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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2217879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5-05-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화. 잘못된 만남
2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3화. 어째서 꼬맹이가 여자로 보이는 거야…….
4화. 키스해주면
5화. 첫 키스
6화. 아픈 마음
7화. 서로를 원하는데
8화. 하나가 된 마음
9화. 하나가 된 몸
10화. 시련이 와도 변하지 않는 사랑
11화. 가족이 된다는 것은…….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덧 방송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냥 끝나기 서운하니 마지막으로 신랑의 키스를 받을 신부를 선택해볼까요?”
그가 우스갯소리를 하자 방청객이 웃었다. 이러니 지갑을 쥐고 있는 아줌마들의 호응도가 쑥쑥 올라갈 수밖에. 이제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별거를 다 하는구나, 싶어 소영도 웃고 말았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누가 될지 난감하겠다.’
밀착시선.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녀가 네 명의 신부를 보고 웃을 때였다. 지한이 소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부한테는 신랑이 있을 테니 저는 아쉬운 대로 들러리라도.”
방청객이 다시 웃었다.
‘뭐? 나?’
지한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자 소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전 어떤 모델하고 연습하기에 지켜보기만 했을 뿐, 자신이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본인이 선택되자 방송 중이라 안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그래, 하자!’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의 입가가 올라갔다. 소영의 허리를 안은 지한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영에게로 숙인 고개를 내렸다. 그러자 네 명의 신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둘의 모습을 에워쌌다.
모델들의 연기에 소영도 한번 멋들어지게 해보자며 지한의 목에 팔을 둘렀다. 손에 들고 있는 프리지어 부케가 그의 뒷목으로 가서 향기를 풍길 때, 그의 입술은 정확하게 소영의 입술로 향했다.
그래, 연기니 실감나게 마음껏 눈도 감아주리라. 소영은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잉?’
이 느낌은 뭘까? 뭐냐고! 놀란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누르고 떨어지는 것을.
그 감촉은 물속에서 느꼈던 거와는 생경하니 달랐다.
“죄송합니다.”
모델 중 한 명이 돌아보았다는 것은 방송이 끝났다는 말이다.
“괜찮습니다. 건드릴 수도 있는 거죠.”
여전히 소영은 지한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매달려 있었다. 뭐가 죄송하고 뭘 건드렸다는 거야.
“미안, 하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저분이 나를 건드리는 바람에…… 닿았네.”
“닿았네?”
이게 말이 되냐고!
“방송사고라고 생각해.”
“방송…… 사고?”
그랬다. 지한이 눈을 감는 소영을 보고 최대한 그녀의 입술 가까이 다가갔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났다는 경수의 손짓에 모델들은 움직였고, 그중의 한 명이 그의 엉덩이를 건드렸다. 그 바람에 지한의 몸도 움직이면서 소영의 입술에 영향을 준 것이다.
기가 막힌 방송사고!
“아- 놔! 피디님!”
얼굴이 시뻘게진 소영이 지한의 목에 두른 팔을 내리며 소리쳤다. 그는 빙긋이 웃기만 할 뿐 사무실 쪽을 걸어갔다.
“왜 그래? 소영아, 무슨 일 있어?”
얼굴이 뻘게져서 씩씩거리는 소영을 보고 가영이 다가왔다. 이리 묻는 게 아마도 둘러싸인 모델들로 보지를 못한 듯했다. 이유를 해명할 수도 없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언니 방송하다 보면 방송사고 자주 나?”
“자주는 아니어도 한 번씩 나면 환장할 정도지. 왜 그러는데?”
“아니……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
“소영아.”
아무리 봐도 소영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울상이 되어 탈의실로 향하는 소영은 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가영의 말처럼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놈의 방송사고! 억울해!”
소영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메아리치듯 들렸다. 화가 난 듯 지한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잔뜩 굳어 있는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닫았다. 책상 앞으로 가서 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숨까지 내쉬었다.
사실은 방송사고가…… 아니었다. 피할 수 있었는데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가 너무 예뻐서, 아니 사랑스럽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이것만이 아니다. 소영을 보고 있던 한준의 모습이 싫어서, 설레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한준을 바라보던 그녀가 얄미워서. 그래서 피하기 싫었다.
“어째서 꼬맹이가 여자로 보이는 거야…….”
지한의 검지가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 감촉이…… 소영의 입술 감촉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처음 인공호흡 할 때 닿았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그가 눈을 감았다. 입술이 닿는 순간, 짜릿했던 감촉은 입술로 시작해서 온몸으로 전해지기 전 심장을 먼저 관통하며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이 떠올랐는지 지한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조금 전 그녀를 안고 있었던 순간 역시 떠올랐다. 향기로운 꽃잎을 머금은 듯 소영에게서 풍겼던 프리지어 향이 그의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모델이 말을 걸지 않았다면 그의 혀끝은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안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미쳤다. 진짜 미쳤다. 미치지 않고선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서지한, 너 미쳤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았다면 이미 사랑은 시작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