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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동시/동요
· ISBN : 9788985677967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0-10-08
책 소개
목차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8
봄―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농기구 요양소•15 북삽•17 다래끼•18 써레•21
달걀 망태•22 쟁기•25 잿박과 고무래•26 으뜸이 똥장군•29
귀때동이•30 곰방메•33 오줌통 바이킹•34
여름―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도롱이•37 똬리•39 호미 선수들•40 밭호미는 슬퍼•42 두레박•44 대패•46 바가지•47 바쁜 탈곡기•49
라온 도리깨•50 농약 살포기•53 다른 생각•54
물펌프•55
가을―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늘찬 삼태기•59 낫•60 물풀매•63 산다라 발채•64
주리 디딜방아•67 키•68 절구•70
찬비 내리기 전 바쁜 전지•73 풍구•74 뒤주•77 맷돌•78 씨앗통•81 노래하는 망태•82
겨울―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
통꽃 갈퀴•85 작두•86 확독•89 나무망치 떡메•90
구유와 여물 바가지•91 썰매•92 되•95 멍석•96
국수틀이 국수에게•97 짚신•98 새끼줄과 가마니•99
숫돌•100 겨울 방학•102
▸우리 함께 ‘농기구 시’를 읽었어요•104
▸동시 속 순우리말 공부•106
▸농기구 이야기•108
리뷰
책속에서
논밭 갈던 써레 할아버지
콩밭 매다 허리 ㄱ자 되신 호미 할머니
논두렁 밭두렁 풀 베다 이 빠진 낫 아저씨
곡식 패던 도리깨
무엇이든 억척스레 담기만 했던 삼태기
무거운 짐 나르다 주저앉은 지게
지금은 농업박물관
유리관 속에서 쉬고 있다.
오늘은 입춘立春
평생, 일했으니
좀 쉬셔도 됩니다.
입춘立春_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날.
양력 2월 4일 무렵.
―[농기구 요양소]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_어린 농부가 짓는 시 한 그릇
몇 년 전부터 부쩍 우리 풀?우리 떡?우리 민속놀이 등 우리 것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선조들의 얼이 담겨 있는 까닭이지요. 그 정신의 줏대를 배우고 익혀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해요. 또한, 전통문화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깨달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뜻에서 몇 년 전부터 우리 농기구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손품?발품을 팔며 자료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농업박물관에 가서는, 평생 농사만 짓다가 유리장 속에 앉아 있는 농기구를 보니 맘이 짠했어요. 마치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들처럼요……. 한 톨의 쌀이 들판에서 자라 우리 식탁으로 오기까지 농부의 땀과 함께 동역자처럼 언제나 희생하는 ‘농기구’였으니까요.
농기구는 농부와 한 몸이라고 해요. 함께 땀 흘리고 더불어 조금씩 닳아 가는 한 식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에요. 예전의 농부는 농사짓는 일뿐 아니라 농기구를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었으며, 그것은 곧 그들의 생활 일부이기도 했어요. 농부들은 지게 한 틀을 쳐내면서도 여느 공예가 못지않은 기쁨과 보람을 맛보았을 거예요. 분신처럼 여겨, 늘 귀하고 깨끗하게 갈무리했고, 농기구를 고루 갖추려 애썼어요. 우리 농기구가 형태에 따른 다양함 못지않게 풍부한 부분 명칭을 지닌 것도 그에 대한 지극한 애착의 결과라 해도 넘치는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재래 농기구가 사라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부분 명칭마저 희미해지는 것은 겨레말의 내일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어릴 적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할머니와 엄마를 도와 밭으로 달려가곤 했어요. 서툰 호미질로 고구마 살을 찍고 잡초를 뽑으려다 그만 콩 순을 건드리기도 하면서, 어린 농부로 시간을 내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한숨이 나올 때도 있었어요. 워낙 부지런한 할아버지 덕분에 농사지을 땅이 제법 많았으니까요. 아버지는 직장이 농협이라, 아침 일찍 밭에 나갔다가도 이내 가셔야 했으므로 농사는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어린 우리 남매들의 몫이 되곤 했지요.
그래도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분홍색 참깨꽃이 가지에 줄줄이 피면 그것을 뽑아 빨아 먹기도 하고 깨꽃을 불기도 했어요. 들깻잎이나 콩잎을 따면서, 우리는 ‘이것이 색종이면 좋겠다.’ 생각하고, 할머니는 ‘이것이 돈이면 좋겠다.’ 하시던 추억도 떠올라요. 고된 농사일 뒤에 새참으로 먹던 칼국수랑 시원한 미숫가루, 우물 속을 둥둥 떠다니던 통통한 우리 집 참외 맛! 그 모든 것이 농부의 땀과 농기구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해요.
손마디마다 풀물이 들었던 할아버지?할머니 그리고 엄마, 이제는 모두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그분들과 함께한 일들이 오늘도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마트에서 사 먹는 밥이 아니라,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짓는 부뚜막의 시간을 떠올리며 농기구에 대한 시를 썼습니다. 이 시집을 읽으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힘을 내는 어린이들이 많다면 좋겠습니다. 햄버거?피자 대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 한 숟가락과 갈치구이 한 점을 김에 싸서 먹어 보세요. 불끈! 힘이 솟을 거예요.
입추立秋 날 아침에 김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