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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87578484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9-03-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사색
도달할 수 없는 성 / 화이트의 전율 / 신의 손, 인간의 손 / 자동차 운전과 감시카메라 /
기차가 만든 풍경 / 햇빛과 바람의 나무 / 기억의 얼굴 / 피라미드의 변형 / 이미지와 텍스트
제2부: 일상
제라늄과 할아버지의 국화 / 집, 생활의 그릇 / 접부채와 선면화 / 우연한 그림 /
왕의 패션 / 저물녘 운동장 / 약수터의 키치 / 보이지 않는 조각 / 기억의 시간
제3부: 여행
피렌체에서 길을 잃다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쿠르베를 따라서
참고문헌
도판목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마네가 그린 작은 정물화를 보고 전율을 느낀 적이 있다. 그 정물화는 단지 꽃 두 송이를 표현한 것이었는데, 큰 붓질로 쓱쓱 대충 그린 것처럼 보였다.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아 그냥 하얀 물감 덩어리가 엉겨 붙은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 꽃이 무슨 꽃인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려도 우리의 머릿속에선 불완전한 시각정보를 재구성해 사물을 파악한다는 것을 마네는 잘 이해했던 것이다.
그의 노트는 페이지 하나하나가 글과 그림이 융합된 나름대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다루는 재주를 가지고 의료활동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잘 활용하고 있었다. 아마 그는 오래 전부터 이 방법으로 공부를 하면서 사물을 파악하는 정교한 눈과 손을 키웠을 것이다. 이런 표현력이 그가 외과의사로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작품이란 계획하고 매만지고 정성을 들인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해지지 않는다는 것,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우연한 사물이나 행위에서도 미적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긴 점이라고나 할까. 현대미술은 자동기술법이다 비정형이다 해서 무의식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에서 창의성을 도출하는 경우가 흔하다. 20세기 초, 칸딘스키가 맨 처음 추상화를 하게 된 것도 우연한 발견이라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