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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97981137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를 펴내며 _ 8
<흥부전>을 읽기 전에 _ 10
흥부가 기가 막혀 _ 18
매품이라도 팔 수만 있다면 _ 26
● 조선 시대의 서글픈 돈벌이 _ 매 맞아 드립니다! _ 38
구걸하는 흥부, 구박하는 놀부 _ 40
● 상속 제도와 조상 숭배 _ 제사상 차려 주는 큰아들이 최고! _ 50
흥부, 제비 다리를 고쳐 주다 _ 52
● 흥부 마을을 찾아서 _ ‘나의 살던 고향’이 그리도 궁금하오? _ 60
다친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오다 _ 62
● <흥부전>의 제비가 날아온 길 _ 나는 강북 갔다 온 제비일세! _ 72
에여루 톱질이로구나, 실건실건 톱질이야 _ 74
● 한옥 짓기 _ 집터 잡기부터 집들이까지 _ 96
부자가 된 흥부를 찾아가는 놀부 _ 100
제비 다리 부러뜨려 박씨 얻은 놀부 _ 114
놀부가 기가 막혀 _ 120
● 조선 시대의 떠돌이 놀이패 _ 우리 없이 놀 수 있나? 우리가 있어야 신명 나지! _ 144
<흥부전> 깊이읽기 _ 147
<흥부전>을 읽고 나서 _ 162
책속에서
놀부가 하는 일이라곤 잠자고 밥 먹는 것만 빼면 심술부리는 일밖에 없는데, 놀부의 심술은 꼭 이렇것다. 부정한 곳에 집을 짓고, 불길한 날에 이사 권하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호박에다가 말뚝 박고, 길 가는 나그네 재워 줄 듯하다가 해 지면 내쫓고, 초라니 보면 추파 던지고, 광대 보면 소고 빼앗고, 의원 보면 침 훔치고, 양반 보면 관을 찢고, 애 밴 부인 배를 차고, 수절 과부 모함하고, 다 큰 처녀 희롱하고, 곱사등이 뒤집어 놓고, 앉은뱅이 턱을 차고, 비단 가게 물총 놓고, 고추밭에 말 달리고, 옹기 짐 받쳐 놓으면 가만가만 가만가만 가만가만히 찾아가서 작대기 걷어차고,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봉사 눈에 똥칠하고, 노는 애기 꼬집고, 우는 애기 코 빨리고, 물동이 인 여자 귀 잡고 입 맞추고, 샘물 길어 오는 길에 함정 파고, 새 망건은 줄을 끊고, 풍류하는데 나발 불고……. 그 심술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끝이 없구나.
주걱으로 이짝 뺨 저짝 뺨 그저 절퍽절퍽 때려 놓으니, 흥부가 뺨을 맞으면서 생각하니, 자기 형님한테 맞은 건 참을 수 있겠는데, 형수한테 뺨을 맞고 보니 두 눈이 캄캄해지고 사지가 벌벌 떨리며 기가 막혀 섰던 자리에서 폭 거꾸러지며, “허허, 세상 사람들! 이런 일이 어디가 있소? 형수가 시동생 뺨을 때리는 일이 세상 어디에 있다는 말이오? 여보시오, 형수님! 아니 아주머니! 나를 이렇게 치지를 말고, 사지를 짝짝 찢어서 아주 박살을 내어 죽여 주오! 나는 이제 더 이상 살기도 귀찮고, 배가 고파서도 못 살것소. 지리산 호랑이야 너라도 날 물어 가거라!”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서,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 밥이 한이 되어 내 소원이 되었구나. 에여루 당기어라. 시르르르르르. 실건실건 톱질이야. 여보게, 이 사람들. 이내 말을 들어 보소. 가난도 사주팔자에 다 있는가? 풍수지리가 글러서 가난한가? 산수가 글러서 가난하면, 형님만 잘사시고, 우리만 못사는 산수 세상천지 어디서 보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