인체 또는 인체의 일부를 상품화하거나 도구화할 수 있는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인지된 동의’는 인체유래물질을 제공한 당사자가 연구의 목적과 절차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문제이며 그 당시 연구윤리의 위반으로 문제시되자, 황우석 사태 이후로 난자 및 배아이용 동의서를 받게 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마련되었다(김경례, 2009).
그런데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된 난자들 중 이 연구의 대표적인 공급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가시화 되고 문제화 되지 않은 몸들이 있다. 그것은 불임클리닉을 통해 제공된 난임여성들의 난자와 몸 부분들(난소)이었다. ‘난임’이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 ‘불임’으로 진단(피임을 하지 않고 1년이 경과하도록 임신이 되지 않은 상태)된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여성들 사이에서 ‘난임’이라는 호명은 스스로를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단지 남들보다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로 의미화 함으로써 ‘임신할 수 없음’이라는 불가능성과 비정상적 낙인에 대항하여 자신들을 위치지우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처음에 ‘난임’이라는 용어는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사용하였고, 의학적ㆍ제도적 용어로는 ‘불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난임’이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의료진에게 ‘난임’이라는 호명은 ‘임신할 수 있음’이라는 희망을 유포해 더 많은 여성들을 난임 의료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측면도 있으며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는 ‘불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생명윤리 및 연구윤리 위반을 프레임으로 한 황우석 사태의 논쟁과정에서 난임 여성들의 난자와 몸 부분들은 왜 상대적으로 문제시되지 않았을까?
기실 황우석 박사팀의 체세포 핵이식술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체외수정 및 배양기술이 한국에서 1985년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불임클리닉들이 양산됐고 생식세포가 거래되었으며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임시술들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것들이 사회적 공론장에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질문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몸, 출산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와 문제설정 방식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생명기술과학과 몸에 대한 문제설정
체외수정 및 배양기술이 난임여성들 사이에서 출산보조기술로써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산보조기술로써 보다는 생명공학기술로 사회적 담론장에 등장하였다. 이는 첫째, 기술과학에 대한 지배적인 시각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체외수정 및 배양기술에 대한 지배적인 문제화 방식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의 기술적 자원이라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대항담론의 주요 문제화 방식은 자연적인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며 생명복제를 가능케 하는 프랑켄슈타인적인 기술이라는 것이었다. 전자의 경우, 이 기술은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을 통하여 발전시켜야 할 것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전면적으로 거부되어야 할 비윤리적인 기술인 것이다. 기술과학에 대한 이러한 낙관론과 비관론은 모두 기술과학에 대한 편향적 시각이며 기술과학이 구성되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삭제하고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사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기술과학을 이용하고 그것의 구성과정에 참여하는 인간 주체들을 비가시화 한다. 즉 출산보조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의 연속성(하정옥, 2006)과 출산과정에서 이 기술을 이용하고 이 기술의 구성과정에 참여하는 난임여성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비가시화 한다. 이는 기술과학에 대한 지배적인 시각의 몰성성(gender blind)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체외수정 및 배양기술에 대해 의과학적 지식 및 기술의 구성과정, 출산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조건, 출산 및 기술문화를 형성하는 역사적 맥락, 출산하는 여성의 몸 체험 등과 연동해 분석되어야 한다.
둘째, 인간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과학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과 유기체로서의 몸을 준거로 하는 정치적 개입이 갖는 한계는 무엇인가? 근대 권력의 작동방식을 분석한 푸코(Foucault)는 몸에 대한 관리와 감시 및 치료법이 근대권력의 작동방식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임을 밝혔다. 그는 이를 ‘생명권력(biopower)’으로 규정하고 생명권력은 개인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규율권력과 종으로서의 인간 생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통제권력을 통해 작동한다고 설명한다(Foucault, 1998: 277-303). 그러나 아감벤(Agamben)이 그리스 시대의 생명 개념인 생명체로서의 조에(zoe)와 정치적 주권체로서의 비오스(bios)를 대비시켜 푸코의 생명권력의 문제설정을 생명정치(biopolitics)로 확장하려 했듯이 생명의료기술의 발달은 삶의 형태나 방식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 자체에 생명권력이 작동하게 한다. 즉, 생명권력과 기술과학의 결합은 생명체 자체에, 더 나아가 유기체로서의 몸을 넘어서 분자적 수준의 몸들에 작동함으로써 몸의 기호적, 물질적 의미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술적 주체를 만들어낸다. 해러웨이는 이러한 생명권력과 기술과학의 결합을 ‘기술생명권력(technobiopower)’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Haraway, 2006: 39) 유기체로서의 몸을 넘어선 인간(유기체)/기계의 잡종적 혼성체인 ‘사이보그’(Haraway, 2002)를 기술과학에 개입하는 정치적 주체로 상정한다. 즉 권력은 몸에 각인되기 보다는 새로운 몸들(주체)을 생산하며, 삶의 방식들 뿐만 아니라 삶 그 자체, 몸들 그 자체를 생산한다. 또한 새롭게 생산되는 주체들은 그 구성과정에서 권력에 종속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기도 하고 권력의 배치를 흐트러뜨려 그것에 균열을 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생명기술과학의 발전과 자본주의적 축적방식의 변화로 인간의 몸들은 더 이상 자연적이고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형가능한 일종의 ‘프로젝트’가 되었으며(Shilling, 1999; Turner, 2002: 31)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빠른 속도로 자본화되고 있다. 즉, 몸들은 생명기술과학적 연구의 자원으로서 또는 그 자체로 잉여가치를 발생시키는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많은 경우, 특히 생식과 관련된 기술들은 가부장체제에 기대어 난자거래 및 대리모 시장과 같은 몸과 출산관련 산업 영역들을 확장해 왔다.
출산의 의료화를 비판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제기했던 것처럼 출산은 더 이상 여성의 생물학적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사건이 아니라 의과학적 관리와 개입을 필요로 하는 의과학적 사건이 되었다(조영미, 2004b). 또한 불임클리닉을 비롯한 의료산업과 몸들의 거래 및 보관산업, 생식건강보조식품 산업, 관련 제약업체의 성장 등은 부계 혈통주의에 기반한 오이디푸스적 가족구조를 정상화하는 가부장체제와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생명기술과학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이거나 가부장적인 것으로 상정되었으며 생명기술과학을 비판하는 현실적인 주요 쟁점은 몸의 상품화와 대상화였다. 물론 몸의 상품화와 대상화 현상에 대한 비판의 준거는 통합적인 유기체로서의 몸관과 인간의 존엄성이다. 그러나 이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기술생명권력의 작동방식을 분명히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기술과학과 몸에 대한 제한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먼저, 기술과학의 내용과 방향성은 구성주의적 시각으로 기술과학에 접근하는 많은 학자들이 분석하였듯이 기술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 그리고 인간의 개입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다. 생명기술과학의 자본화와 가부장성은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역사적으로 성취된 결과이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기술과학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통해 그것의 내용과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과학과 몸이 자본화되고 가부장성을 획득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수행과 정치적 개입지점의 모색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유기체적 몸관은 기계, 기술의 보조(각종 의료보조기구들)를 받거나 기술적인 장치를 몸안에 장착(인공심장 박동기, 인공장기, 인공관절 등) 하는 등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첨단기술 사회에서의 구체적인 인간 주체를 상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기계의 이분법과 유기체적이고 통합적인 근대적 몸관을 넘어서는 몸관과 정치적 주체설정이 필요하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이러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설정 속에서 유기체적이고 통합적인 근대적 몸관을 넘어서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의 몸 이미지로서, 그리고 기술과학에 대한 정치적 개입 주체로서 유용하다. 또한 그간 생명기술과학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준거로 하여 몸의 상품화와 대상화를 쟁점으로 한 비판은 생명과 인간을 선험적이고 보편적인 실체로 상정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몸들을 기술생명권력의 피해자(체)로서만 바라보게 한다. 즉, 생명기술과학이 구성되는 과정에서의 몸들의 역동적인 참여, 특히 몸들의 가치와 생산성을 비가시화 한다(김경례, 2009).
따라서 몸은 단지 생물학적 실체이거나 사회문화적 구성물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가 연결된 과정으로서의 물질성을 갖는 것으로 논의되어야 한다(Grosz, 2001). 또한 생명기술과학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기술생명권력의 몸들에 대한 지배와 통제방식 뿐만 아니라 몸들이 생명기술과학과 권력의 구성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탐색되어야 한다.
셋째, 그렇다면 기술생명권력의 구성과정과 작동방식을 탐색하기 위해 어떤 몸들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주지하다시피 근대사회의 운영원리는 부르주아 백인 정상 남성을 중심으로 조직되었고 의과학적 지식체계 역시 이들의 몸을 표준적인 몸으로 하여 확립되었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 흑인, 유색인, 장애인, 환자, 여성의 주권은 보장받지 못했고 이들의 몸 체험성 역시 의과학적 지식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체험을 통해 생산된 지식은 ‘과학적’ 지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의과학적 지식체계의 축적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몸에 대한 기술과학적 개입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부르주아 백인 정상 남성에 비해 열악한 생활조건과 부족한 정치적 자원, 불리한 몸적ㆍ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고 의과학적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몸 체험성을 통해 생명기술과학에 개입하는 것은 기술생명권력구성체가 몸들을 어떻게 통제하는가 뿐만 아니라 몸들의 담론적, 물질적 참여과정, 의과학적 지식의 구성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출발점이다. 또한 이들의 몸 체험성은 생명기술과학이 유포하는 가능성의 한계와 기술과학에 대한 전문가 중심의 통제권을 비판하고 몸들의 정치적 개입지점을 구상해 볼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2. 출산과 신생식기술
신생식기술에 대한 문제설정
이 책은 기술과학과 몸이 역사적, 사회적으로 구성중인 과정 중에 놓여있다는 문제설정을 바탕으로 기술생명권력구성체의 형성과 작동방식을 탐색하고 기술과학에 대한 정치적 개입지점을 구상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생식기술을 이용한 난임여성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출산과 출산기술을 정치화해 보고자 한다.
신생식기술(new reproductive technologies)은 인공수정이나 소위 ‘시험관 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 및 배양ㆍ이식기술, 배아의 냉동저장기술 등과 같은 의학적인 불임상태를 처치하기 위한 다양한 수태기술을 말한다(Stanworth ed, 1987). 대표적인 신생식기술인 체외수정 및 배양기술이 한국에서 생명공학기술이나 생명복제기술로 문제화 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산보조기술로 문제화되지 않았던 것은, 한편으로는 출산을 개별 가족의 문제, 특히 여성의 일로 의미화 하는 출산의 ‘여성화, 개인화’(하정옥, 2006)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출산이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일로서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일로 의미화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몸의 ‘자연화’와 출산을 ‘생산적인 일로 여기지 않는 것’, 생식기술과학의 구성과 적용 과정에서 난임여성들의 노동 참여를 비가시화하고 몸 체험성에 근거한 난임 여성의 지식을 배제하거나 무가치화 하는 것, 그리고 난임여성들을 생식기술과학의 대상이거나 수혜자ㆍ소비자로서만 위치지우는 것은 서로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출산과정과 신생식기술의 구성과정에서 난임여성들의 몸들과 그들이 수행하는 일을 현재의 정치경제학적 맥락에서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의 재개념화와 가치투쟁을 필요로 한다. 맑스주의를 포함한 전통 정치경제학에서는 공적 영역에서 임금을 받고 수행하는 일만을 생산적 노동으로 개념화 하였지만 수 많은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비판하면서 여성이 주로 수행하는 가사 및 양육, 출산이 ‘생산적’ 가치를 갖는 ‘노동’임을 주장해 왔다(레오뽈디나 포르뚜나티, 1997: Silvia Federici, 2013). 또한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Maria Mies)는 “출산을 포함한 생명 생산과 관련한 모든 노동이 인간과 자연과의 상호작용 활동이라기 보다는 자연의 활동”으로 규정됨으로써 “여성의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이 노동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여성의 생명 생산 및 재생산 활동의 자연화, ‘출산의 자연화’를 비판한다(Maria Mies, 2014:121). 같은 맥락에서 난임여성들이 출산은 ‘생명을 생산하는 노동’이며 출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생식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단지 지식 및 기술의 소비행위인 것이 아니라 그것의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생산적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공적영역에서 임금을 받고 수행하는 의과학자들의 노동과 달리 부불노동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난임여성들이 생산한 지식과 정보는 ‘과학적’ 지식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이다.
또한 난임여성들의 출산은 기술과학을 이용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술화된 출산이며, 그들의 몸은 기계와 유기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해러웨이가 기술과학시대의 주체 이미지로 설정한 사이보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기술과학의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 기원에 역행하고 그것에 균열을 가하는 주체 이미지이다. 생식기술과학과 관련해서는 이성애적 부계 혈통 가족주의를 위반하는 싱글맘이나 동성애 커플의 몸, 새로운 가족관계를 구성하는 제3자의 생식세포의 기증에 의해 임신한 몸이나 대리모의 몸이 해러웨이가 말하는 사이보그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난임여성들의 기술화된 출산 수행과정을 통해 기술과학, 몸, 출산에 대한 지배적인 시각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그것들에 어떻게 협상, 저항하는지를 드러냄으로써 균열의 지점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사이보그 주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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