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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6791799
· 쪽수 : 236쪽
책 소개
목차
1. 삶을 피워낼 뿐입니다 - 양지꽃
2. 그 소녀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 제비꽃
3. 처녀치마, 마음껏 바라보세요 - 처녀치마
4. 봄이 와서 꽃이 피는지, 꽃이 피어 봄이 오는지 - 복수초
5. 못난 이름을 가진 꽃은 꽃이 아닐까요? - 큰개불알풀꽃
6. 젊어서도 할미, 늙어서도 할미 - 할미꽃
7. 작은 꽃들이 먼저 피는 이유 - 바람꽃
8.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떨어지는 꽃 동백 - 동백
9.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완벽합니다 - 노루귀
10. 느릿느릿 살아도 충분합니다 - 괭이밥
11. 모녀의 정을 듬뿍 안고 피어난 꽃, 족두리풀 - 족두리풀
12. 행복이 좋으세요, 행운이 좋으세요? - 토끼풀
13. 속마음은 감출 수 없습니다 - 강아지풀
14.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 며느리밑씻개
15. ‘비틂의 미학’을 간직하십시오 - 사위질빵
16. 고난은 나에게만 오지 않습니다 - 나팔꽃
17.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다면 무슨 재민겨? - 물봉선
18.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19. 풀섶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 - 보라별꽃
20. 들판에 피어난 꽃을 그린 화가는 누구일까? - 붓꽃
21. 거친 들판에 피어나 더 아름다워라 - 패랭이꽃
22.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까요? - 미나리아재비
23. 내 마음을 어디에 담았을까요? - 오이풀
24. 내 이름이 못생긴 까닭은? - 이질풀
25. 바위면 어때? 난 거기가 제일 좋은데 - 바위채송화
26. 제가 먹은 것이라고는 밥알 두 개뿐이에요 - 며느리밥풀꽃
27. 제멋에 사는 것도 좋은 일이지! - 수선화
28. 내 뜰이 생긴다면 난 이 나무를 심을게요 - 석류
29. 망자는 그리움과 기억을 먹고 산다 - 박태기나무
30.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늦봄을 보다 - 조팝나무
리뷰
책속에서
‘다섯 번째 이야기. 할미꽃’의 내용 중 일부분을 발췌했으므로 실제 내용의 흐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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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부잣집으로 시집간 큰손녀와 살게 되었는데, 구박이 너무 심해서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작은손녀를 찾아 나섰지. 그러나 기력이 다해 그만 작은손녀의 집에 당도하기 전에 죽고 말았어. 마침 할머니가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다 걱정이 되어 찾아가던 작은손녀가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양지바른 곳에 묻어 드렸지. 그런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할머니의 무덤가에 할머니를 닮은 꽃이 피어났어. 그것이 할미꽃이란다.”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 전설을 따라 ‘슬픔’이라는 꽃말을 얻게 된 것입니다. ‘추억’이라는 꽃말은 작은손녀가 무덤가에 피어난 꽃을 보면서 할머니와 지냈던 추억을 떠올렸음을 짐작할 수 있고, ‘사랑의 배신’이라는 말은 큰손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꽃에 관한 이야기나 꽃말은 대부분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많은 편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구전)다 보니 지역 혹은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와 꽃말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름을 붙여줄 때 그랬듯이 이런 이야기들과 꽃말이 전혀 터무니없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이름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듯, 꽃에 대한 전설이나 꽃말을 듣고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할미꽃 중에는 동강할미꽃이 있는데 동강 주변의 암벽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동강할미꽃은 보통 할미꽃들과는 다르게 줄기가 꼿꼿하고 꽃의 색깔도 변이가 많아서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습니다. 동강할미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꽃을 보려고 전국각지에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강할미꽃이 피어나는 동강으로 몰려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특이한 꽃이다 보니 수난도 많이 당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자기만 보려고 살리지도 못할 꽃들을 마구 캐가기도 합니다. 꽃 사진은 같은 모델을 놓고 찍으면 같은 사진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들은 자기만의 작품을 간직할 요량으로 모델이 되어준 꽃을 꺾어버리기도 한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꽃에 대해서 뭔가를 아는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을 잃으면, 그 앎이 독이 되어 꽃들을 해치기도 합니다. 꽃은 어느 곳에 피어도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그곳에서 피었기에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꽃을 보면서 받는 느낌들, 이것이 삶의 힘이 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바로 꽃하고 대화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라는 것이 꼭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말로 할 수 없는 수많은 언어가 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자연을 향해 마음을 열면 자연이 들려주는 말이 들려오고, 마음을 열기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는 법입니다. 공감이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새 시대는 공감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사람끼리만이 아니라,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공감할 수 있을 때 더불어 삶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찾아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십시오. 우리의 자녀가 그들과 공감하게 하십시오. 아이들이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게 되면 그 아이들의 삶은 분명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들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들꽃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