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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3081970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2-11-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검은 안개
2. 비범한 아이
3. 졸병이 되어
4. 공민왕과의 만남
5. 전쟁의 시대
6. 홍주의 달아기씨
7. 홍건적의 난
8. 계속되는 내란
9. 혼군과 요승
10. 목호의 난
11. 사라진 태평성대의 꿈
12. 홍산대첩
13. 최무선과 진포대첩
14. 백전백승의 대가
15. 황산대첩
16. 벽란도
17. 직언직설
18. 칼날이 꺾이다
19. 새로운 시대
20. 무인의 길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년 최영은 말을 타고 달리다, 활터를 찾아 철마산과 용봉산을 오르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온몸에서 불끈불끈 솟아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그 험한 바위산의 부글부글 끓는 잠재된 기운이 온통 최영에게 옮겨가는 듯했다. 어쩌면 용봉산이란 자연의 섭리가 소년을 무인으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소년 최영은 장군봉을 좋아했다. 턱까지 차오른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장군봉 바위에 털썩 걸터앉아, 미래의 늠름한 장군이 될 자신을 그려보곤 했다.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오래된 굽은 소나무들이, 마치 호위무사처럼 등 뒤로 소년무사를 맞이하며 서 있었다. 최영은 마치 용봉산의 모든 바위들이 장차 자신이 호령할 병사들인 듯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용봉산은 최영의 가슴속에 강인한 무사의 힘을 심어주고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바위를 바라보던 소년은 변화무쌍한 그 장군봉을 닮아가는 듯 변해갔다.
서릿발 같은 최영의 호령과 동시에 화살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마치 우박이 쏟아지듯. 역시 최영은 신궁이었다. 백발백중, 신궁답게 빛처럼 빨랐다. 최영의 화살은 바람이요, 적들은 바람 앞의 촛불에 불과했다.
화살 꽂히는 소리, 칼 부딪치는 금속성의 부르짖음. 죽어가는 병사의 마지막 절규만 해무처럼 짙푸른 바다를 온통 감쌌다. 이곳엔 오직 죽느냐, 죽이느냐 절체절명의 순간만 존재했다. 이 절명의 순간 이게 무슨 조화일까. 갑자기 북쪽에서 때아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세찬 바람이었다. 신명(身命)을 바친 탓일까. 기막힌 천우신조였다.
“배를 돌려라.”
어느 것이 적선인지 서로 분간할 수 없는 아수라장의 시간들. 앞으로 뒤로도 진퇴양난의 입장이 되자, 왜구들이 진률(震慄)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아, 적들이 도망간다.”
누군가 소리쳤다.
서서히 퇴각하는 왜구들을 향해 최영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마지막 전진 명령을 내렸다.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촘촘히 막아라!”
“빨리 후퇴하라!”
살다 보면 오르막길도 오르고 굽은 길도 가야 한다. 최영은 한사코 그 길을 외면한 채 평생 무인의 길을 따라 직진만 고수하고 살았다. 모난 돌이 정에 맞는다고, 때로는 나아가고 때로는 수그리고, 중심을 잘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했다. ‘나는 순로(順路)를 두고 무엇 때문에 역로(逆路)만 찾아다니며 고생을 사서 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나라의 녹을 먹는 재상 자리에 오르면 권력, 재물, 안목을 키우고 세상살이를 영악하게 익혀나갔다. 그 길만이 부귀영화를 보장해준다는 듯. 그러나 최영은 오로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선친의 유훈만 가슴 깊이 품고 살았다. 설사 그 삶이 빈한해도 유훈을 동아줄처럼 붙들고 평생 분수 넘는 욕심은 품어보지 않았다.
단 한 번 큰 욕심을 부렸다. 요동 정벌은 오랜 욕망이자 숙원이었다. 끝내 버릴 수도 씹어 뱉을 수도 없는 욕심이었다. 마지막 피 한 방울도 왕조를 위해 쓰겠다던 백전백승의 장수 최영. 그가 풀어내야 할 태산 같은 짐이자 책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