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시장과 정보재

제1부 네트워크 시장
제1장 네트워크 시장의 분석 20
제2장 네트워크의 표준화 53
제3장 네트워크와 경로의존성 87
제4장 네트워크와 접속 123
제5장 네트워크와 망중립성 152

제2부 정보재와 온라인 경쟁
제6장 정보재의 분석 190
제7장 정보재와 가격차별전략 237
제8장 정보재와 버저닝전략 268
제9장 온라인 경쟁과 거래비용 305
제10장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빅데이터 346
맺음말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쟁정책 367

참고문헌 _379
색인 _399

21세기는 스마트(smart)한 시대이다. 스마트 시대의 대표적인 특성을 가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와의 무선연결이 가능한 무소부재(ubiquitous)라는 점이다. 이는 디지털 정보가 컴퓨터를 통해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발현되는 성질이다. 또한, 스마트폰은 디지털 기술이 융복합(convergence)되어 있다. 과거의 아날로그 시대에는 카메라, 녹음기, 전화, 메모 등의 기능이 따로 독립적인 제품으로 제공되어졌으나 스마트폰은 다중의 디지털 기능을 하나의 정보재(information goods) 상품으로 복합화하여 네트워킹(networking)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은 상품의 결정체가 아니라 지속적인 진화의 과정 속에서 소비자의 창조적 혁신을 통해 고객화(customization)되어가고 있다. 개별 소비자는 앱(application)이라는 기능을 통해 자기 취향에 맞추어 추가 기능을 네트워크에서 다운로드하여 스스로 고객화하고 창조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간다.
스마트한 시대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발달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현상과 경쟁질서를 유발시키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네트워크간 시장거래가 형성되어 있어서 생산과 소비의 경제활동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한 디지털 경제의 경제적 특성은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수확체증효과를 가져다주는 두 가지의 경제성으로 집약되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디지털은 과거 아날로그와는 달리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복사해도 원래의 정보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디지털 정보는 초기 고정비용이 커서 생산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번 생산되면 매우 싼값에 재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와 같이 상품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은 비용체감 혹은 단위 비용당 생산량이 증가된다는 점에서 생산측면의 수확체증현상으로 일컬어진다. 생산측면의 수확체증현상은 산업경제에서도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왔으나, 디지털 경제에서는 한계비용 제로(0)의 상황에서 무한복제를 통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디지털 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네트워크의 효과가 있어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수요자의 숫자가 커질수록 규모의 확대를 증식시키고 네트워크의 가치를 커지게 하는 수요측면의 수확체증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가입자가 증가할수록 기존 가입자와 신규가입자간의 접속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개인 수요자가 네트워크에 연결됨에 따라 얻는 이득 혹은 수요자간 부가가치창출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특징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디지털화된 정보재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게 되어 기존의 시장을 몰락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창출시키고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물리적인 상행위를 추구하던 경제주체들은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정보통신망이 발전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저렴한 가격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양한 네트워크간의 양방향 송수신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디지털 정보의 부가가치가 글로벌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음반시장을 대체해 온 Sony의 워크맨(walkman)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서 mp3 플레이어와 i-Tunes의 등장으로 이젠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외에 인터넷 서점인 Amazon.com이나 포탈서비스업체인 AOL 등 온라인 서비스업체가 성공하는 사례나 최근 오프라인 기업들이 e-business 사업에 진출하는 현상은 네트워크의 부가가치 창출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한 디지털 경제에서는 디지털화된 상품이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수요측면의 소비자 피드백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생산측면의 비용체감현상을 추가로 유발시켜서 “디지털과 네트워크간의 상승작용”이 동시에 촉진되는 연결고리효과가 증폭되게 된다. 이로 인해 디지털화에 따른 생산측면의 수확체증효과와 네트워크화에 따른 수요측면의 수확체증효과가 양방향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다.
한편, 디지털 경제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될수록 소비와 생산간 경계가 희미하게 되고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노출시킴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융합되는 형태가 확산된다.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공짜로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백과사전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군림하였던 브리태니카(Britannica)는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출시한 디지털형 CD 백과사전인 Encarta의 저가 보급으로 백과사전 시장의 선두자리를 빼앗기게 되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서 인터넷이 범용적으로 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 Naver 지식인이나 Wikipedia의 등장으로 인해 백과사전 시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한, priceline.com 등과 같은 다양한 역경매 시장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생산물의 특성이나 내용이 즉각적으로 변형되는 양상도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산업의 수확체증현상은 생산과 소비의 두 축에서 동시에 발생하면서 아울러 생산과 소비의 융합도 동태적으로 가속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경제에서는 다양한 디지털 업체들간의 연결과 네트워크화를 통해 적절한 정보공유 및 전략적 제휴를 도모함으로써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를 통한 수익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기업들은 각 기업의 다양한 정보관리전략을 활성화하여 체계적인 정보창고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기업간의 결합과 정보공유는 대상 고객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수집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특정 상품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대체성이 있는 다른 상품으로 교체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체비용(switching cost)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집단의 정보를 유인하거나 자기 선택적으로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교체비용을 제거하기 위한 지출도 막대하다. 그런데, 기존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디지털 기업과 연합하면 그 기업에 묶여있는 많은 고객들을 자사의 잠재고객으로 활용함으로써 잠금(lock-in)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로, AOL의 경우 콘텐츠 제공업자를 네트워크 파트너로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자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가입자의 정보를 공동으로 공유함으로써 지렛대 효과를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잠금효과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결국, 디지털 경제에서 거래되는 정보재는 기존의 산업경제에서 거래되는 다른 상품에 비해 독특한 경제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시장거래나 기업경영, 그리고 디지털 산업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예로, 생산측면에서는 초기 생산비용에 비해 재생산비용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어 한계생산비용이 제로(0)에 가까워짐에 따라 정보재 시장에서 기업간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경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소비측면에서는 네트워크의 확대와 제휴를 통해 부가가치가 확대재생산되어 수익창출의 창구가 새롭게 열리게 됨에 따라 정보재 시장에서 기업간 결합이나 표준화를 통한 네트워크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된다.
따라서, 다가올 스마트한 시대에 직면하여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시장을 이해하고 디지털화된 정보재의 시장거래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거래에서 발견된 고전적 시장경쟁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저서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과연 네트워크 시장과 정보재에 대한 경쟁원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도전과 기회를 제시하고자 한다.
본 저서는 디지털 경제를 분석하기 위해 네트워크 시장과 정보재의 경쟁원리로 나누어 정리한다. 제1부에서는 네트워크 시장을 분석하고 제2부에서는 정보재와 온라인 경쟁을 살펴본다. 먼저,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에 있어서 크게 다섯 가지의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제1장 [네트워크 시장의 분석]에서는 네트워크의 구성과 특성을 살펴보고 네트워크 시장균형과 경쟁과정 그리고 네트워크의 성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제2장 [네트워크의 표준화]에서는 표준화의 경제적 의의를 살펴본 후 소비자의 선택과정을 통한 네트워크 시장에서 표준화 조정과정을 이해한다. 아울러 기업의 표준화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제3장 [네트워크와 경로의존성]에서는 교체비용의 의미와 요인을 살펴보고 잠금현상에 따른 경로의존성에 대해 이해한다. 아울러 기업의 고착화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제4장 [네트워크와 접속]에서는 네트워크의 호환성을 소개하고 접속방식에 따른 경제학적 접속료 산정기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제5장 [네트워크와 망중립성]에서는 망중립성을 둘러싼 사업자간 이해관계를 소개하고 정부규제의 후생효과를 논의한다. 아울러 양면시장의 특성과 망중립성과의 연계성을 이해한다.
다음으로 정보재와 온라인 경쟁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에 있어서도 크게 다섯 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제6장 [정보재의 분석]에서는 정보재의 특성과 경쟁원리를 소개한다. 제7장 [정보재와 가격차별전략]에서는 네트워크 시장구조에 따른 정보재 경쟁전략과 가격차별의 원리를 소개한다. 제8장 [정보재와 버저닝전략]에서는 버저닝의 개념과 유형을 소개하고 업그레이드와 묶음판매 등과의 연관성을 논의한다. 제9장 [온라인 경쟁과 거래비용]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거래비용의 유형별 차이를 이해하고 수평경쟁 혹은 수직경쟁에 따른 후생효과를 분석한다. 아울러 온라인 경쟁의 글로컬 전략과 환경후생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제10장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빅데이터]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할과 소셜 네트워크의 진화과정과 경제적 의의를 이해한다. 또한, 빅데이터의 성장과 분석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맺음말에서는 디지털 경제에서 새롭게 도전받고 있는 글로컬 경쟁정책의 흐름과 방향에 대해 정리한다.
본 저서는 네트워크 시장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온라인 정보재를 시장에 효과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경영자와 사업가에게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관련과목의 교재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저서의 주된 내용은 작고하신 손용엽 교수님과 공저한 [사이버 시장의 경쟁원리(2001)]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측면의 많은 부분을 보완하였다. 먼저, 네트워크 시장의 이해를 돕고자 네트워크의 물리적 구성과 특성을 소개하였으며, 네트워크 접속에 따른 경제적 성격과 접속료 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다. 또한, 망중립성과 양면시장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추가하였으며 최근 정보통신분야의 주요한 논쟁에 대해서도 사례를 통해서 소개하였다. 이외에 정보재 경쟁원리에 있어서도 비용적 측면과 수요적 측면이외에 제도적 측면을 보완하여 지식재산권과 정보보호에 대해 보완하였다. 특히,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온라인 경쟁에 따른 거래비용의 경제적 효과를 파악하는 부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빅데이터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추가하였다.
[사이버 시장의 경쟁원리]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마중물로서 학술적 가치가 있었다면 본 저서는 지난 15년 동안 더욱 정교해지고 구체화되어가는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경쟁원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학술적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사이버 시장의 경쟁원리]에서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전반적인 개요와 경쟁전략의 다양한 사례는 여전히 유효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본 저서의 보완 서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본 저서는 21세기 스마트한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과학적 접근분석의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본 저서에서 분석한 네트워크 시장과 정보재의 온라인 경쟁에 대한 경제적 사고방식을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에 접목하면서 확장적으로 응용하고 실증적으로 검토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예를 들어, 법제도의 역할이나 행태경제학적 연구를 추가함으로써 내생적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며, 커뮤니티 네트워크와 같은 대안적 사회경제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추가함으로써 비효율적 시장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저서는 한국연구재단의 2012년도 인문사회분야 저술출판(저술성과확산)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전남대학교의 2014학년도 학술도서출판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 저술하는 동안 전남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개설한 [디지털 경제학] 교과과정에서 현실적인 사례와 활용방안에 대한 학부생들의 열띤 토론과 발표를 통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조수미 박사의 세심한 배려와 협조가 없었다면 본 저서는 출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문의 길’이라는 고독한 인생에서 언제나 곁에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가족과 동료 연구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오래도록 그리고 가슴깊이 감사합니다.”

2015년 1월

이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