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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12077394
· 쪽수 : 87쪽
· 출판일 : 2025-11-01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가을의 이야기
조그만 샛강에 물고기를 잡는 강태공들,
고기는 잡지 못하고 단풍만 바라보다가
망태기에 가을 낙엽만 한삼태기 주워 담는다.
날씨가 차다.
감기 조심하라는 인사와 함께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붉은 잎이 소주잔 앞에서 자꾸 아른거린다.
가을 한 잔 하실래요?
햇살이 담장 너머로
가을을 한 아름 안고 서성인다.
새들은 푸른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치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꽃도 사람도 한 세월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바람 불면 넘어지고, 비 오면 쓰러지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며 하루를 살아간다.
때로는 운수 좋은 날도 있겠지.
인생사 새옹지마,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그 말이 오늘은 왠지 따뜻하게 들린다.
24부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
긴 연휴가 지나고,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비가 젖는다.
좁은 여관방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하루의 시간표가 되고,
작은 인내로 견디는 사람들의 마음이
눅눅하게 번져간다.
배추밭에 내린 빗방울은
잎맥을 따라 흘러내리며
누렇게 물든 가을의 속살을 드러낸다.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던 연약한 생이
이제는 흙냄새 속에서
다시 겨울을 준비한다.
오늘 하루,
가을비에 가을을 내어주며
사람들은 묵묵히 하루를 살아낸다.
55부 보리밭에 시를 심다
봄의 소쩍새가 쏘쩍쏘쩍 울고,
보리밭 청꽃대에 기대어 봄이 운다.
겉보리 서말에 울고 넘던 보리고개처럼,
봄은 그렇게 눈물로 지나간다.
벚꽃이 지고, 개나리가 지고,
이제는 우리네 양식이 꽃을 피울 차례.
논물 대고 써래질을 준비하는 농군처럼
우리는 시의 속살을 헤집어
가슴 속에 고이 담는다.
밤이 되면 오랜 친구 같은 불빛이 흔들리고,
별빛은 숨어서 노래한다.
그리운 님이 달빛으로 찾아올 것 같은 밤,
냇가의 물소리가 조용히 흐르고
나도 조용히 잠이 든다.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바람이 스치는 밤,
달빛이 드리우는 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