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의 순간

1~17
Epilogue

“나는 내 질문에 대답을 바라.”

“저는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사장님.”

그녀가 고집스럽고, 완고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게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

그녀가 다시 침묵을 지키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욕설을 삼키고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몸을 돌렸다. 몇 초 후 다시 몸을 돌려 찬찬히 그녀를 뜯어보았다.

“이런 일에 끌어들여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지금 나는 당신 도움이 필요해.”

사무실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그녀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 놀란 얼굴. 그리고 곧바로 드러나는 의심. 똑똑한 여자다.

“제 도움이요?”

그녀가 천천히 그의 말을 따라 했다.

“필요하시다는 도움이 어떤 거죠?”

“당신이 나와 결혼해 주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