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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NT(엔티) 노벨
· ISBN : 979113349052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10-25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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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저기요…….”
“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요.”
“응? ……아닐걸.”
“아, 미안해요.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네요.”
“괜찮아.”
영어 회화 예문 같은 대화가 끝나버리자 다시 침묵이 주위에 꽉 찼다.
후회는 바로 찾아왔다. 생각도 없이 말을 걸었다. 이래서야 마치 촌스러운 수법으로 접근하려고 한 것 같잖아. 역시 남이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아니었다. 나는 수치심을 느끼며 노트에 아무 의미 없는 기하학적인 모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정적 속에서 크게 귀를 찔렀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입맛을 다시는 소리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먼 하늘에서는 어렴풋이 천둥소리가 울린다. 바람에 떠밀린 단풍나무 가지에서 일제히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문득 옆에서 정체 모를 압력이 느껴졌다.
여자가 빈 캔을 벤치에 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몸을 내밀고 이쪽을 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왜 몸을 내미는 거지.
비가 그친 하늘에서 작은 천둥소리가 울린다.
여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본 적이 있을지도.”
“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여자의 얼굴은 역광으로 실루엣만 남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렛소리 희미하고.”
벤치에 기대두었던 우산을 들고 여자가 일어선다.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면…….”
붉은 우산이 펼쳐진다.
“그대 붙잡으련만…….”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걸어갔다. 보폭이 크고 빠른, 시원시원한 걸음걸이였다. 우산을 쓴 뒷모습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