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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내 생의 청춘

70, 내 생의 청춘

서정순 (지은이)
이지출판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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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내 생의 청춘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70, 내 생의 청춘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5551882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2-10-29

책 소개

서정순 작가가 환갑에 펴낸 첫 수필집 <60, 내 생의 쉼표>에 이어, 9년간 두 손녀를 돌보며 그림을 배우고 글을 써서 칠순에 펴낸 두 번째 수필집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_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4

1부 그녀의 이야기

시_사월의 숙제 14
70, 내 생의 청춘 15
유혹 19
그녀의 이야기 23
나의 봄 28
우리 가족의 외식 32
숫자와 온도계 36
산실 39
롤러코스터 43
예뻐지고 있다 49
행복한 마음 53
작품_ 캘리그라피 58

2부 엄지발톱 밑에 박힌 가시

시_ 일렁이는 강물 66
색깔 67
곰삭은 친구 70
그녀의 콜 75
다림질이 필요한 살색 옷 83
인생의 허들 경기 87
불편한 진실 91
엄지발톱 밑에 박힌 가시 97
나이스데이 103
쌈하기 좋을 나이 107
달달한 약 111
작품_ 색연필화 115

3부 꽃비 내리는 소리

시_ 늘 그랬듯이 132
엄마의 엄마 133
말하는 꽃 136
미션mission 140
첫사랑 연우에게 143
내리사랑 지우야 148
이모님 152
꽃비 내리는 소리 161
또 다른 선생님 165
세신예찬 168
금고 173
작품_ 한지회화 176

4부 시간의 걸음

시_ 너는 182
아티스트의 가방 183
스톱워치 189
시너지 효과 200
인연 1 203
인연 2 205
인연 3 207
행복한 꿈 211
프로젝트 215
시간의 걸음 219
작품_ 민화 224

5부 칠순을 축하합니다

시_ 너를 250
청춘의 열정 유승완 251
자랑스런 내 동생에게 서석민 253
80세의 내가 70세인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서유순 256
청춘시대를 구가하는 소녀같이 서용순 259
자신의 세상을 향기롭게 가꿔 나가는 엄마 유진 262
할머니,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박연우 265
할머니, 지우가 많이 사랑해요 박지우 267

저자소개

서정순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0년 계간 《에세이스트》로 등단하여 첫 수필집 《60, 내 생의 쉼표》를 펴냈다. 그 쉼표 속에서 9년간 두 손녀를 돌보며 그림을 배우고 수필과 시를 썼다. 때론 힘겨운 언덕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천둥번개와 사나운 폭우가 지나가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그런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촘촘히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살아온 이야기를 칠순기념문집 《70, 내 생의 청춘》에 담았다. 이 책은 나의 내밀한 고백이자 열정을 다해 살아온 청춘 스케치북이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광진지부, 느티나무문우회, 일현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광진문학 신인상, 2013년 《60, 내생의 쉼표》가 세종도서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 2022년 《70, 내 생의 청춘》을 펴내고 다수의 동인지에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년 민화 그룹전시회에도 참여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70, 내 생의 청춘

고희古稀는 ‘고래古來로 드문 나이’란 뜻이다. 칠순七旬은 십 년씩 일곱 번이 지났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쫓아도 도道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도 70세를 일컫는 말이다.
반백의 머리카락과 넉넉한 몸짓을 보면 영락없는 칠순이지만 마음만은 아직 이팔청춘이라고 부르짖는 나는 환갑에 《60, 내 생의 쉼표》라는 첫 수필집을 냈다. 그 후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일 년간 정말 띵까띵까 살았다.
그러고 나서 손녀 둘을 돌보게 되었지만, 틈틈이 문화센터를 드나들며 하고 싶은 것들을 배우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춰야 했다. 하지만 나에겐 다른 계획이 있었다. 첫 수필집을 8년간 준비했다면 두 번째 책은 9년째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칠순 생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믿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그 작업이 재미있어 글쓰기엔 여유를 부렸다.
3년 전 우리 세 자매는 제주에서 연말연시를 보내며 서귀포 ‘반화재’에 계시는 손광성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그때 선생님이 왜 글을 안 쓰느냐며 나의 글 <세신예찬>을 칭찬해 주셨다. 그런 글은 너밖에 쓸 수 없는데 왜 게으름을 피냐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채찍과 당근에 마음을 다잡고 나의 속내를 내비쳤다.
“사실은 칠십에 2집을 내려고 해요. 제목은 ‘70, 내 생의 가을’로 하려고 하는데 어떨까요?”
그러자 선생님은 벌써 가을을 운운하느냐며 ‘청춘’으로 하라고 정정해 주셨다.
그렇게 제목은 정해졌는데 글이 손에 안 잡혔다. 창밖은 봄이지만 나는 아직도 겨울처럼 웅크리고만 있어 조급증이 났다. 졸갑증이라고도 하는 이 병의 치료법은 그냥 내버려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데 자꾸만 마음이 급해졌다.
2년 전 갑자기 집이 답답하게 느껴져 이사를 해서 서재를 꾸미고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다. 부동산을 들락거리다가 여의치 않아 15년 살던 집을 수리하였다, 작은방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책상을 들였다. 하지만 책상 앞에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했다. 아침마다 딸네 집으로 출근하여 손녀들 등교를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처럼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과 어울려 놀다가 퇴근해서는 그림에 매달려 있으니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수업이 중단되고, 손녀들도 학교에 가는 날이 불규칙하니 몸도 마음도 어수선하기만 했다. 글을 써 보려 했으나 손놓고 있던 자판은 더듬더듬, 마우스도 말을 안 듣고 머릿속은 텅 빈 듯해 진도가 안 나갔다.
그러던 중 민화 수업을 듣게 되었고, 거기에 푹 빠져들었다. 주 1회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 4시간 이상 매달렸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자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작품을 예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수님의 개인화실에서 소수정예로 배우니 코로나도 우리를 막지 못했다. 일 년 이상 민화에 매달려 작품도 여러 개 만들었다. 모란이 핀 소반은 주문을 받을 정도이고, 작은 서재는 미니 갤러리가 되었다.
60대 마지막 생일을 보내며 생각이 많아졌다. 칠순에 스스로 약속했던 두 번째 수필집 준비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게으름을 피워 글이 부족하면 그동안 배운 한지공예작품과 색연필화, 캘리그라피, 수묵화 등으로 꾸미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낮은 목소리로 일갈하시던 손 선생님 말씀도 생각났다.
“10년도 못한 어쭙잖은 그림으로 수필마저 망치지 마.”
그래서 문우들에게, 또 그림을 함께 배우던 지인들에게 칠십에 두 번째 수필집을 낼 거라고 공약처럼 말하곤 했다. 나의 결심이 무너질까 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노트북을 새로 장만했다. 집에서는 물론이고 딸네 집에 출근하면서 노트북을 들고 가 끙끙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실 내 생을 계절에 비유하여 ‘가을’이라고 한 것은, 낙엽이 되기 전 단풍 색깔이 가장 아름답듯이 그런 안간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곧 눈 내리는 ‘겨울’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내 생의 ‘가을’. 그러나 한참 젊고 건강한 ‘청춘’으로 칠십을 맞이하고 싶다. ‘칠십은 청춘’이라고 빡빡 우긴다고 누가 나를 혼내지는 않겠지. 그래, 내 생의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유혹

막걸리 한 병을 샀다. 퇴근길 나를 유혹하는 낮은 도수의 알코올. 네 번의 환승에 두 시간이 걸리는 분당에서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오면 기진맥진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아니면 마는 싱글의 특권도 일할 때는 예외다. 원칙은 아니지만 힘들 때는 에너지 저장을 위해 끼니를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은 밥보다 알코올이 먼저 유혹한다.
따로 장을 보지 않았으니 묵은김치로 김치전을 할까 생각하다 그것도 귀찮아서 냉동실에 있는 고등어를 꺼내 부침가루를 묻혀 구웠다. 밥은 반 공기쯤, 막걸리 한 잔을 따라 놓고 식탁에 앉아 습관처럼 텔레비전에 눈이 갔다. 연속극에서도 혼자 반주를 곁들여 밥을 먹는다. 잔을 들어 그와 건배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냄새가 근사한 고등어구이에 아삭거리는 고구마순 김치, 적당한 도수의 막걸리, 이만하면 성찬이 아닌가.
예전에 시댁에 가면 어머님은 광에 있는 술항아리에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표주박으로 떠내셨다. 입에 짝짝 달라붙는 가양주를 애주가인 남편은 유독 좋아했다. 새로 거른 술을 아들에게 따라주는 어머님은 얼굴에 홍조를 띠며 행복해하셨다.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님의 사랑 표현이었다.
중독성이 있는 그 가양주가 시댁에서는 반주였다. 덕분에 나도 그 맛에 길이 들어 요즘 막걸리는 싱겁고 뭔가 부족한 듯하다. 그러나 건배를 하던 남편도 어머님도 세상을 뜨셨으니 이제 다시 가양주의 맛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또 다른 유혹에도 약하다. 우리는 단순 오락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말하는 화투놀이가 그렇다. 결혼 후 남편에게 배운 고스톱은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 놀이였다. 애주가 남편과 술상을 옆에 두고 둘이 맞고를 치면, 점당 100원으로 시작하여 200원, 500원, 점점 올라가 1,000원, 10,000원으로 상승하는 승부욕은 부부라고 예외는 없었다. 물론 아침이면 원위치가 되는 마음만 상하는 헛고생 놀이였다.
“아무도 유혹하지 않는 나이,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는 나이”라는 사십은 느닷없이 찾아왔고, 숨도 못 쉴 것만 같은 슬픔의 시간이 길었다. 또 오십을 “길섶에 피어 있는 들꽃 하나에도 뼛속까지 투명해지는 나이”라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을 흉내도 못 내었는데 육십이라니. “하늘의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라는 이순耳順에 해야 할 숙제를 다하고 검사를 기다리면서도 주는 것보다 받고 싶은 욕망이 더 커서 외로움이 줄을 타고 오르내린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비가 오면 끊어집니다
해님이 방긋 솟아오르면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어여쁜 손녀가 부르는 노래처럼, 외로움이 줄을 타고 내려올 해님은 언제 솟아오르려나.
유혹은 “꾀어서 좋지 아니한 길로 꾐, 나쁜 길로 꾀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유혹이라는 말은 꼭 나쁜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갈 데는 없어도 마음이 바빠지는 날,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며 여유를 가지면 되는데, 울리지 않는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를 검색하며 끙끙거린다.
유혹하지 않고 유혹당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갈 때 깜짝 놀랄 만큼 벨이 크게 울리고 ‘놀자’, ‘한잔하자’는 유혹에 내 대답은 준비된 ‘예스’다. 사전의 유혹과는 다르다고 하하거려 웃지만, 또 슬프기도 한 하루는 그렇게 지나간다.
나는 돌아선 애인을 다시 꾀기 위해 병상에서도 죽을힘을 다해 자화상을 그렸다는 ‘프리다 칼리’처럼 절실하게 그림을 그릴 재주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달려와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유혹은 부록이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

다른 날보다 길고 길었던 밤 이야기다.
그녀가 친구 집을 다녀온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편한 옷으로 바꿔 입은 친구의 바지를 그대로 입고 온 걸 알아채고 친구네 집으로 되돌아가 갈아입고 온 것보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친구의 충전기를 내 것처럼 뽑아 온 것이 더 기가 막혔다.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보다 무서움이 몰려와 속울음을 삼키는 그날 밤은 다른 날보다 길고 길었다.

그녀가 어디로 갔었는지 모르는 이야기다.
점심 약속이 있어 온 식당. 겉옷을 벗어 놓고 앉으려는 순간마주 앉은 그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지며 그녀의 가슴에 고정되어 있다. 살짝 기분이 상한 그녀의 시선에 그가 무안해하며 시선을 거둘 때, 그녀도 슬쩍 눈을 내리깔며 가슴을 보았다. 아뿔싸! 오늘따라 E컵처럼 보이고 옷은 타이트했다. 요즘 살이 쪄서 옷이 작아졌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그녀는 놀라기보다 당황했다. 외출복을 벗고 거들을 벗는데 또 브래지어가 있었다. 정장엔 거들을 입고 편한 옷을 입을 땐 브래지어를 하는데, 브래지어를 하고 또 거들을 입었으니 그의 눈이 왕방울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에서는 하지도 않는 것을 입고 또 입을 때 그녀는 도대체 어디 갔었단 말인가.

그녀가 인내하며 기다리는 이야기다.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머리가 아파오고 현실에서 4차원으로 오가는 순간이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지금 잠깐잠깐 아픈 것이 분명했다. 또 언제부터인지 무엇을 잡을 때 왼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녀만 아는 미세한 떨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다른 이의 눈에도 느껴질 만큼 떨렸다. 그래도 오른손이 왼손보다 덜 떨리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자위하는 그녀는 “왜 손을 떨어?”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밖에서 식사할 때는 누가 먼저 찌개를 떠 주길, 고기를 구워 주길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녀의 변명과 반항 이야기다.
어울리기 좋아하고 권하는 술 마다않는 그녀에게 친구가 불쑥 “술 좀 줄여. 너 손 떨고 있는 거 아냐? 그러다 정말 큰일 난다” 하고 한마디 던진다. 물론 걱정되어 하는 말이겠지만 마치 알코올 중독으로 치부하고 종주먹을 들이대는데, 뇌경색 후유증이라고 일일이 변명할 수도 없고, 억울한 마음을 다스려 쓴웃음을 짓는 것으로 그녀의 반항은 거기까지다.

그녀가 의학적 용어를 싫어하는 이야기다.
현관문 번호키와 씨름하던 그녀는 할 수 없이 열쇠수리공을 불렀다. 그는 고장이 아니라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거라며 초기화시켜 주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숫자 일곱 자리를 기억하지 못해 휴대폰에 메모하고, 현관문을 덜 닫고 열쇠수리공을 부르고, 아예 활짝 열어 놓고 외출하여 배달 온 세탁소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아주 가끔이지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을 그녀는 의학적 용어로 맞이하기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녀가 아주 조금은 슬퍼 보이는 이야기다.
확실히 그녀는 이상했다. 전철 환승역에서 늘 다니던 길인데도 멈춰 서서 이쪽인가 저쪽인가 더듬고 있다. 1호선 시청역에서 2호선 방향으로 걸어가 충정로와 성수, 신촌 방향 녹색 표지판을 빤히 올려보다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그녀, 화들짝 놀랐다. 11번 출구로 나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꼭 환승을 해야 하는 것처럼 작동도 안 되는 더듬이의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생각과 행동이 무의식적일 때 어디로 가고 어디만큼 와 있는지, 또 얼마를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 그녀는 웃고 있어도 슬퍼 보였다. ‘웃픈’이라는 유행어가 생기기 전 이야기다.

그녀가 집을 나서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다.
신은 한쪽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절대로 다른 쪽 문을 닫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처럼 누군가가 보내 주는 조심하라는 경고를, 지나간 뇌경색을 마치 예방주사처럼 생각하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좋아하는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친구 같던 텔레비전도 위로가 되지 않는 그녀는 마치 눈먼 구렁이 갈밭에 든 것처럼 뛰쳐나가고만 싶어 주소록을 뒤적이며 적당한 상대를 물색하고야 만다. 안부를 묻다가 만나자고 유혹하고, 유혹을
당한 것처럼 당당하기까지 한 그녀다. 특히 주말에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이유는 역마살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 분명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다. 외로우니까 글을 쓰고, 외로우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당하면 외롭다. 외로우니까 사람인가, 사람이라서 외로운가. 그렇다고 선택한 고독도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은가.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는 듯한 쓸쓸한 고독도, 외로움도 같은 뜻이거늘, 사람이라서 외롭다고 징징대는 그녀는 유행가 가사처럼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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