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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뚝심

(김종헌 동시조집)

김종헌 (지은이), 황정혜 (그림)
  |  
아평
2014-11-10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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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책 정보

· 제목 : 뚝심 (김종헌 동시조집)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동시/동요
· ISBN : 9788985677455
· 쪽수 : 112쪽

책 소개

문단에 나온 지 14년 만에 펴내는 김종헌 시인의 첫 작품집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으로 발상의 전환과 표현 미학을 획득한 격조 높은 작품을 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수많은 작품 중에서 52편을 가려 뽑아 내놓는 동시조집이다.

목차

시인의 말 - 김종헌_4
이 동시조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 전병호_94

1부 새가지가 파릇파릇_11
새둥지_13 벚꽃_14 눈 장난_16 함박눈_17 늦봄_18 꽃망울_19
장마 끝_20 뚝심_21 비탈길_22 3월 운동장_24 춘란_25

2부 웃음꽃이 벙글벙글_27
수술실 앞에서_28 눈물_30 설날 아침_32 입맛_34 입춘방_36
할아버지와 귤_38 할아버지 제삿날_40 할머니_42 할머니 집 감나무_43
달무리_44 ‘합격엿’_46 기도_47 수능 기도_48 눈웃음_51 닮은꼴_52

3부 못된 짝꿍 소가지_55
꽃샘바람_56 오늘 흐림_58 웃음소리_59 꽃봉오리_60 체험학습 날에_62
탈춤_64 나팔꽃_66 잡풀_68 복수초_69 샤프심_70
이사 온 첫날ㆍ1―정원수_71 이사 온 첫날ㆍ2―낯선 학교길_72
이사 온 첫날ㆍ3―서먹서먹한 마음_73 버려진 화분에서_74

4부 살아나는 흙빛 봄빛_77
봄 들판―한미 FTA 협상 후ㆍ1_78 봄맞이―한미 FTA 협상 후ㆍ2_79
수입 콩_80 땀꽃―공공 근로 아저씨들_81 그날 아침_82 괜찮아요, 아빠_84
비 온 날 저녁에_86 다녀왔습니다_87 영준이 생각_88 공중전화_89
또_90 토끼풀꽃_92

저자소개

김종헌 (지은이)    정보 더보기
김종헌 경북 선산에서 태어났으며 대구에서 자랐다. 2000년 아동문학 계간지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2004년 같은 잡지에 평론 「언어유희를 넘어선 내적 음 악성의 부각」을 발표하였다 이후 동시조집 『뚝심』(2014), 평론집 『동심의 표정 동시의 미학』(2017), 『우리 아동문학의 탐색』(2017) 등을 펴냈다. 2014년 수필 전문 잡지 『수필미학』에 평론으로 신인상을 받았고, 산문집 『생각의 버퍼링』(2019)을 펴냈다. 그 외 『소통의 시대, 읽기와 쓰기』(2016)를 냈다.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제6회)을 받았으며, 『동시발전소』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경북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석사), 대구대학교 대학원(박사)에 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 교수(2006~2014)를 지냈으며, 지금은 대구교육대학교 학술 연구교수로 있다. 대구·경북지역 아동문학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일제강점기 경북지역 소년운동 연구」, 「일제강점기 아동문학가 엄필진과 <朝鮮童謠集> 연구」, 「해방 직후 박영종의 행보와 <조선아동회>」, 「1960년 대구지역아동문학 연구」, 「1970년대 대구경북지역 아동문학 연구」 외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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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혜 (그림)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줄곧 ‘환경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고민해 왔습니다. 지금은 경북 칠곡에서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면서 그림과 문학이 어우러진 인문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조집 《뚝심》에 그림을 그렸으며, 차가운 돌맹이 속에도 따뜻한 심장이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책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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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시인의 말
설렘과 신명으로 어린이들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으면!


등단한 지 10년이 지나서 묶는 첫 번째 시집인데 동시조만 52편을 골랐습니다.
시조는 우리말 속에 숨어 있는 가락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정형의 문학입니다. 따라서 이런 가락을 살린 동시조는 운율이 주는 재미와 더불어 생기발랄한 기쁨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말의 가락과 함께 덩달아 신명나는 삶을 기대하면서 엮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동심으로 세상을 보려고 했습니다. 동심은 글자 그대로는 ‘어린이 마음’이지만, 그 의미는 ‘있는 그대로를 보는 눈’입니다. 이 눈은 순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선입견 없이 보는 직관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어른의 모습으로, 어린이는 어린이의 모습으로 내 주변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그들의 속내를 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한 권의 시집으로 묶으려니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이 동시조집이 어린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또 설레는 마음으로 신명나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제자리인 듯합니다.

초고를 슬쩍 읽어 보고는 말없이 웃어 주던, 내 시의 첫 독자인 아내는 내게 시를 쓸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조에 눈을 뜨게 해 준 <쪽배> 동인의 우정과 박경용 선생님의 애정 어린 채찍은 내 시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기꺼이 써 주신 전병호 선생님의 해설, 또 편집에서 출간까지 도맡아 주신 송재진 선배의 손길에 힘입어 그나마 좀 생색나는 시집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의 이미지를 한껏 살려 그림을 그려 주신 황정혜 화가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여름내 땡볕 아래서 온몸을 뒤척이던 초록바람, 그도 고맙습니다.
2014년 복더위에
유현서소裕玄書巢에서 지은이 김종헌


이 동시조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가족의 재발견과 표현 미학의 추구 전병호동시인

1
김종헌 시인은 2000년 가을호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에 동시 <봄바람이> 외 2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김종헌 시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사실 시인보다는 평론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분이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김종헌 시인은 2004년 12월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해방기 동시의 담론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꾸준히 연구해 온 결과가 마침내 학문적으로도 결실을 맺게 된 것이지요. 김종헌 시인이 문학박사이면서 교수이고 시인으로서 문단에 등장하자 각종 지면에서 평론과 논문을 써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격조 있고 깊이 있는 글이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김종헌 시인 역시 이런 요청에 흔쾌히 응해 오다 보니 농담처럼 말해서 등단 10년이 넘도록 발표한 동시 작품 수보다 평론 편수가 훨씬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왕성한 평론 활동을 펼쳐 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동시 창작에 소홀했던 것이 아닙니다. 동시 분야에서도 수준작을 꾸준하게 발표해 왔지만 평론 활동을 워낙 왕성하게 펼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그렇게 비쳐진 것이지요.
등단하면 대부분 몇 년 안에 첫 시집을 펴냅니다. 그런데 김종헌 시인은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시인을 만나면 인사말처럼 시집을 언제 내느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만 모아도 한 권 분량이 충분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김종헌 시인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시집 발간을 미루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때 그 말이 남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하면서 열심히 역량을 키우고 있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참 겸손하면서도 프로다운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야 비로소 김종헌 시인이 시집을 펴내겠다고 말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진심 어린 축하를 해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종헌 시인이 말하기를 동시조를 써 온 지 10년이 넘으니까, 일단 그간의 작업을 정리하고 새 마음으로 새롭게 새 출발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문학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겠지요.
<뚝심>은 첫 동시조집입니다. 등단 이후에 쓴 52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혹시 등단 10년이 넘도록 써 모은 작품이 겨우 52편밖에 안 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김종헌 시인과 동시조 동인 <쪽배>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쪽배>는 순수한 열정과 치열한 자세로 발상의 전환과 표현 미학을 추구하여 격조 높은 동시조를 쓰자는 뜻을 갖고 모인 시인들의 모임입니다. 물론 김종헌 시인도 <쪽배>의 동인입니다. 2004년부터 활동했으니까 2014년 올해로 만 10년을 넘기게 됩니다.
<쪽배> 동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 써 온 작품을 돌려 가며 읽고 합평회를 합니다. <쪽배> 동인들이 작품을 보는 눈이 무척 날카롭다는 것은 이미 널리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무려 50년이 넘도록 동시조를 써 온 분도 계시니까요.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 달은 자신감이 넘치고 목소리도 커집니다만 그렇지 못한 달은 깊은 절망감과 자책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한 달에 작품 한두 편 쓰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두 달이라면 좋은 작품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몇 년씩 계속되면 동시조를 쓰는 일이 생활의 전부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남처럼 직장 일 열심히 하고 가정도 보살피고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시간에 쫓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으로 발상의 전환과 표현 미학을 획득한 격조 높은 작품을 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피를 말리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종헌 시인도 그렇게 10년을 보냈습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대구에서 서울까지 기차 타고 올라와서 합평회에 참석하고 밤늦어 막차 시간에 쫓기며 내려가기를 10년이나 계속하면서 쓴 수많은 작품 중에서 우수작 52편을 골라 첫 동시조집을 펴내는 것입니다.

2
<뚝심>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나름대로 독특한 사랑법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아들로 피를 이어받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자녀를 아끼는 마음을 요란하게 말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 행동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을 보여주고 있기에 시적 화자는 부모님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향한 절대적인 지지와 변치 않는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건 틀림없지만 무조건 관대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강하고 굳세게 자라기를 원하기에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면 도와주지 않고 그대로 두기도 합니다. 스스로 헤쳐 나가라는 것이지요. 날씨까지도 봄이라고 따듯한 날만 계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꽃샘바람 불고 봄눈이 내립니다. 적당한 추위는 새싹을 굳세게 자라게 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이런 생각과 행동이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에게는 아주 익숙한 아날로그적 사랑법이지요.
그럼 먼저 할아버지의 마음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걸작이 아닌데도/ 걸어 두고 싶었나 봐요// 수행평가 연습으로/ 내가 쓴 ‘입춘대길’// 몇 번을/ 다시 읽는 할아버지/ 목소리는 벌써 봄볕// ‘건양다경’ 짝을 지어/ 대문 앞에 붙이시는// 할아버지 이맛살에/ 가득 넘치는 봄 햇살// 우리 집/ 새봄은 너라며/ 추켜세우는 할아버지
?<입춘방> 전문

요즘은 민속 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옛날에는 입춘이 되면 집안의 제일 어른인 할아버지가 큰 대문 양쪽에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을 붓글씨로 써서 붙였습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전하는 새봄의 메시지였지요.
손자인 나는 공부 시간에 쓴 ‘입춘대길’ 붓글씨가 대문에 붙일 정도로 잘 쓴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내가 쓴 ‘입춘대길’의 짝을 맞춰 ‘건양다경’을 쓰고 이것을 대문 양쪽에 나란히 붙였습니다. 집안의 대를 이을 손자가 이렇게 똑똑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손자가 어찌 모르겠어요. 이런 가족이니까 집안 가득 봄 햇살이 넘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까요. 봄 햇살은 희망과 행복의 다른 표현이지요. 그래서 할아버지도 시적 화자인 나에게 “우리 집 새봄은 너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할머니 역시 할아버지 못지않게 손녀를 사랑합니다.

손녀딸이 두고 간/ 공깃돌 다섯 알을// 염주인 듯 굴리다가/ 훌쩍/ 한 번 던져 보곤// 혼자서/ 빙긋 웃으며/ 전화기 옆에 놓아둔다.
?<할머니> 전문

할머니는 손녀딸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눈에 밟히나 봅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이 두고 간 공깃돌을 굴리고 또 훌쩍 한 번 던져 보고 전화기 옆에 놓습니다. 손녀딸을 보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어쩌면 할머니는 손녀딸에게 전화를 걸어 공깃돌을 찾아 놓았다고 하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손녀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것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베풀어주는 이런 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 합니다. 옛날에 대가족 제도의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녀를 엄하게 길렀습니다. 자녀가 장차 집안의 대를 이으려면 웃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모범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야 할 공부도 많았고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도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님은 자녀에게 원하는 것도 많았고 꾸중할 때도 많았습니다. 이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옹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손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엄격한 사랑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자한 사랑 속에서 조화와 균형 감각을 지닌 원만한 성격을 가진 어린이로 자라났던 것입니다.
그럼, 아버지는 어떨까요. 오늘날 아버지는 웬일인지 지치고 힘들어 보입니다.

흔하고 흔한 봄꽃/ 개나리도 못 본 채// 늘, 구겨진 작업복을/ 툴툴 털어 입던 아빠// 오늘은/ 달력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말이 없다.// “미안해, 일요일인데,/ 또 약속을 못 지켜서……”// 문 앞에 선 나를 보는/ 아빠의 눈이 빨갛다.// “아직도/ 새로 필 꽃들/ 많이 남았잖아요, 아빠.”
?<괜찮아요, 아빠> 전문

아빠가 많이 미안해합니다. 일요일 날 놀이 공원에 데리고 가주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게 되었으니까요. “구겨진 작업복을/ 툴툴 털어 입던 아빠”를 보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나라고 아빠를 모를 리 없지요. 그래서 아빠를 위로해 줍니다. 이때 아빠를 위로하는 말이 참 인상적입니다. “아직도/ 새로 필 꽃들/ 많이 남았잖아요, 아빠.” 하고 말입니다. 어때요? 참 멋지지 않나요? 시적 화자가 생각도 깊고 시적 자질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아빠의 지친 모습은 가족들을 슬프게 합니다. 그러나 아빠는 어떤 경우라도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아빠를 가족들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제는 엄마를 살펴볼까요?

이윽고, 수술실로/ 동생을 들여놓고// 날개 접은 나비처럼/ 오도카니 앉은 엄마// 염주알/ 꼭 거머쥔 손/ 법당이 따로 없다.// ‘수술 후 회복 중임’/ 전광판 안내 글씨가// 말소리 뚝! 끊어진/ 대기실을 밝히자// 눈 감고/ 입술 달싹이던 엄마/ 울먹이듯 웃었다.
?<수술실 앞에서> 전문

동생의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기를 비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합니다. 동생은 무슨 일로 수술을 받게 되었을까요? “날개 접은 나비처럼/ 오도카니 앉은 엄마”나 “눈 감고/ 입술 달싹이던 엄마/ 울먹이듯 웃었다.”는 구절을 보면 아마도 큰 수술을 받은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수술이 잘된 것 같습니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지극정성으로 자식 위해 사는 엄마를 생각하니 문득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럼, 어른들의 눈에 비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누나는 항상 “졸음 쫓느라 부은 듯한”(<달무리> 일부) 눈으로 지냅니다.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잠도 못 자면서 밤늦도록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누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동생은 항상 웃음을 안겨 줍니다. “야단맞고 뭉친 숨을/ 꺼억 꺽 삼키다가// 할머니 웃음 눈길/ 살며시 닿는 순간// 요란한/ 울음을 터뜨리는/ 동생 같은 산벚꽃.”(<닮은꼴> 첫 수)을 보면 할머니가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며 억지로 우는 동생의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매일 어리광만 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손자가 사 온/ 귤을/ 머리맡에 두었다가// 담배 생각 날 때마다/ 하나씩 집어 든다”(<할아버지와 귤> 일부)에서는 할아버지께 담배 끊으시라고 귤을 사다 드리고요. “절 할 때마다 킥킥대던/ 장난꾸러기 동생이// 오늘은 삼촌 빈자리에/ 점잖게 가 앉는다”(<할아버지 제삿날> 일부)에서는 어느새 몰라보게 의젓해진 동생을 보게 됩니다.
그럼 나는 어떤가요. “나처럼/ 쓰러질 힘 다해/ 벙글벙글 꽃 피웠다.”(<꽃봉오리> 일부)는 구절에서 짐작할 수 있는데요, 어떤 어려운 경우라도 쓰러질 힘을 다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어때요, 믿음직하지 않나요?
그러면 지금까지 살펴본 이 동시조집에 나오는 자녀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누구 한 명도 모자람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나는 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요, 동생은 어리지만 의젓합니다. 나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고요. 부모님에게는 자녀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자녀들이 이처럼 잘 자랄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그것이 바로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3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온실이 아니라 바람 불고 비 몰아치는 거친 들판입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햇빛도 말라붙은/ 거뭇한 논을 갈며// “쌀만은 지켜 준다니/ 한 번 더 해 보자, 응?”// 아버지/ 그 목소리에/ 살아나는 흙빛 봄빛.
?<봄맞이> 전문

<한미 FTA 협상 후 2>라는 부제가 붙은 시 <봄맞이>입니다. FTA, 즉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에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쟁력이 있는 상품은 다른 나라에 많이 팔 수 있지만 경쟁력이 없는 상품은 정반대가 되겠지요. “햇빛도 말라붙은/ 거뭇한 논”은 FTA를 체결하면 우리나라의 농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아버지가 걱정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아주 절망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쌀만은 지켜 준다니/ 한 번 더 해 보자, 응?” 하고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내보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곧 이 땅을 지키는 농부의 마음인 것입니다.

소 돼지 수 만 마리/ 또 살처분한 뉴스에/ “지장보살, 지장보살…….”/ 더 크게 외는 할머니// 창밖엔/ 펄펄 날리는 눈송이/ 온 마을을 덮는다.// 축사 뒤편 저 언덕에/ 웃던 소를 묻었다며/ 손등으로 눈을 씻는/ 아저씨 울음소리// 할머니/ 독경 소리도/ 덩달아 울먹울먹.
?<또> 전문

지난 2010년을 눈물로 얼룩지게 만든 그 처참했던 구제역 사태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해 350만 마리의 가축을 땅에 묻었습니다. 그때 신문 기사의 한 구절을 보면 “하늘도 땅도 울고, 매몰 처분하러 간 공무원도 울고, 그걸 지켜보던 농장주도 울었”다고 했습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반경 2~3km 안에 있는 가축은 모두 산 채로 땅에 파묻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장 주인과 공무원은 물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았지요. 그럼에도 모든 것을 덮겠다는 듯 무심한 눈송이는 휘날리는데 살처분 당한 가축들의 슬픈 원혼을 달래 주려는 할머니의 독경 소리가 가슴을 파고듭니다. 할머니는 부처 없는 세상에서 중생을 교화한다는 지장보살께 불쌍한 짐승들의 원혼을 구원해 달라고 빌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할머니 독경 소리도 덩달아 울먹울먹” 한다고 했으니 그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요. 할머니는 허망하게 죽어 간 짐승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긴 염주를 꼭 거머쥔/ 큰엄마 같은 아줌마들// 법당을 가득 메우는/ 애타는 기도 소리// 탑 아래/ 뜀뛰던 낙엽도/ 조용조용 염불 외네.// 두 눈을 감은 채로/ 조는 듯이 앉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귀를 여는 부처님// 그 소리/ 불경이 아닌데도/ 귀담아 들으시네.
?<수능 기도> 전문

수능 앞둔 자녀를 염려하는 아줌마들이 염주를 거머쥐고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환하게 보입니다. 얼마나 절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으면 뜀뛰던 낙엽도 조용조용 염불을 외우고 불경이 아닌데도 부처님이 귀를 연다고 했을까요? 엄마들의 기도는 자녀가 세상의 어떤 난관이라도 헤치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무기교의 기교로 진솔한 표현이 큰 감동을 안겨 줍니다.

4
이 시집에는 어린이 독자들이 여러 번 읽어야 이미지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도 몇 편 들어 있습니다. 단순 명쾌성을 특징으로 삼는 아동문학 작품으로서 문제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기상대도 눈치 못 챈/ 황사 먼지 습격에// 막 피어난/ 여린 꽃잎/ 눈물이 찔끔 돈다.// 하늘도/ 제 빛깔 잃고/ 안쓰러워 울먹인다.// 재채기를 터트리며/ 눈망울을 비비다가/ 희디 흰/ 꽃 거품을/ 벙글벙글 풀어낸다.// 해종일/ 숨이 차도록/ 연신 하늘을 닦으며.
?<벚꽃> 전문

봄 오면 누구나 벚꽃이 피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한 황사가 몰아쳐서 새봄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망쳐 놓고 말았습니다.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 돌았지요. 그런데 둘째 수를 보니까 황사 먼지 습격에도 벚나무가 기어코 꽃을 피웠습니다. 역경을 이겨내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벚나무는 마침내 “희디 흰/ 꽃 거품을/ 벙글벙글 풀어내”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김종헌 시인이 아주 섬세한 필치로 감각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해종일/ 숨이 차도록/ 연신 하늘을 닦으며.”를 읽으면서 눈감고 떠올려 보세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나는 벚꽃 이미지를요. 참 아름답습니다. 김종헌 시인은 이처럼 표현 미학을 획득한 동시조를 추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종헌 시인은 의외다 싶을 정도로 아주 섬세하고 예리한 시적 감수성을 갖고 있습니다. 세밀한 필치로 그려내는 사물의 이미지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김종헌 시인의 작품을 한 편 한 편 마음에 새기면서 읽으면 아름다운 이미지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게 됩니다.
이외에도 빛나는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이 많습니다. <비탈길>에서 “햇병아리 떼같이/ 종종걸음 치는 햇살들”과 “혓바닥/ 샛노랗게 내민/ 달개비 꽃”을 볼 수 있고 <달무리>에서는 “짓누르듯 씌운 구름을/ 감싸 안은 둥근 달빛”을 봅니다. <샤프심>에서는 “엄마의 쓴소리를/ 잘라 내는 샤프심”을 보게 되고요. 김종헌 시인이 추구하는 표현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김종헌 시인은 “동시조도 시다.”라는 입장에서 문학 작품으로서의 동시조를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두 번째 특징으로는 자연과 사람 또 사람과 사물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어린이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표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덜 녹은 눈 속에 핀/ 복수초 두어 송이// 거뭇한 산비탈을/ 노란빛으로 밝힌다// 조그만/ 부엌 등 하나로/ 새벽을 여는 엄마처럼.
?<복수초> 전문

“조그만/ 부엌 등 하나로/ 새벽을 여는 엄마처럼”이라고 비유함으로써 눈 속에 핀 복수초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겪은 일상의 경험으로 사물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눈 덮인 산속에서 차갑게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어머니가 켜는 부엌 등불처럼 따듯한 이미지를 가진 복수초로 피어납니다.

친구들이 웅성웅성/ 내 주위를 둘러싸도// 유리창에 척 붙어/ 서먹하기만 한 내 눈빛// 상큼한/ 흙냄새 못 잊어/ 핼쑥해진 저 나무처럼.
?<이사 온 첫날 3> 전문

이사 와서 친구들과 못 어울리는 시적 화자를 “상큼한/ 흙냄새 못 잊어/ 핼쑥해진 저 나무처럼.”이라고 비유합니다. 그럼으로써 시적 화자의 서먹한 마음을 실감나게 표현합니다.

하얀 꽃 무리 속에/ 보라 꽃도 드문드문// 어깨를 부딪치며/ 활짝 웃는 도라지꽃// 그 꽃밭/ 꽃물결 속에서/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얼굴빛이 검어서/ 낯가리던 영준이가// 꽃물결 넘실대듯/ 더불어 어깨 겯고// 오늘은/ 스스럼없이/ 하얀 이를 드러낸다.
?<체험학습 날에> 전문

하얀 꽃 무리 속에 드문드문 피어 있는 보라 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겉으로는 보라색 도라지꽃을 가리키고 있지만 사실은 얼굴이 검은 영준이를 비유한 것이지요. 그런 영준이가 “꽃물결 넘실대듯/ 더불어 어깨 겯고”에 이르면 온전하게 하나가 되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 어린이들과 영준이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된 것처럼 자연과 사람도 둘이 아닌 하나가 됩니다. 이와 같이 세상과 자아가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은 동심의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영준이가 “스스럼없이/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을 때 우리의 마음도 활짝 열리게 됩니다.
이외에 <버려진 화분에서>, <꽃망울>, <닮은꼴>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이런 표현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김종헌 시인이 즐겨 사용하는 비유법의 특징입니다. 어린이가 직접 겪은 생활 경험을 보조관념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린이에게 친숙한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5
김종헌 시인은 어린이의 눈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족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리사랑을 베풀어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족을 보살피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시적 화자인 나와 동생과 누나 이렇게 3대가 모여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지요. 이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 집에 살고 있지 않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는 언제나 다녀가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심리적 거리는 한 집에 사는 것처럼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의 어른들은 전통적 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집 안에는 항상 웃음이 넘쳐 납니다. 하지만 시적 화자인 나는 잘 압니다. 가족들이 누리는 이 평범한 행복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한 결과로 얻어진 것인가를 말입니다.
김종헌 시인이 이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몇 작품에서도 보입니다만,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일진’ 같은 학교 폭력배를 비롯하여 가족 해체, 자살 등 각종 사회 병리 현상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를 지켜 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해진 것입니다. 김종헌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가족의 의미와 각자의 역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김종헌 시인이 고도의 표현 미학을 획득한 동시조를 일관되게 추구해 오고 있는 까닭은 문학적 감동이 담긴 가족애를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가족의 의미를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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