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 깃든 기도

사로잡힌 새

폭풍 속으로

루페, 소녀를 만나다

날개와 기도만으로 루페는 동트는 새벽하늘을 솟구쳐 올랐다. 주변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인 해돋이가 생명의 섬을 찾아 나서는 루페를 반겼다. 물론 아직은 뭍 한복판에 있는 몸이지만, 그래도 루페는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루페는 넓은 바다를 향해 날았다.
아래를 내려다 본 루페는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언덕, 작은 개울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지구는 인간들이 만든 커다란 둥지들로 뒤덮여 있었다. 나무들은 죽어가고, 언덕들은 평평하게 깎이고, 개울들은 말라갔다. 무수히 많은 인간들은 둥지를 짓고, 넓고 단단한 길을 만드느라 지구의 살갗에 흠집을 냈다.

- 본문 66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