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 끝 마음

“사고가 났을 때 난 차 안에 있었지.”
제이크가 말을 이었다.
“그 순간은 야만스러울 만치 빨랐지. 하지만 난 모든 걸 슬로 모션으로 기억해. 지금도 흉터가 있어.”
그가 이마를 덮은 머리칼을 걷었다.
“여기 헤어라인 바로 밑. 많이 흐려졌어.”

캐롤이 다가와 검지로 부드럽게 공들여 흉터를 만지자, 둘은 서로를 응시하며 야릇한 친밀감에 젖었다.
“당신이 사고에서 살아남아 다행이에요.”
이마를 덮은 그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그녀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기 전, 제이크는 뒤로 물러났다.
“사고 후, 신화에서 해를 훔친 신에게 기도했지. 차가 화염에 휩싸이기 전 유일하게 살아 나온 건 가족 중 나 하나야.”

“신이 당신을 살려 주었다고 생각했나요?”

“아니. 하지만 나 또한 불을 훔치고 싶었지. 그의 힘을 가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