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9582614
· 쪽수 : 482쪽
· 출판일 : 2015-09-11
책 소개
목차
序章
一章
二章
三章
四章
五章
六章
七章
八章
九章
十章
十一章
十二章
十三章
十四章
十五章
十六章
十七章
十八章
終章
작가후기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녀에게…… 소녀에게 대체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소녀의 우매한 머리로는 폐하의 심중을 이해하기가 힘이 드옵니다!”
저도 모르게 욱하여 감정이 격해진 소리가 쏟아졌다. 원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원은 한참을 입술만 달싹이다가 무겁게 말을 이어갔다.
“너를…… 은애한다. 아주 많이.”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곧 그의 말뜻을 이해하기 쉬운 쪽으로 머리에 담았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답답하고 분하여 숨이 가빠져왔다.
“폐하께서는…… 소녀를 그리 귀애하지 않으셨잖아요.”
진은 밀어를 속삭이듯 자그마한 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어찌하여 갑자기 이렇게 태도가 바뀌신 건지, 너무…… 혼란스럽사옵니다.”
가면 갈수록 목소리가 점점 심하게 울먹여져 나왔다.
“소, 소녀와 화해하기 위해 이러시는 거라면, 늦으셨사옵니다. 늦어도 너무 늦으셨사옵니다. 그러니 그냥…… 흑…… 예, 옛날처럼…… 하시어요…….”
이제 그녀에게 있어 원은 오라버니가 아닌, 저 먼 곳에 앉아 있는 천자, 황제 폐하일 뿐이었다.
“미안하다. 철없는 시절 내 행동에서 받았던 상처가 너무도 컸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겨보는 오라비의 품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넓고 따스하였다. 진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깊이 파묻고 숨이 넘어갈 것처럼 흐느꼈다.
“소녀가, 흑, 오라버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시옵니까. 흑흑, 얼마나 따르고 싶었는지, 흑, 아시옵니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원은 진의 뒷머리에 손을 꽂아 넣고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진은 아주 오랫동안 울었다. 몸속의 수분이 다 말라 증발하는 기분이 들 때까지 눈물을 흘려보냈다.
“다시는 네게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널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대할 것이다. 그때 못 한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이 잘할 터이니 한 번만 나를 믿어줄 수 있겠느냐.”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 진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원을 쳐다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쉽게 믿어버리면 또다시 상처받을 것 같아 두려웠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내가 너를 많이 은애한다. 누이동생이 아닌, 여인으로. 난 네게 한 명의 사내로서…… 연정을 품고 있다.”
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모조리 빠져나갔다. 그의 말소리가 허공에서 윙윙대듯 이어졌다.
“우리는 비록 다른 배를 빌어 태어났으나, 한 가지에서 난 남매이니…… 아무리 지금껏 남남처럼 지내왔을지라도, 나의 태도에 네가 많이 당황스럽고 불편할 것을 안다. 하지만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 마음을 이제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원이 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차갑게 식은 얼굴을 감싸듯 잡아서는 조심스레 들어 올려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사랑한다.”
텅 비어버린 진의 눈동자에서 경미한 떨림이 일었다. 찔끔찔끔 나오던 눈물은 어느 순간 뚝 멎어 있었다.
“사랑한다, 진아. 오래전부터 나는 네 것이었다. 부디 나를 받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