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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324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9-22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미늘
푸른 장미의 비밀
침대
클럽 헬로
로또맨
카라빈카
빙떡 이야기
작품 해설 : ‘토착적 모더니티’, 완미(完美), 그리고 재현의 감응력 _ 고명철
저자소개
책속에서

매일 밤 꿈을 꾸곤 했다. 나보다 키가 큰 그 돗돔이 노려보며 덤벼드는 악몽에 시달렸다. 거대한 바위가 내 몸뚱이를 짓누르는 악몽도 꾸었다. 그럴 때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현실이 아닌 꿈속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온몸은 바닷물 속에 빠졌다가 금방 나온 것처럼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때때로 신지끼 여신의 꿈도 꾸었다. 그녀는 여의봉으로 나를 내려치며 화를 냈다. 나는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건, 어떻게 대하건 개의치 않았다. 하반신이 비늘로 덮인 육감적인 여자, 불룩한 앞가슴, 기다란 은발, 커다란 눈, 새하얀 피부, 한 번만이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을 따름이었다. 그녀가 돗돔 등에 올라타고 심해에서 올라오는 꿈을 꾸는 날은 행복했고, 운수도 좋은 날이었다. (「미늘」)
종적을 감추었던 날에 입었던 당신의 짙은 블루진이 땅바닥에 널려 있었다. 마치 매미가 허물을 벗어놓은 듯했다. 저만큼, 당신이 입었던 점퍼도 마찬가지였다. 달개비 덤불들을 헤쳐보았다. 당신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충전을 시키며 살펴보자, 당신에게 걸려왔던 전화는 있지만, 당신의 통화 내역은 엿새 전이 마지막이었다. 내게 걸었던 전화였다. 당신은 그날 전화를 받지도 않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좀 더 세심하게 주위를 살폈다. 키가 작은 백장미와 달개비를 접붙여놓았다. 백장미 꽃봉오리가 달개비 꽃처럼 작아져 있었다. 달개비 꽃송이들은 제법 커져 있었다. 그중에서 엄지손톱 두 배 크기의 푸른 달개비 겹꽃이 눈에 들어왔다. 장미인지 달개비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 꽃을 한참 들여다봤다. ‘불의 여우’가 여우볕처럼 잠깐 보여주고 사라졌던 푸른색 꼬리 색깔이었다. 잎은 분명 장미꽃 이파리였다. 나는 푸른색 꽃숭어리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환상을 겪었다. (「푸른 장미의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