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의 마지막 동행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평생에 걸쳐 온갖 궂은일을 겪으며 서로 뗄 수 없을 만큼 사랑하게 해놓고 이렇게 갑작스레 헤어지게 하다니. 이것이 예정된 일이었다면 차라리 서로 사랑하지 말게 했어야 했다. 아니 만남조차 허락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 신은 나약한 인간들을 대상으로 이렇듯 고약한 일을 벌이시는 걸까. 더욱이 이제 데려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을 상대로 말이다.

갑자기 죽음이라는 존재에게 고분고분 따를 생각이 없어졌다. 아니 죽음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젠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 두려워 현재에 충실치 못하다면 죽음은 정말 두려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제 최소한 죽음에 대해서만은 내 뜻대로 해보고 싶었다.

- 본문 11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