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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606932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 백색가루 커넥션 ...... 11
2 가리봉동 블루스 ...... 30
3 인력시장 ...... 49
4 속죄의 인연 ...... 61
5 꽃분이를 아시나요? ...... 68
6 이상한 동업 ...... 80
7 화이트 트라이앵글 ...... 89
8 짝패 ...... 98
9 해결사 ...... 106
10 미국동포, 중국동포 ...... 114
11 칼잽이들 ...... 119
12 지게꾼의 정체 ...... 137
13 가리봉동의 그늘 ...... 149
14 현대판 독립운동 ...... 154
15 인연들 ...... 164
16 이주노동자 ...... 177
17 수술 ...... 186
18 망중한 ...... 206
19 흑사회 ...... 216
20 빨갱이 대학 ...... 238
21 중국 출정 ...... 245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회장은 혀를 차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우리 식당 단골 중에 돈 잘 벌어서 고향에 꼬박꼬박 부쳐주던 꽤나 성실했던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음식값도 외상으로 하대요……. 돈을 어딘가에 다 써버리는 거지요.”
“나이트클럽에서 술값으로 다 날리나봐요?”
아무렇지 않게 오웅섭이 대꾸했다. 술 때문에 신세 망친 사람을 여럿 보아왔기 때문에 오웅섭은 심드렁하게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 차라리 술이나 먹어 치우면 괜찮게요? 딴짓을 하니까 그렇지…….”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이상빈의 말끝을 오웅섭이 놓칠 리 없었다.
“딴짓이라뇨?”
“단골 손님 중에 하도 외상을 해서 붙잡고 얘기를 좀 했더니…….”
“했더니?”
“술이 아니라 마약을 산대요. 돈 벌어서……. 에이 나쁜 놈들……. 등쳐먹을 게 없어서 동포들 등을 쳐먹나?……”
“마약이라구요?”
깜짝 놀란 오웅섭이 확인하듯 되물었다. 설마 나이트클럽에서 동포들을 상대로 마약 장사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던 터였다.
언뜻 보면 강회국의 모습은 싸움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치 전통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몸놀림이 유연하고 수려했다. 춤추듯 부드러운 동작에서 어떻게 그처럼 가공할 파괴력이 나오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쿵!’
이종호의 몸이 중심을 잃으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봐! 안된다. 그만하라…….”
강회국이 가볍게 제지하고 나섰다. 무작정 두들겨 패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튕기듯이 다시 몸을 일으킨 이종호가 사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안 된다 싶으면 금세 무릎을 꿇고 마는 피래미들과는 아무래도 사정이 달랐던 것이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강회국이 결심한 듯 마주 달렸다.
“이! 크~”
택견의 기합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시에 ‘곧은발질’, 이어지는 ‘뒷발질’
학이 춤을 추듯 연속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몸놀림이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조동원은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조동원은 경기도 김포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연립주택을 짓는 현장인데 조동원은 인부들을 모아 주택 내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내장 공사는 공기만 잘 단축하면 얼마간의 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벽돌을 쌓는 조적이나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르는 미장일과는 달리 나무를 약간 다룰 수 있기만 하면 설계도에 따라 작업하면 되는 일이다.
이번 달에 5명의 인부와 함께 두 달간의 공사를 마친 조동원은 건축주에게 공사비를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건축주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급기야 조동원은 건축주를 찾아가 대판 싸우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건설현장에서 일해왔던 조동원의 경험에 의하면 공사를 마친 후 보름 안에 돈이 지급되지 않으면 그 돈은 남의 돈이다. 조동원은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싸워서라도 밀린 돈을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