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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국내 여행에세이
· ISBN : 9788994820514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9-10-14
책 소개
목차
*머리말 …4
1장/ 전라남도 삼남길
* 사색의 길 …19
동창사거리/세지우체국/덕산마을/성덕산/백룡산 임도길/화산마을/선암마을
* 배꽃길 …27
정렬사/금성산 둘레길/나주향교/한수제/만봉천/동창교
* 메아리길 …35
천황사 입구/기찬묏길/영암성풍사지 오층석탑/영암군청/매일시장/덕진면사무소/선암마을
* 평온길 …45
운평마을/송산유원지/장성천/노안역(노안누리길)
* 산내들길 …52
달마지마을/월하마을/백운동 정원/월남사지3층석탑/누릿재/사자저수지
* 동백길 …62
영랑생가/소공원/보은산 숲길/고성사/보은산방/솔치고개/금당마을/백련지/성전면소재지
* 함께하길 …70
다산수련원/다산초당/백련사/춘곡마을/초동마을/강진읍 소재지
* 리온길 …81
다산수련원/향촌리마을(명발당)/바다길2코스/가우도입구/관광해안로/논정마을
* 나들길 …88
사초마을/사내호/내동리 밭섬고분군/와룡리 짝우락샘/차경마을
* 행복길 …95
백양사역/성미산등산로/장성호 수변길/황룡강/장성벗꽃길/장성역
* 바람길 …101
장성역/월봉서원/임곡누리길/황룡강 누리길/송산유원지/운평마을
* 해들길 …108
서홍마을/이진마을/남창리 숲길, 신기저수지/차경마을
* 올망길 …114
서홍리사무소/신흥마을/영전백화점/점재/사구 버스정류장/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 처음 길 …120
통호리마을/도솔봉 약수터/산자락길/송호해수욕장(캠핑장)/갈산길/땅끝마을
2장/ 전라북도 삼남길
* 백양사역-입암면사무소 코스 …133
백양사역/원덕미륵불/갈재/군령마을/입암저수지/입암면사무소
* 입암면사무소-정읍시청 코스 …143
입암면사무소/보천교중앙본소/천원역/초삼봉/샘고을시장/정읍노휴제/각시다리터/정읍향교/정읍시청
* 정읍시청-태인터미널 코스 …155
정읍시청/성황산/북면/정읍시 제2청사/동진천/태인전적지/태인향교/태인터미널
* 태인버스터미널-원평장터 코스 …164
피향정/태인양조장/태인동헌/세현정/솟튼재/서남권 추모공원/원평장터
* 원평장터-이서파출소 코스 …173
원평장터/부평마을/금구향교/금구면사무소/이서휴게소/이서파출소
* 이서파출소-한국도로공사수목원 코스 …180
이서파출소/빙등저수지/설화공원/한국도로공사수목원
* 보석박물관-삼례역 코스 …189
보석박물관/석탑천/구암리/학동제/삼례문화예술촌/삼례역
* 삼례역-한국도로공사수목원 코스 …202
* 월곡마을-보석박물관 코스 …207
월곡마을/숲정이순교성지/여산성당/백지사터/여산동헌/여산향교/이병기생가/왕궁저수지/원수제
3장/ 충청남도 삼남길
* 은진면사무소-하도버스정류장 코스 …221
은진면사무소/은진향교/관촉사/부적면사무소/항월리보건소/하도버스정류장
* 하도버스정류장-경천버스정류장 코스 …228
하도버스정류장/명재고택/백일헌/노성향교/궐리사/충헌사/경천버스정류장
* 은진면사무소-마전1리 코스 …237
은진면사무소/연무대터미널/서재필생가/견훤왕릉/금곡서원, 김수남 정여/황화정/마전1리
* 임립미술관-공산성 코스 …249
임립미술관/화은교/이기원정려비/효포교/향덕비/공주대교/공산성
* 공주대교-석송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코스 …259
공주대교/금강철교/정안천/수촌들/석송초등학교 버스정류장
* 임립미술관-경천중학교 코스 …266
임립미술관/계롱면사무소/영규대사비/유평리/화마루천주교회/화현교/경천중학교
* 석송초등학교 버스정류장-무학2리 코스 …275
석송초등학교 버스정류장/광정삼거리/정안TC/사현천/차령고개/쌍령고개/무학2리
* 천안삼거리공원-쌍령리입구 코스 …284
천안삼거리공원/천안시 체육공원/구룡리/가송교/풍서천/쌍령교/쌍령리입구
* 천안삼거리공원-두정역 코스 …292
천안삼거리공원/굴울마을/동말교/천안향교/도솔광장/두정역
* 두정역-직산역 코스 …301
두정역/두정1교/천안오성고등학교/업성2교/직산역
* 직산역-안성천교 코스 …306
직산역/성환천/장천교/어룡교/안성천교
4장/ 경기도 삼남길
* 한양관문길 …315
인덕원 옛터(가자우물)/정부 과천청사/과천향교/온온사/남태령 표석
* 인덕원길 …325
인덕원 옛터/학의천/백운호수 입구
* 제3길 모락산길 …329
백운호수/임령대군묘역/오매기마을/사근행궁터(현 고천동 주민센터)골사그내/지지대비
* 서호천길 …339
지지대쉼터/해우재/이목2교/국립원예특작과학원/여기산앞/서호공원
* 중복들길 …345
서호공원/향미정/중보교/엣 수인선 철도/고색중복들공원/평리교/배양교
* 화성효행길 …354
배양교/용주사/화산저수지/신한이지엔아파트/세마교(뱅뱅이)
* 독산성길 …363
세마교/보적사/동탄어린이천문대/고인돌공원/은빛개울공원
* 오나리길 …377
은빛개울공원/물향기수목원/궐리사/오산천/맑음터공원
* 진위고을길 …385
맑음터공원/진위면사무소/진위향교/소백치/대백치/원균장군묘
* 소사원길 …398
안성천교/소사벌/대동법시행기념비/동부공원/통복천 /옥관자정/ (원균장군묘)
5장/ 서울시 삼남길
* 남대문-홍은사거리 코스 …411
남대문/서울시청/정동길/중명전/동의문터/경교장/홍난파가옥/서대문독립공원안산자락길/홍제천/홍은동사거리
* 남대문-고속버스터미널 코스 …426
남대문/와룡묘/석호정/남산둘레길/한양도성/매봉산공원/한강시민공원/반포대교/세빛둥둥섬/고속버스터미널
* 몽마르트공원-남태령비 코스 …435
몽마르트공원/서리풀공원/청권사/매봉재산/우면산/서울들레길/남태령비
* 홍은사거리-구파발역 코스 …441
홍은사거리/북한산근린공원/서울둘레길/북한산둘레길/장미공원/이말산/구파발역
저자소개
책속에서
전라남도 삼남길
6번 코스_ 함께하길 12km
다산수련원→ 다산초당→ 백련사→ 춘곡마을→ 초동마을→ 강진읍 소재지→ 영랑생가
2016년 6월 11일, 다산수련원
처음으로 혼자 걸어 보기로 하고 12시 정각에 다산수련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먼저 다산수련원을 올라가 구경했다.
강진군 도암면 만덕산 아래 다산의 목민정신과 청자의 비색이 빛나는 집 다산수련원, 이곳은 하늘이 내린 자연, 땅이 점지한 자리, 사람이 염원하는 삶(생활)의 조건을 갖춘 감동이 있는 집이다.
9년 만에 다시 와보는데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정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듯이.
마당에 있는 돌조각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산 정약용 말씀의 숲’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돌에 좋은 글귀들이 조각되어 서로 어우러져 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청렴한 선비의 돌아가는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조촐하다.
오직 독서만이 성현과 짝할 수 있고 백성들을 깨우칠 수 있다.
뜨거운 마음으로 세상 만물의 위험과 고통을 구제해주고 냉철한 눈으로 염량세태를 관찰하라.
세상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옳고 그름의 저울과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하나하나 읽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좋은 글귀에 즐거움이 2배가 되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요구되는 좋은 글귀로 마음에 다가왔다. 마음의 어려움이 있을 때 여기 와서 새겨진 글들을 읽는다면 누구나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또한 다산수련원은 사유의 텃밭, 감동이 있는 집으로 멋진 글귀가 나무에 새겨져 있었다.
유배의 쓸쓸한 세월이여,
삶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허나 당신의 말씀은 여전히 영롱하다.
저 돌 하나하나 푸르고 넉넉한 숲으로 무성해지면
그대 그리운 말씀도
봄날 아름다운 난초 피어나듯 다시 피어나리라.
다산역사탐방으로는 다산기념관, 말씀의 숲, 다산수련원, 다산초당, 백련사로 구성되어 남도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곳의 하나가 되고 있다. 삼남길은 이곳 모두를 아우르는 길이므로 천천히 음미하며 걸으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산초당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은, 다산이 사색과 명상을 하며 걷던 길을 따라가는 의미가 있다. 이 산길에는 굵직한 소나무들이 곳곳에 도열해 있었고, 바닥에는 소나무들의 뿌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일명 뿌리의 길, 돌의 길, 오솔길이라는 3가지 명제의 길이 있었다. 수백 년 된 소나무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시인 정호승은 이 길을 ‘뿌리의 길’이라 노래했다.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
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들
무심코 힘껏 밟고 가다가 알았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이런 길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되니 자연의 신비로움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다산초당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유배되어 가장 오랜 기간인 11여 년을 머물며 후진 양성과 실학을 집대성한 성지이다. 그를 아끼던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인 1801년(순조 원년) 신유박해에 뒤이은 황사영 백서사건에 다산은 연루되어 강진으로 유배됐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다산을 동문 밖 주막집 노파가 거둬주었다. 노파의 도움으로 주막 뒤에 작은 방 한 칸을 얻어 생활했다. 다산은 그곳에 사의재(四宜齎)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의재는 맑은 생각, 단정한 용모, 과묵한 언어, 신중한 행동 네 가지를 마땅히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4년 후부터는 고성사, 보은산방 등을 거쳐 1808년에 외가(해남 윤씨)에서 마련해준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유배가 풀리던 1818년까지 다산은 이곳에서 머물며 제자를 가르치고 글 읽기와 집필에 몰두하여 목민심서, 경제유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조선조 후기 실학을 집대성했다.
초당에 오르면 몇 그루의 동백나무가 서 있었다. 초당은 원래 초가였으나 후대에 고쳐 지으며 기와로 복원한 것이다. 초당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서암, 우측에는 동암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초당의 다산초당 ‘茶山草堂’ 현판과 동암의 보정산방 ‘寶丁山房’ 현판은 모두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다산초당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인 다산사경이 있다. 즉 다산 선생이 직접 새긴 정석(丁石)이라고 새겨진 바위, 차를 끊이기 위해 물을 뜨던 약천, 솔방울을 지펴 차를 끊이던 다조, 직접 돌을 나르고 만들었던 연지 석가산(石假山)인 다산사경은 아직도 다산 선생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다산초당을 관리하시는 분인지, 다산초당의 관리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이 관리인이 삼남길에 대해 잘 아실 것으로 생각되어 물어보았다.
“여기 삼남길 가는 길 괜찮은가요.”
“나도 삼남길 알아요. 여자 혼자는 한적한 길이라서 안 가시는 것이 나을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맞다. 지금까지 삼남길을 걸었지만, 한적한 길이 대부분이었고 걷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산속과 연결된 길은 더 한적하겠지.
다산초당 마루에 앉아 있는데, 마루가 편안하여 누워 낮잠이라도 자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없고, 점심시간도 지난 후라서 나는 싸 가지고 간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얼마나 한적한 길이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지? 어떻게 하지?’그렇지만 가기로 했다.
백련사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은 약 1km, 평안한 오솔길이었다. 다산은 이 오솔길을 걸어서 백련사의 혜장선사를 만나고는 했다. 혜장선사는 다산보다 열한 살이 어렸다. 하지만 학문에 조예가 깊어 다산이 주막 뒤 사의재에 머물 때부터 교류했고 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더욱 교류가 잦아졌다. 이들의 사연 또한 다산 정약용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찌뿌듯한 하늘이 맑게 갠 어느 봄날, 냉이 밭에 하얀 나비가 팔랑거리자 다산은 자기도 모르게 초당 뒤편 나무꾼이 다니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판이 시작되는 보리밭을 지나며 그는 탄식했다. “나도 늙었구나. 봄이 되었다고 이렇게 적적하고 친구가 그립다니.”백련사에 혜장선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벗될 만한 이가 없는 궁벽한 바닷가 마을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제 같은 존재였다.
혜장은 해남 대둔사 출신의 뛰어난 학승이었다. 유학에도 식견이 높았던 그는 다산의 심오한 학문 경지에 감탄하여 배움을 청했고, 다산 역시 혜장의 학식에 놀라 그를 선비로 대접하였다. 두 사람은 수시로 서로를 찾아 학문을 토론하고 시를 지으며 차를 즐기기도 했다. 혜장이 비 내리는 깊은 밤에 기약도 없이 다산을 찾아오곤 해서 다산은 밤 깊도록 문을 열어 두었다고 한다.
다산과 혜장이 서로를 찾아 오가던 이 오솔길은 동백 숲과 야생차가 무척 아름답다. 그러나 이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친구를 찾아가는 설렘일 것이다. 보고 싶은 친구를 가진 기쁨, 친구를 찾아가는 길의 행복.
백련사 올라가는 길에 처음 보는 삼남길 표시가 나무에 붙여 있는 것을 보았다. 삼남길을 정비한다더니 벌써 정비된 것이었다. 삼남길을 걸을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든다. 특히 백련사 가는 길에는 산악회 리본이 많이 달려 있었는데, 그만큼 만덕산이 산행에 유명한가 보다.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있기 때문인가 보다.
다산초당 마루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분을 숲속에서 다시 만났다.
“지금 이 자리가 백련사가 멋지게 보이는 장소요. 한번 나무 사이로 보시오.”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네요.”
정말 백련사를 둘러싼 풍경은 아름다웠다. 백련사와 가까워질수록 오솔길 옆에는 야생차 나무들이 한두 그루 보이더니 어느새 넓은 차밭으로 이어졌다. 차밭과 이어지는 언덕에는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동백이 만개하면 더욱 장관을 이룰 것이다.
백련사에 도착하니 체험 온 초등학생들이 줄서서 둘러보다가 나를 보자 일제히 인사를 했다. 정말 예쁜 모습이었다. 학생들과 같이 절을 구경하고 화장실이 특이하다고 해서 들렸다. 절 안에는 옛날의 화장실인 해우제가 별도로 있었고, 지금의 수세식 화장실도 주변을 대나무로 둘러싸 놓아 더욱 운치 있게 느껴졌다.
백련사는 만덕산에 위치해 만덕사로 불리기도 했는데, 839년 무염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고려시대에 8국사를 배출하고 신앙결사운동이자 불교정화 운동인 ‘백련결사’의 본거지인 곳이다.
다산선생은 백련사의 주지였던 아암 혜장선사와 첫 만남 때 이곳 백련사에서 주역을 놓고 밤새 대화를 나눴고, 이때 혜장선사는 큰 깨달음을 느꼈다고 한다. 만남 6년 뒤 혜장선사는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다산선생에게 혜장은 외로운 귀양살이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귀한 벗이었다.
지금은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절이다. 영상과 휴식을 통해 흩어진 생각을 가다듬고 사찰에서 직접 만든 차를 체험하고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특별한 마음여행을 할 수 있다. 전라남도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사찰은 영암 도갑사, 해남 대흥사, 영광 불갑사, 해남 미황사 그리고 여기 백련사로 5개 사찰이 있다(남도여행 길잡이, www.namdokorea.com).
삼남길 표시를 따라 백련사 주차장으로 내려오자 삼남길 표시가 ‘Koreatrail’이라는 새로운 표시와 함께 의자에 적어 있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망설임 없이 삼남길 마크가 표시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들어섰다.
땅바닥에 발을 디디자 땅이 꺼져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걸어 나가는데,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인 듯 좁은 길이 이어지고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의 거미줄이 얼굴에 닿았으며 풀들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그렇지만, 습지이면서 좁고 숲이 무성한 산길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숲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곳곳에 트레일 표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열심히 걸었다.
내리막 산길이 매우 가파르고 험해 미끄러지면서 굴러서 내려갔다. 산을 내려 와서, 마을에 도착하고서야 표시가 보여 맞게 온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걷다 보면 방향감각이라는 것이 생긴 것인가.
여기는 덕동마을이고 춘곡마을은 밑에 있는 마을이란다. 마을에서 뒤를 돌아 산을 보니 동네 뒷동산이었다. 갑자기 무섭다고 느낀 내가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무사히 하산한 것을 축복해야지! 하도 이상한 사건들이 많으니까.
춘곡마을
춘곡마을에서 내려가는 길은 다시 논밭으로 이어지고 애매한 곳도 있었지만, 바닥에 박힌 삼남길 표시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논밭 사이로 지나가는 것은 너무 애매하여 몇 번이고 다시 왔다갔다 다른 길을 찾았지만, 밭고랑을 지나는 길이 맞았다.
지금까지 화살표 모양이었던 삼남길 표시가 사람 모양으로 바뀌었다. 즉 머리 모양은 점으로 찍고 팔를 휘두르면서 걷는 모양으로 점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을 길가에는 해당화꽃이 만발하였고 집집마다 다양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어 꽃구경도 덤으로 할 수 있는 삼남길이었다. 기룡마을 노인회관을 지나가는데, 할머니가 나를 보고,
“힘들게 걸어가지 말고 차 타고 가시오. 버스가 금방 올 것 같은 디.”
“네 알겠습니다.”
“버스정류장이 여기여. 거기 서 있으시오. 가지 말고.”
배낭을 지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할머니가 가시기를 기다리다가 계속 걸었다.
초동마을
초동마을 앞에 있는 ‘초동마트’에서 우회전하여야 한다. 목이 마르던 차에 음료수를 사 먹을 수 있었다. 보이차를 타 놓고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물을 마실 수가 없어 마을에서 물이라도 얻어 마시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가져간 오이를 먹으면서 걸었는데 말이다.
멀리 강진읍이 보이면서 거의 다 왔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삼남길 옛날 표시가 있는 길로 가니 새로운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번에 갔던 영량생가를 방향으로 잡고 계속 걸었다. 농로를 지나 남포마을 앞으로 해서 채소 원예전문단지인 아트팜 표시판을 지나 평동마을로 걸었다. 버스터미널 앞에서는 ‘아나파의원’을 보고 웃음이 났다. 명칭이 멋지다.
삼남길은 초동마을에서 나와서 강진의료원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영랑생가를 다시 들러보고 강진버스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차를 주차하고 온 다산수련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