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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70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9-10-26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화상 / 바른손에게 / 호마이카 밥상 / 복용 / 귀로 / 별자리 교실 / 문의마을에 올라 / 오후의 몸 / 내 언젠가는 기약 / 천덕수(天德水) / 통점(痛點) / 불두꽃 / 뻘로 사라져도 / 진골목 / 목련 지는 날
제2부
알아서 봄 / 복면골목 / 천수천안 고양이 / 더딘 여름 / 버스론 / 골목에 묻는다 / 보푸라기는 주파수를 타고 / 골목경(經) / 어떤 골목 / 구제 옷집을 지나면서 / 서점 연가 / 귀래리, 천고(天鼓) / 귀가 이후 / 불길 / 돈
제3부
무심천 / 전작을 기다리며 / 겨울 문의(文義) / 한 장의 나무 / 화농에 묻혀 / 춘설 / 낙화유수 / 단풍처럼 / 입동 / 꼬리명주나비 / 순례 / 화엄사 홍매화 / 공중에 갇히다 / 안심사 괘불 / 벽산(碧山) 스님 / 속리행 / 지팡이
제4부
망월 / 태엽을 돌려줘 / 귀가 / 말이 떠나는 시간 / 나비와 소식 / 우암산에서 / 일주문 / 어떤 개화 / 이발사의 하루 / 어둠에 기대어 / 은하수공원 / 잠적의 습성 / 누구는 / 몸에 대하여 / 방생(放生)을 타다
작품 해설:시인이여, 부디 곤경에 처하시기를 - 정재훈
저자소개
책속에서
공중에 갇히다
중고개 지나
신촌은 오지 않았다
젖은 소리를 내려놓으며
물렁한 나침반은 지척으로 기대앉아
삽시간에 밑창을 걷어내고 있었다
바람의 길을 끌어 올리는 내내
납작 엎드려 섬이 된 냉이꽃
미치도록 공기는 무거웠고
자본의 걸망은 눈부시게 펄럭였다
숨소리 거칠게 표류하는
나무와 구름에게도
운명의 길을 터
지그시 신발을 매어주고
어느새 철거반은 공중으로 피를 끼얹었다
기별 없이 봄나들이를 떠난 낙가산
아지랑이가 마르도록
길은 가만한 소리를 내며 다독이고 있고
바람의 둥지에 못질하는 소문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밀입국자가 되었고
무수한 일주문이 촘촘히 정박하는 사이
신촌 지나 중고개는
첩첩산중 나비보살을 품고 있었다
통점(通點)
지척 아니었던가
지척이었던 것 같은데
뭉친 혈관에서 온 흰 그늘은
지난 상처의 빗금을 담고
불면의 통점을 끌어올려야 할 너는
차단해서 젖은 발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통점을 경건하게 밀면 저 멀리 달아나
비만해지는 통점의 공터는 없고
보폭은 그대로다
통과 점의 숱한 너의 처소들은
탈 없이 통점을 부둥켜안고
절절하게 유배 가는
너를 모시고 관통의 점을
얼마나 매달아야 하는 것인가
육신의 시위가 볕드는
통(痛)을 만나야 통(通)이 되나니
통점은 허송으로 종일 무고하다
자화상
연민을 고르는 것이냐
아니면 으스름 달빛으로
헐렁하게 마음 하나 두는 것이냐
낯선 사내의 허리는 굽어 있고
계절은 배달되고 시간은 촘촘하다
성대한 활자의 탄력들
지평선의 변명이 곤궁하니
발이 저리도록 온기를 쪼아
쓰디쓴 기침을 태우는 것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