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삶

제1부
제2부

"헝클어지고 빛바랜 듯한 금발머리로 저기 앉아 있는 남자를 나는 사랑하는가? 창백한 안색, 약간 통통한 몸집, 살짝 부은 얼굴로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는 남자, 거침없이 종이 위를 오가는 단호한 손과 쑥 들어간 작은 턱이 특이하게 대조를 이루는 저 별난 남자를 나는 열망하는가? 아니면 오직 저 사람의 음악만을 탐하는 것일까?

저 사람은 정말로 현실을, 모든 보기 흉한 것과 거북한 것과 끔직한 것을 영영 사라지게 할 수 없지만 잊게 할 수는 있는 마술사인가? 나는 저 사람의 마법에 사로잡힐 때에만 저 사람의 일부인가? 저 사람의 음악의 아름다움이 스스로를 밝게 비추고 흉한 에로스를 신으로 변화시키는 순간에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