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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920
· 쪽수 : 431쪽
· 출판일 : 2013-08-22
책 소개
목차
1권
#1. 가슴을 열다
#2. 세상의 끝에서 만나다
#3. Three Times
#4. 사자의 심장, 독수리의 눈
#5. 심장이 뛴다
#6. 벗어날 수 없는 것. Fate
#7. 잠식당하다
#8. 주문(呪文)
#9. Rose Bird
#10. 연인 Lovers
#11. 세상의 모든 처음
#12. 상처 Open Wound
2권
#13. 밤의 끝
#14. 검은 구름
#15. 작은 사랑 이야기
#16. 그 남자의 이유
#17. 당신과 함께 마신 세상의 모든 술酒
#18. 아까시 나무
#19. 갈구 Hunger
#20. 벗어날 수 없는 굴레
#21. 당신을 기다리다
#22. 과거의 편린
#23. 그 남자의 이상형
#24. 당신의 심장 Heart
#25. 당신 안의 나
#에필로그-1
#에필로그-2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저녁을 먹자 지혁이 시윤에게 말했다. 그가 만들어 준 갖은 채소가 들어간 볶음밥을 말끔하게 비워내고 만족스럽게 물 한 모금을 마시던 참이었다. 그는 그녀보다 조금 일찍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부드럽게 시윤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에는 옅은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어쩐지 두 눈 가득 즐거움이 차 있는 것도 같다.
“무슨…… 기회요?”
시윤의 가슴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
“진짜 묻고 싶은 걸 물을 기회 말이야.”
맛있었다. 주린 배에 어떤 음식을 먹든 환영이었을 테지만, 생각보다 지혁의 음식 솜씨는 더 좋았다. 적어도 시윤이 맛과 모양, 그 어느 것에서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식사를 하는 내내 그녀는 자꾸만 입안에서 맴도는 말 때문에 간신히 음식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지혁이 그녀에게 먼저 제안을 하고 있다. 정말로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이 한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도 되나요? 나 그래도 돼요?’
들고 있던 유리잔을 채운 투명한 물빛 너머 지혁의 얼굴이 보였다. 말없이 잔을 내려놓으며 시윤은 더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은 떨렸다.
“책이요. 왜 처음부터 말씀 안 해 주셨어요?”
마른 목을 타고 간신히 침을 삼켰다. 지혁이 어떤 답을 할지 긴장감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 책은 내 로즈버드(rosebud)였어.”
“네?”
그러나 되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생뚱맞았다. 시윤이 어리둥절해하는데, 지혁이 소파 맞은편에 있는 검은색 DVD장에서 영화 한 편을 꺼내며 물었다.
“영화 보겠어?”
“네?”
<시민 케인(Citizen Kane)>
그의 손에 들린 DVD의 타이틀이었다.
2시간 가까이 오래된 흑백 영화를 보고 난 후, 시윤은 더욱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잘 만든 영화였고, 간만에 만족스러웠다. 천재의 재기란 언제나 사람을 흥분하게 하고 경탄하게 하는 법이니까.
편한 침대에 누워서 잠다운 잠을 자고, 맛난 밥을 먹고 괜찮은 영화까지 보다니. 민시윤, 오늘 횡재다, 정말.
그렇지만 그녀가 구하던 답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느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던 지혁이 리모컨을 들어 화면을 끄더니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다란 소파 등받이에 팔을 얹으면서 그가 물었다.
“영화에서 로즈버드 발견했어?”
“네, 주인공이 어린 시절 타던 썰매에 새겨진 말이었죠. 그런데 그게 왜요?”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걸까?
시윤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어쩐지 맥이 빠졌다. 막 타오르던 불꽃이 점점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빠르게 울려대던 심장박동이 느려진다.
“맥거핀 효과라고 알아?”
“아뇨, 처음 들어요.”
시윤이 가만히 고개를 가로젓자, 지혁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언가 잔뜩 즐거운 것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은밀하고 흥분되지만, 겉으로는 태연자약한 웃음.
“이 영화를 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다들 로즈버드가 뭔지 찾느라 거기에 집중하게 돼. 하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는 그게 아니야. 얼핏 보면 로즈버드가 뭔지 찾는 게 목적인 것 같지만, 실은 그걸 찾는 과정에서 케인의 인생을 보여 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인 거지. 알고 보면 로즈버드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그건 그저 관객을 낚는 일종의 미끼였을 뿐. 바로 그런 걸 맥거핀 효과라고 해.”
어느새 그의 얼굴이 시윤의 바로 앞에 있었다. 지혁의 숨결과 그녀의 숨결이 은근하게 섞여들었다.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그러니까 난 그 책을 핑계로 네가 이곳에 오길 원했어. 여기 내 공간, 내 곁에. 그리고 알게 되길 원했지. 내가 지금 어떤 상탠지. 어떤 눈으로 널 보고 있는지 말이야. 한마디로 그 책은 내 로즈버드인 거고, 난 맥거핀 효과를 노린 거야.”
“……교, 교수님.”
“내가 진짜로 너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건 내 마음이야. 좋아한다, 민시윤. 네가 좋아. 그러니까 민시윤, 앞으로도 여기에 있어. 내 곁에.”
거칠게 뛰는 심장 소리가 시윤의 머릿속을 온통 채워 버렸다.
쿵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