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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명상/수행
· ISBN : 9788991508552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5
1부 구름: 생각을 일으키는 그림자
홀로 가십시오 14
정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다 19
유리 항아리를 안고 산으로 가다 23
모자라서 넉넉하다 28
임종을 위로하는 방법 31
무한을 엿보는 구멍 37
This is Love 41
사형당한 지옥의 왕 46
신미대사와 소리글 50
진실보다 아름다운 전설 54
문수보살을 친견하다 58
오! 왕오천축국전 62
오리를 살리고 나라를 얻다 67
삶보다 슬픈 꿈 71
테레사 보살 75
제발 빨리 죽어주세요 80
자식이라는 상전 84
신이 없으면 또 어떤가 88
2부 비: 마음의 밭을 적시는 소리
비구니 스님의 수다 96
속세에 들켜버린 절 102
생각의 활 107
승려 틱낫한 110
시간은 결코 가지 않는다 115
보시는 상속된다 119
소태산을 생각하다 125
투명한 스님 고우 130
다시, 고우 스님 133
모두가 혼자다 140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145
해를 등지고 사는 해바라기 149
멀어질수록 보이는 세상 155
무여 스님의 조용한 사자후 160
늙어가는 즐거움 163
내금강 주마간산 168
손가락을 불태운 혜국 스님 175
3부 강: 바다로 가는 여정
극락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다 180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186
낯선 이의 재灰를 맞다 193
중독되는 종교 200
전생이 현생을 낳는다 205
‘왜’라는 물음이 거부되면 죽은 진리다 211
신新 삼독三毒 215
정무 스님과 함께 | 보드가야 221
기도하듯 기도하라 227
소리를 보는 보살 232
불붙는 집의 문은 좁다 240
색즉시공에 혹을 달다 245
사구게 250
삼배三拜 고考 257
불교란 무엇입니까 263
100번째 하루출가 270
이삭을 줍다 278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무리를 지었다. 같은 직장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우리는 전국의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위치한 산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이 여행을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출가’라고 부르게 되었다. 길을 따라 여행을 하다보면 목적지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버스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갑절 이상 길었다. 그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시켰다. 처음에는 서툴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흔들리는 버스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말도 다듬어졌다. 내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솔직히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소박하기만 하였으나, 듣는 사람들은 그것을 ‘생활법문’이라 부르며 좋아해주었다. | 본문 6~7쪽, 책 머리에 |
1부 구름: 생각을 일으키는 그림자
그날 나는 은행을 그만둔 뒤 처음으로, 그것도 뜻하지 않게 혼자 걸어야 했다. 내 나이 쉰여섯. 누구에게 말을 걸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도 가슴을 짓누르는 울분과 허무를 어금니 사이로 토해내면서 쉬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땀이 살갗을 비집고 나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내 것이 쏟아져서 산과 섞인다. 거친 심장 고동을 감내하며 풀무질해대는 허파와 후들거리지 않는 두 다리가 새삼 고마웠다. 매봉바위에 걸터앉아 과천 쪽을 바라보면서 아내가 싸준 김밥을 먹었다.
혼자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이 더 많이, 더 멀리 눈에 들어왔다. | 본문 15쪽, 홀로 가십시오 |
어느 유명한 선승이 말하기를, ‘홀로’라는 말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채 순수하고 자유롭게,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당당히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나는 홀로 된 덕택에 ‘홀로 가라’는 좌우명 하나를 얻었다. | 본문 18쪽, 홀로 가십시오 |
처음으로 동행하는 손님들은 직장에서 세 번째로 잘려 나온 사람들이었다. 50대에 잘린 우리와 달리, 이들은 40대였다. 아직 조직의 허리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야 할, 할 일이 많은 인재들이다. 자녀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깨 무거운 가장이기도 하다. 그들도 그간 두 차례의 감원을 피해나가면서 안도했겠지만, 그 안도는 잠시의 유예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아무도 그들을 보듬거나 위로해줄 수 없었다. 그들과의 동행은 유리 항아리를 지고 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 본문 24쪽, 유리 항아리를 안고 산으로 가다 |
항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당연한 현실을 이해하기 때문에 참석을 못하고도 회비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거의 매번 한두 사람이 특별 보시금을 낸다. 어떤 이는 떡과 물을 개인 부담으로 자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점심 식대를 단독으로 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별 예고 없이 음료와 과일, 간식, 사탕 등을 가져와서 나누어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여러 해를 지내면서 셈을 해보면 신기하게도 저축한 통장의 잔고는 결코 줄지 않고, 매번 먹을 것 마실 것이 넘친다. 방문하는 절에서나 길에서나, 운전기사에게도 야박하지 않게 생색까지 내면서 모임이 운영된다. | 본문 29쪽, 모자라서 넉넉하다 |
얘기가 끝난 것은 산청을 지날 때쯤이었다. 길 옆으로 푸른 남강의 지류가 흐르고 봄꽃들이 흐드러졌는데, 일행 중 몇 명은 가느다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미 중년을 훌쩍 넘겨 삶의 곤곤함을 겪어보았기 때문일까. 봄의 화사함 속에서도 겨울의 황량함을 보는 연민을 나누었다. | 본문 74쪽, 삶보다 슬픈 꿈 |
태어났으니까 죽음이 있는 것처럼, 낳았으니까 성가시게 하는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말이다. 자식 때문에 일어나는 걱정과 분함은, 키워주고 공부시켜준 것으로 채권·채무가 다 상쇄했다고 정리하자. 제대로 자식 노릇하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부모 노릇 잘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에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낳는 일은 아무나 하지만 좋은 부모는 아무나 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나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이 우리가 불법을 공부하는 요체다. | 본문 86쪽, 자식이라는 상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