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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자의 생애
· ISBN : 9788996775775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12-03-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두 개의 풍경에 대한 소묘
Part 1 어쩐지 물리(物理)의 길로
언제나 등에는 아기|카네코 히데오 선생님과의 만남|오뚝이, 넘어지다|유일한 효행|꿈에 그리던 튀김 덮밥|목욕탕에서 분발하다|아사나가 선생님
Part 2 밑바닥 성적의 대학 시절
입주 가정교사의 길로|물리학과 꼴찌 졸업의 진상|장학금을 쟁취하라|오사카 시립대학|이 세상에 마찰이 없다면
Part 3 꿈의 미국행
그 정도로 바보 같은 학생은 아닙니다|한 달에 108달러라고요?|꿈과 같은 연구원 생활|걉론 교수|시카고 대학으로|모르는 일은 전문가에게 물어라|도쿄 원자핵연구소|다시 시카고로|갑작스런 비극|밥과 언어, 그리고 월급의 상관관계|차라리 미국이 낫다
Part 4 카미오칸데로의 길
왼쪽 끝에는 우주, 오른쪽 끝에는 소립자|수상한 배경을 청소하라|지하 폐광의 숨겨진 금맥을 찾아서|백 년 후에나 도움이 될지 어떨지|아직 봄이 먼 시베리아로|뜻밖의 재회|실적이 먼저냐, 기회가 먼저냐|하룻밤에 그린 카미오칸데 구상도
Part 5 17만 광년 너머에서 온 선물
큰 상대와 이기는 방법|하루 차이지만 내가 형님이다|다 가져가라, 이 도둑놈아!|그 놈의 궁상 덕분에……|유령 입자, 뉴트리노|돈이 없으면, 지혜를 짜내라|초신성을 붙잡다|정보전에서 이기는 방법|바보 같은 소리를 하면 큰 창피를 당하게 된다
Part 6 청년이여 가슴을 펴라!
뉴트리노의 ‘그 어떤 가능성’|캄랜드로부터의 멋진 보고|‘오른팔’과 ‘장남’에게 바치는 노벨상|정말로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찬란한 미래|젊은 사람들을 위한 충고
부록|2002년 도쿄 대학 졸업식 축사|코시바 마사토시 연보
책속에서
소아바미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 상태가 평소 때와는 좀 달랐습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직 꿈속에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식은 또렷한데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밤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누운 채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호하고 있던 친척집 식구들이 저를 짊어지고 황급히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진찰 결과 소아마비라는 말을 들었고, 난생처음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제 질문에 찬드라 선생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별에는 여러 가지 타입이 있는데, 서로 다른 타입의 별은 원소 구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자네가 관찰한 별에서 무거운 원소가 더 많은 것은, 아마도 그 별이 비교적 젊은 타입의 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저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러 갑니다. 이것은 어쩌면 꼴찌로 대학을 졸업한 것과 다소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곘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는 자세가 성적이 우수한 우등생들에게는 의외로 결여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자세가 순진하다든지 겸손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말을 듣는 편이 좋기 마련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것저것 다 듣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듣기 전에, 죄로부터 우로부터,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안으로부터 밖으로부터, 일단 철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혼자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고민한 후에도 '도저히 모르겠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것이고, 설령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이렇게 스스로 생각해 보는 일은 본인에게 대단히 좋은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위를 바라보게 된 침팬지’라는 제목의 팩스에는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침팬지 한 마리가 자기 머리 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만화 그림으로, 침팬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습니다. 이 침팬지야말로 정말로 그 시절 저의 모습, 다루기 힘든 물리 이론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던 당시의 제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그 한 장의 엉성한 그림을 보는 순간 그때의 추억이 겹겹이 되살아나며 저의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선생님은, 바로 그런 젊은 시절의 제 모습을 계속 기억하게 해주시기 위해, 일부러 손으로 그린 삽화를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이 삽화를 저는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