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몽이한테는 학질도 못당해

천둥벌거숭이가 공부는 해서 뭣해
그 까마귀 풍채가 아깝다
돌몽이한테는 학질도 못 당해
온 세상이 나의 스승이구나
맞아 죽어도 노래가 좋아요
천지도 모르는 천치가 장원 급제라니!
보리죽 십 년이면 못 이룰 게 없다
장난이 너무 심하시옵니다
술병 깨면 네 품삯은 없다
왜 내 시는 돌려 보지 않는 겁니까?

정 훈장은 그 날 밤 조용히 돌몽이를 불렀습니다.
"어떻게 글을 깨쳤느냐?"
"도련님들이 서당에 오갈 때 책을 들고 따라다니다가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주워 들었습니다. 집에서는 가끔씩 어깨 너머로 보았습니다."
정 훈장은 무릎을 치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돌몽아, 공부가 하고 싶으냐?"
"예, 훈장님."
"너는 천한 노비 신세인데 공부는 해서 무얼 하려고 그러느냐?"
"성인께서 이르시기를, 공부는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살피고 돌보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 '돌몽이한테는 학질도 못당해' pp.34~3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