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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454504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0-09-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Buen Camino”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01~54
“Namaste.”
당신을 있게 한 모든 것에 경배를 01~51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직 절반도 못 갔는데 하루에 7유로도 안 하는 숙박비조차 낼 돈이 없으니 눈앞이 깜깜하다.
‘이제 당장 내일부턴 느끼한 참치조차 못 먹는 건가? 코골이 합주에 잠을 설쳤던 불편한 2층 침대조차도 누릴 수 없는 거야? 아아, 안 돼!’
낙담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방법을 궁리한다.
첫째, 돈 많은 여자를 꼬셔서 제대로 빌붙기. (대부분의 여자들이 나보다 5cm는 클 듯한데.)
둘째,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돈을 송금받기. (아차, 송금받을 수 있는 카드도 없다…….)
셋째, 순례자에게 돈을 빌리기. (같은 순례자 처지에 양심상 그럴 순 없지…….)
넷째, 돈을 벌기. (그래, 사실 이 방법밖에 없다.)
혹여 돈이 쪼들리면 공연을 해볼까 하고 스치듯 떠오른 생각에 챙겨온 분장크림과 흰 면장갑이 이젠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울고불고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건다면 나를 어떻게든 구제해 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생장에서 한 할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처럼
이젠 조그마한 행운이 절실한 때.
- 산티아고 #19 중에서
경찰이 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어쩌지 하는 떨림, 돈을 많이 벌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설렘……. 머릿속은 수만 가지 감정들이 뒤엉켜 요동친다. 고개를 쭉 빼 주위를 살펴보자 둥근 광장을 포위하듯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레스토랑과 바(bar) 등 곳곳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단 생각에 긴장이나 두려움 따위는 애써 팽개치고 서둘러 공연을 준비했다.
후……
마치 광장 한가운데서 발가벗고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냥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애써 태연한 척 사방을 쭈욱 돌아보며 가벼운 인사를 했다. 광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 나를 발견한 사람은 손을 흔들며 내 인사에 답례를 해주는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제대로 눈에 뵈는 건 없다. 쿵쾅거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고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어물거리는 꼴이 말이 아니다.
후우…… 후우……
- 산티아고 #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