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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304423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2-15
책 소개
목차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9
바벨 23
배신자들 39
나는 내가 의미하는 걸 말해 59
자비를 베푸시오, 샤일록 79
이 광기에는 번역을 처방한다 95
영국식 퀼트 만들기 119
번역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137
그녀를 믿지 마세요 163
성경과 옥수수빵 179
틈새의 여자들 193
침묵과 메아리 207
기계 번역 시대의 번역가 223
다시 흰 고래 243
주 251
참고문헌 26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번역을 명료하게 정의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으니, 비유를 통해 비스듬하게 다가가려 한다. 내가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흰 고래를 정의하려는 이슈메일의 시도 같은 것이 될지 모른다. 이슈메일이 그랬던 것처럼, 번역의 사례를 들고, 번역을 분석하고, 번역을 해부하고, 번역을 설명하려다가 결국 실패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기 쓴 글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번역을 어떻게 (같은 말로) 다르게 말하고 있느냐는 이야기이자,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를 말로 설명하려는 기도이자, 불가능한 번역을 정의하려는 불가능한 몸짓이자, 흰 고래를 그리려는 시도다.
번역이 배신인 까닭은, 혼란스러운 언어를, 부유하는 기의를 일시적으로나마 고정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번역은 끝없이 변화하는 언어를 한순간이라도 고정하려고 애쓰는 덧없지만 불가피한 시도다. 무수한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것들은—대부분—저버리는 일이다. 누구나 알듯이 어떤 번역도 원문을 있는 그대로 거울에 비추듯 재현하지 못한다. 역설적이지만, 나보코프가 쌓아 올린 무한한 주석의 탑은 번역이 놓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다(나보코프가 열거한 것만 들자면 우아함, 좋은 소리, 명료함, 취향, 현대적 용례, 문법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주석의 탑이 뻗으며 여백도 손실되었다. 상상의 여지도, 모호함의 가능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