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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88972970293
· 쪽수 : 275쪽
· 출판일 : 2022-03-21
책 소개
목차
인사말: 알고 보면 할 말이 많답니다
1. 투명하게 쓰는 기쁨
작가는 아니지만 글 쓰는 사람입니다
언어 사이를 종종거리는 기분
번역가를 갈아 넣어도 되는 걸까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중요해
2. 시간에 낡지 않도록
물살을 버티는 단어들
‘요즘 애들’ 말투 배우기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말
네 글자의 명쾌함
다시 쓸 용기
3. 옮긴이의 진심
우리는 투명한 그림자야
교정지 위 붉거나 푸른 마음
아까운 책, 아깝지 않은 우리
괴물을 무찌르려고 퇴근합니다
‘노잼’이라는 말의 위로
4. 책을 사랑하는 가장 지독한 방식
책의 탄생을 함께하는 꿈
옮긴이의 이름을 기억하다
내가 길들인 ‘강아지’들
번아웃이 온 당신에게
여자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5.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지 않은
그 책을 번역하지 못한 이유
‘그녀’에서 ‘녀’를 지우다
심장으로 옮긴 문장
끝내 번역할 수 없더라도
너와 나의 최고의 순간은
맺음말: 너와 나의 번역 이야기
참고 문헌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우리끼리는 여전히 열렬히 서로를 지지하고 더 말해달라고 부추겼다. 번역 이야기를 한다는 건 내가 특정 언어와 언제 처음 사랑에 빠졌는지, 문학이나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어디에서 기쁨을 길어내는 사람인지를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책상 위에 책이 놓여 있어야 하루를 살아낼 수 있고, 쓰는 행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며, 단어 하나를 바꾸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나 이외에도 또 있다는 것은 큰 위로였으니까.
이렇게 번역이 투명하다는 것은 번역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잖아. 서로 다른 언어가 겹쳐 질 때 어긋남과 마찰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든 무마했다는 거니까. (...) 그러니까 번역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글쓰기고, 창작의 충동과는 전혀 다른 충동을 따르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쓰는 과정이긴 하지. 그리고 그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고. 같은 글을 번역해도 번역가마다 다른 글이 나오니까.
그런데 평소에는 우아함의 표본인 이 사람도 옛 친구인 서술자 앞에서는 f-word를 스스럼없이 써.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는 f-word가 인물의 성격이나 개성을 드러내려고 쓰이기도 하고 거친 말이 주는 반전의 쾌감 같은 것도 있어서 ‘제기랄’, ‘젠장’ 따위 번역용 욕으로 순화시킬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서술자가 하는 욕은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기를 죽이기 위해서 하는 욕이라기보다는, 쉽게 무시되고 없는 존재로 치부 되는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지르는 비명처럼 들릴 때가 있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