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신앙생활일반
· ISBN : 978899776333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0-06-20
책 소개
목차
· 들어가며
· 더 들어가며
1장. 여행 이야기
1. 배낭여행
2. 익숙한 두려움
3. Are you Christian?
4. 하나님이 더 좋은 친구를 보내주세요
5. 라오에서 한 달 살기
6. 처음 맞은 우기
7. 길 가던 시각장애인의 소원
8. 여행이란?
2장. 땅 디딤 이야기
1. 라오인민민주공화국
2. 절벽 앞에 서기
3. 신앙인의 절벽 앞에 서기
4. 작은 친절은 정말 작을까?
5. 라오에서 처음 배운 말
6. 라오에서 맞은 아내의 첫 생일
7. 한-라 농인의 만남
8. 땅 보러 다닌 배짱
9.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온다
10. 라오 기독교 역사에 남을 가스펠 뮤직 페스티발
3장. 장애인 가정 이야기
1. 맨발
2.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기도 한다
3. 두 번 버려진 ‘남완’
4. 어처구니없는 동거
5. 야반도주한 장애인 가정이 싸놓은 똥을 치우다
6. 버거운 장애의 짐을 내려놓다
7.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8. 버거의 킹
9. ‘아틷’의 아빠가 되다
10. 공평한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
11. 배신에는 굳은살이 생기지 않는다(1)
12. 이런 의료진을 만나고 싶다
13. 실패는 겸손의 어머니
4장. 농인예배공동체 이야기
1. 2017년 6월 11일, 그 첫 항해
2. 라오 농인예배공동체
3. 性 정체성
4. 바나나 다이어트
5. 용서받지 못할 불륜
6. 배신에는 굳은살이 생기지 않는다(2)
7. 수요 농인 심방(尋訪)
8. 생일날 덜컥, 약속을 하다
9. 농학교, 그 텃밭 가꾸기
10. 반성문을 쓰다
11. 이럴 줄 몰랐다
12. ‘팽’에게 팽당한 이야기
5장. 뿌리내림 이야기
1. 학교 꼬맹이들의 눈망울
2. 빼곡한 질문지
3. 소소한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이다
4. 10년 먼저 늙기 싫다
5. 라오 산타
6. 묘비 준비
7. 쓴소리
8. 진짜 쓴소리 - 선교사 하지 마라!
· 나오며
· 완전히 나오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행을 다 마치고 배낭을 정리하다 보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품들이 꽤 있었습니다. 인생 후반기를 어디서 살게 될 지 전혀 알지 못하던 부부에게 무겁기만 했던 각자의 70리터짜리 배낭. 그 배낭의 크기는 여행의 두려움을 반증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어느 나라에서 자리 잡은 지인을 소개시켜 준다는 권유도 정중히 사양한 채 머물고 싶을 만큼 충분히 있다가 목적지를 두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겁이 났습니다. 매우 두렵고 떨렸습니다. 몹시도 무서웠습니다. 1년 남짓이라고 막연히 정해 놓은 배낭여행 기간보다 더 빨리 소진될 것 같은 여행 경비의 부담, 이미 모든 이들에게 이별을 예고하며 떠난 우리가 실패하여 돌아왔을 때 받을 지탄에 대한 부담, 실패 후 한국에서 또다시 도전하며 새롭게 나아갈 용기가 나지 않을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습했습니다. 그러다 여행길에 만난 이가 들려준 ‘한 문장’이 제 삶을 붙잡
아 주었습니다.
<1장. 여행 이야기> 중에서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학교를 마치고, 브루나이공화국의 통역일로 베트남에 왔다가 장애인 인권을 위한 일에 매진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보행 자세를 교정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친 저는 그녀를 밖으로 안내한 후 보행 자세를 바로잡아주었습니다.
다시 카페로 들어와 커피를 마시려는데 그녀가 이번에는 베트남의 호치민 시내를 보행하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온통 오토바이와 자동차 엔진, 경적 소리로 뒤범벅이 된 도로에서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비’에게 물었습니다.
“혼자서 길 건널 때 무섭지 않았니?”
그녀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도 무섭고 두려워요. 그런데 ‘익숙한 두려움’이라는 친구를 떠나보내면 하나님께서 더 좋은 친구를 보내주세요.”
이렇게 저는 지친 여행길에서 제대로 된 선생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대답이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렸습니다. 그분은 가비를 통해 제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익숙한 두려움’을 떠나보내고, 전적으로 신뢰하라는 명령과 위로를 동시에 주셨습니다.
<1장. 여행 이야기> 중에서
어느 날 태국 국경을 넘어 찾아온 만삭의 여인이 사정을 했습니다. 갈 곳도 돈도 없는데 출산할 때까지만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부부는 허락을 했고, 어렵사리 인공호흡기까지 달아야 하는 미숙아로 ‘남완’이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생모는 몸조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핏덩이 딸을 두고 도망을 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오른손과 두 다리를 못 쓰는 남완을 친딸처럼 사랑해주는 부부와 오빠. 할머니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6월이 집을 알게 되었지만 거리가 꽤 떨어진 지역으로, 사실 우리가 생각하던 반경을 벗어난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장에 다니며 뒷바라지하는 엄마와 운전 일을 하며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아빠, 친동생처럼 잘 보살펴 주는 꼬맹이 오빠,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을 잃었지만 묵묵히 사랑을 전하는 할머니를 보고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근처에서 장애인 가정 두 곳을 더 찾아내 따로 관리하는 마을로 묶었습니다. 기막힌 사연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남완’이 구김살 없도록 사랑해주는 이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다짐했던 방문을 저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한편, 작년에 ‘남완’이 오빠가 다니는 학교로 입학을 원해 찾아가 상담을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닐 만한 길이 아닌 비포장도로도 문제였지만, 수업 내내 함께하며 화장실과 식사를 챙기는 전담 가족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학교 측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한쪽 시력이 없는 연로한 할머니를 대신해 오빠와 엄마가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등교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준비해주었고, 수업료 등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부부라는 게 참, 헤어지고 나니 그만이더군요. 오빠를 데리고 나간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었고, 먹고살기 바쁜 아빠를 대신해 여전히 할머니만 ‘남완’ 옆에 덩그러니 계십니다. 학교를 가지 못한다는 속상함보다 오빠와 엄마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서운함 때문에 ‘남완’의 얼굴에는 슬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3장. 장애인 가정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