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난독증 극복기

바보 짝꿍
짝꿍을 놀려요
연두의 그림책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너랑 짝꿍 안 해!
연두는 아픈 거야

“사실은 연두가 아파.”
선생님이 말했어요. 민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어디가 아픈데요?”
“머릿속. 그래서 읽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대.”
깜짝 놀라 민규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읽기를 제대로 못 하는 병이라고요?”
선생님이 조금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민규는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교실로 돌아왔어요. 연두는 아이들에게 빙 둘러싸인 채 만화 캐릭터를 그리고 있었어요. 언제 울었느냐는 듯 깔깔거리면서요.
‘읽기를 못하는 병이 있다니!’
신나게 웃고 있는 연두가 안쓰러웠어요. 민규는 이제 연두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도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다른 애들은 모르잖아.’
연두가 책을 읽을 때 다른 아이들이 놀리면, 누나가 학교에서 볼일을 못 보는 것처럼 연두도 다시는 학교에서 책을 못 읽을지도 몰라요.
민규는 슬그머니 연두의 책상 서랍을 보았어요. 아침에 열심히 읽던 그림책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어요.
‘저 책만 없으면…….’
책이 사라지면 연두가 아이들 앞에서 놀림 받을 일은 없을 듯했어요.
민규는 힐끔힐끔 연두를 살피면서, 조심조심 연두의 그림책을 빼냈어요. 그리고 재빨리 자신의 가방 속에 넣었어요.
민규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혹시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