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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128823
· 쪽수 : 560쪽
책 소개
목차
0. 집안 내력; 발단은 결국 어쩌다 하게 된 결혼
제1부 외딴 주조장
1. 그토록 정성을 모아
2. 정임이 송병수의 아들을 만나다
3. 아이들은 자란다
4. 새로운 구상
5. 민철의 가출
6. 가족 공동체
제2부 상경
1. 방의 구조 또한 심상치 않다
2. 적절히 배은망덕했던 덕분에
3. 옥임, 형준을 만나다
4.그럼 어디 모던 보이겠습니까?
5. 갈까 보다 갈까 보다
6. 가족회의
제3부 경성광고주식회사 문을 열다
1. 물밑 작업
2. 책걸상 하나에 헌 전화기 한 대뿐인 주식회사
3. 가정방문기
4. 급하면 참기름이라도
5. 9년 만에 벌어진 책임 추궁
6. 선포식에 휘말리다
제4부 확장 일로
1. ‘포드’와 ‘시볼레’를 타는 남자
2.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긴 할까
3. 행복한 나날
4. 이번 생에서는 안 될 일
5. 남은 시간이야 어떻게 되어도 좋을 만큼
6. 밤 산책
7. 알고도 저지르는 중대한 실수
8. 등잔 밑이 어둡다
9. 결자해지
제5부 필생의 동무 적이여! 정말 너는 우리들의 용기다
1. 하늘이 돕는다
2. 염탐자
3. 불사조
4. 울타리의 밖
5. 문초당하다
6. 우리가 울면 세상의 아픔도 커져
7. 방문객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렇게 포근한 봄바람을 맞을 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옥임이 말했다. “자연은 어떤 순간에도 생명을 이유 없이 무자비한 고통이나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내던지는 법이 없다는 거요. 모든 고통이나 고뇌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거예요.”
“어떤 이유 말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그 끝에 기쁨을 주기 위해서 아닌가 싶어요. 겨울이 있는 건, 이렇게 따뜻한 봄이 있기 위해서잖아요, 아버지. 혹시 지금 힘들다면, 고통이나 고뇌가 마음을 짓누른다면, 이 끝에 굉장한 기쁨이 있을 거란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자연은 틀림없이 그 즐거움을 준비해 놓고 있어요.”
들썩들썩 생기 넘치는 딸을 보며 부부는 생각했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이 복수는 반드시 치러 내야만 한다고. 잠시나마 복수를 회피하려 했던 것에 자책감이 밀려왔다. 옥임이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산길과 안성댁이 송병수를 처단하려는 것은 원한 때문만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복수도 있었다. 파멸을 내걸 만한 분노가 이미 사그라졌더라도 치러 내야만 하는 복수가 있었다. 두 사람은 최소한의 정의, 자기 몫의 정의, 그것을 끝까지 지켜 내는 본보기를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을 설명한들 옥임은 동의하지 않으리라. 아무튼, 산길과 안성댁은 이제 세계의 커다란 의분과 아픔과 의문에서 자기 몫을 되가져 왔다. 심지어 이 복수가 이제 자신들을 위할 건 별로 남지 않았고, 앞날이 창창한 자식들의 새 삶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식들 편에선 이놈의 빼도 박도 못하는 부모 복수 때문에 인생이 통째로 저당 잡혀 있다는 생각이 변함없는데, 부모는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이런 어긋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결국, 이 가족 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애매하고 모호해져, 수혜자가 누구인지 꼭 집을 수 없게 된다. 그저 가족 공동체를 위한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