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인문학 일반
· ISBN : 9791130314570
· 쪽수 : 444쪽
· 출판일 : 2021-12-24
목차
서문 … ii
<새로운 질서의 문을 열다>
01 고난받는 종의 노래: 광암(曠菴) 이벽(李檗, 1754~1785)의 사명
성현의 글과 정신세계에 심취한 청년 벽(檗) 8
조선 선비들, 개혁의 길을 찾아 나서다 14
수표교(水標橋) 시절 - 새로운 것들은 더 아름다워야 하다 21
“비방이 일어났으니 성대한 자리는 다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2
02 내가 하늘을 보는 눈, 하늘이 나를 보는 눈: 만천(蔓川) 이승훈(李承薰, 1756~1801)의 시(詩) 45
수학을 좋아하는 조선 선비, 서양인 궁정 수학자를 만나다 54
지적 세련미와 더 큰 열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다 66
지기(知己)가 그를 제거하려 하다, 정치 공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83
“이승훈을 원수로 여깁니다. 모두 그가 꾀어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108
<사회와 국가를 변혁하다>
03 요람을 지키는 여인, 강완숙(姜完淑, 1761~1801)
“천주(天主)란 하늘과 땅의 주인이라” 134
조선에 숨어든 중국인을 찾아라 141
“마치 남자가 전쟁터에 나가듯 용감하게 헤치고 나갔습니다” 148
다시 쓰는 조선 여성사 156
04 유령의 신발: 비원(斐園) 황사영(黃嗣永, 1775~1801)의 백서
혁명을 요구하는 시대의 천재(天才) 172
“이 몸은 백번 생각하여도 이 천주교는 구세(救世)의 양약(良藥)이라 생각되어 성심껏 믿어왔습니다” 180
흉서(凶書) 속의 삼조흉언(三條凶言) 187
18세기 조선의 국제정치적 상상력 201
<새로운 인간이 탄생하다>
05 ‘없음(無)’: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 이순이(李順伊, 1782~1802) · 유중철(柳重哲, 1779~1801) 부부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를 위한 안식처 221
서로 믿음과 사랑이 태산같이 되다 232
정결한 자만이 사랑할 수 있나니 237
“한날 함께 죽자더라고 형님에게 전하소서” 243
06 영원으로 통하는 문: 김재복(金再福, 1821~1846)의 별
천만개의 눈물이 빚은 아이 261
마카오의 하늘, 조선의 별, 대건(大建)의 꿈 285
조선의 자유가 되어 동아시아를 가로지르다 309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싶소” 336
“우리 사랑하온 제형들아, 알지어다” 351
맺 음 말 … 375
미주 … 381
참고자료 … 407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선 후기, 인간 실존의 밑바닥에서 시작된 개혁의 문화사
좌절하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담담한 메시지"
이 책은 18세기 후반 새로운 질서, 새로운 인간학 안에서
미래를 보고 꿈꾸던 7인의 삶과 죽음을 담고 있다.
우리 안으로부터의 혁신과 발전을 추동한 이 인물들의 여정은
오늘 당신의 평범한 일상 속 시대의 물음에 대하여 어떤 말을 걸어오는가?
최근까지도 필자는 모국 밖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매일의 일상 공간 안에서 나와 다른 세계와 만나며 지냈다. 그렇게 만나 고민하고, 부딪히고, 배우고, 내려놓고, 깨닫고, 성장하며 살았다. 이 과정이 결코 늘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 오래전부터 필자에게는 각별했다. 그런 지점에 어김없이 고된 노동과 갈등이 놓여 있으나, 또한 거기서 변화와 혁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신대륙과 만나며 폭발적으로 접한 새로운 지식들 - 때로는 그들의 가치관을 부수고 뒤흔들어 놓기까지 한 그 ‘앎’ - 이 결국 유럽인들로 하여금 근대로 넘어가게 하는 자양분이 되어준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나와 다른 이질적인 세계와 만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 역사 안에도 있었다. 조선은 중국 이외 그 어떤 나라와도 관계하지 않은 채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있던 오지였다. 그 어느 외부인도 국경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고, 그 어느 조선인도 밖으로 나가거나 교류할 수 없었다.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해졌다.
도서 연안 지역은 외국 배들이 지나가더라도 아예 상륙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황폐하게 해 놓았고, 일부 섬에서는 주민들이 외부와 접촉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모두 철수시키도록 했다.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조선은 서양인들에게는 없는 나라였다.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하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던 시기, 유럽인들의 지도에 중국과 일본은 있었으나 조선은 없었다.
슬프구나 우리나라 사람들, 비유하니 주머니 속에 사는 것과 같네.
성현(聖賢)은 만리 밖에 있으니, 누가 이 몽매함을 열어 줄 것인가.
- 다산 정약용, 「전서」 I-1, 述志二首(壬寅年, 1782년)
그런데 18세기 후반, 서양인들과 직접 접촉하는 조선인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새롭고 이질적인 세계와 만나면서 철창마냥 무겁게 닫혀있던 조선 사회 안에 균열이 일어났다. 유학의 지적(知的) 토대에 공고히 뿌리내려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조선 왕조에게 이들은 역적(逆賊)이었다. 이 사학죄인(邪學罪人)들은 세계를 완전히 새로이 정의했고, 조선을 소중화(小中華)가 아닌 서방 국가들과 형제지간의 동격인 나라로 이해했으며, 조선이 새로운 문명권 안으로 진입하기를 원했다. 정체되고 폐쇄된 조선 땅 위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서양 사상이 물꼬를 틀어준 새로운 질서 안에서 빛의 속도로 미래를 보고 꿈꾸었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외부에서 들어온 사상을 통해 새 시대를 바라고 구현했던 6인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들 모두가 사학의 괴수로 몰려 문중의 손에 죽거나 대역죄인으로 참수된 인물들이다. 광암 이벽(曠菴 李檗, 1754~1785), 만천 이승훈(蔓川 李承薰, 1756~1801), 강완숙(姜完淑, 1761~1801), 비원 황사영(斐園 黃嗣永, 1775~1801), 이순이(李順伊, 1782~1802)·유중철(柳重哲, 1779~1801) 부부, 김재복(金再福, 1821~1846). 서양에서 온 이질적인 세계관을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있던 사상인 것 마냥 자연스럽게, 그리고 뛰어난 지행일치(知行一致)의 역량으로 담아낸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 전체가 모든 힘을 가해 공격해도 절대 깨지거나 변형되지 않는 인간 내면의 힘이 드러난 역사이다. 외부세계 전체의 힘보다도 더 강렬하게 자신의 내부로, 내면 안으로, 양심 안으로, 내적인 삶으로 견인하는 강한 힘에 이끌려, 그 진실 안에서 이들 모두가 강력하고 높은 새로운 삶이 자신 안으로 뚫고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이들에게 하늘(天)이란 인간 안에 거하는 실체이자, 인간 자신의 생명과 영혼이 일치하여 확장된 실체였다.
책에서는 일부 인물만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나 이 사람들이 그 하늘의 신발이 되어 만들어낸 조선은 한국 역사를 이해하고, 한국 역사의 변화와 진보를 이해하고, 한국인이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데 주목할 부분 중 하나이다.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에도 중요한 대목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유래는 계속 미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