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낙인

서문
제1장 이상한 거인
제2장 영화적인 연대기
제3장 그 남자의 이상한 여자(들)
제4장 거인의 목소리

김기영 감독이 직접 뽑은 나의 영화 베스트
필모그래피 1955-1998

돌아가시기 전날 아침, 김기영 감독은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영화를 사랑하는 젊은 후배들의 열정에 대해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다. 평소 면전ㅇ서는 과묵했던 터라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악녀'의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 또 다른 프로젝트 '아라리 전설'도 있다. 곧 놀라운 걸작을 보여줄 것이다. 나에 대한 젊은 친구들의 기대에 멋지게 보답할 것이다. 하하하"라고 답했다. - 본문 15쪽에서

김기영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남자와 여자의 성을 매개로 한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때의 성이란 섹스이며 동시에 화폐를 대체하는 교환가치이기도 하다. 쾌락으로서의 섹스는 곧 종족보존의 욕망으로 치환되면서 서로 다른 계층의 계급 이동을 매개하는 정치적 투쟁으로 변한다. 이 투쟁에서 무기가 되는 것은 당연히 여자들의 몸이다. 그런데 이 몸이 각종 질병을 동반하거나 불구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 본문 10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