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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89863014
· 쪽수 : 10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 이번 생일엔 케이크 대신 수박을 통째로 사주세요.”
라고 부탁했을 때도
“냉장고에 안 들어가니까 안 돼.”
라고 간단히 거절해버렸다.
한밤중에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서 냉동식품이 다 녹아 엉망이 돼버린 적도 있다.
“18일까지라고 씌어 있으니까… 오늘까지겠네? 이 특별 할인.”
엄마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잘 들리게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빠가 갑자기 신문을 탁, 소리 나게 접었다. 나와 엄마는 나란히 아빠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참에 새 걸 사자.”
“정말? 그래도 돼?”
엄마는 대번에 싱글벙글.
“야호!”
나도 손뼉을 짝짝짝.
그런데, 다음 날 사건이 일어났다.
저녁때 엄마가 부엌에서 나를 불렀다.
“잠깐만 준이야, 고등어 못 봤니?”
“고등어라니, 무슨?”
“왜 있잖아, 고등어 말야. 생선. 아까 요 앞 슈퍼에서 사왔거든. 지금 요리하려고 하는데 안 보이잖아. 분명 여기다 넣어뒀는데.”
엄마는 냉장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안을 휘젓고 있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엄마?”
“그래, 그렇겠지. 네가 생선 따윌 가져갈 리가 없지.”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참 이상하네.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내가 깜빡 하고 슈퍼에 그냥 두고 왔나?”
결국 고등어는 찾지 못했고, 그 날 저녁은 계란찜을 먹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봐, 문을 열 때는 노크 정도는 하는 게 예의라는 것도 모르시나? 아이구, 아파라.”
펭귄은 허리께를 문지르면서 나에게 따지고 들었다.
“어, 어, 어떻게 우리 집 냉장고에 펭귄이 들어 있는 거지?”
“뭐라구? 웃기는군. 이건 우리 집이야. 잘 봐. 이렇게 문패도 붙어 있잖아.”
펭귄은 날개를 흔들며 문 쪽의 펭귄 상표를 가리켰다. 그러고 나서 새치름한 얼굴로 오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사각.
“그럼 생선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도…”
“그래, 바로 이 몸이지.”
펭귄은 쉽게 인정했다. 사각사각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