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바다 건너기

우리 모두는 잃는다. 사라지고, 증발해 버린다. 젊은날의 용기와 격렬함, 무작정의 격노와 방종. 순간에 일백 퍼센트를 사는 강렬함. 그것은 틈새로 새어나가는 물처럼 우리로부터 빠져나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의 틈새다. 생명 보험과 주택 담보 대출이 시작되는 순간, 혹은 정기 검진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순간, 그 과정이 시작된다. 따뜻한 목욕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아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겨날 때 그 과정이 시작된다. 충동보다 안전을. 흥분보다 안정을.

나는 마음 한 구석으로는 그런 변화를 증오했다. 단순히 나이 든다는 것이 아니라 온순해진다는 것을, 너무나 많은 것에 예의를 차리고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해지고 열의가 없어지고 회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단지 태도가 불량하고 눈빛이 곱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 남자를 때려눕히는 소년이 나는 은근히 좋았다. 주먹질에 동참하고 싶기까지 했다. 그것을 인정하는 게 창피한가? 전혀 아니다. - 본문 7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