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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중남미여행 > 중남미여행 에세이
· ISBN : 9791155552100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3-11-25
책 소개
목차
여행에 앞서 4
페루 Peru
1. 리마에서의 힘든 여정 • 18
2. 사막 도시, 이카와 나스카 • 33
사막을 질주하는 이카의 버기카를 타다 • 33
전설의 지상화, 나스카 라인을 공중에서 보다 • 46
3. 다시 찾은 리마, 그리고 관광 • 57
4.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 • 66
쿠스코의 역사 지구를 방문하다 • 66
잉카인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 오르다 • 76
잉카인의 삶의 흔적을 쫓아 성스러운 계곡을 찾다 • 103
다시 찾은 쿠스코, 이 도시를 떠나면서 • 121
볼리비아 Bolivia
1. 세계 최고의 도시 라파스 • 130
텔레페리코를 타고 4,000m 하늘을 날다 • 130
라파스 근교를 탐험하다 • 138
무리요 광장에 비둘기가 날고 있다 • 145
우연히 찾은 카페가 인상 깊었다 • 150
2. 백색의 도시, 우유니 소금사막 • 154
콜차니 마을을 지나다 • 154
사막 한가운데 태극기 천막 아래서 점심을 먹다 • 157
백색의 소금사막 위에서 영화 스타가 되다 • 161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위를 거닐다 • 167
기다리기는 힘들지만 기억에 남는 선셋 풍경 • 170
3. 힘들던 알티플라노 고원 랜드-크루징 • 174
고원 속에 숨은 호텔을 찾아가다 • 174
지프차를 타고 4,000m 고원을 달리다 • 185
고원의 나라 볼리비아를 떠나다 • 194
칠레 chile
1. 깔라마! 고원에서 평지 도시로 • 198
2. 산티아고의 수도주, 비타쿠라 • 202
헌법 광장, 아르마스 광장, 중앙시장엔 관심이 없다 • 202
일행 모두 비타쿠라가 좋다 • 206
남미의 종로에서 가족 회식을 하다 • 209
3. 가족끼리 찾은 해안 도시, 비냐 델 마르 • 214
4. 국립공원의 진수, 토레스 델 파이네 • 228
아르헨티나 Argentina
1. 파타고니아의 거점도시, 엘 칼라파테 • 244
아르헨티나의 진정한 소고기를 맛보다 • 244
피츠로이 산을 등반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 248
유람선을 타고 3개의 빙하를 만나다 • 259
2. 잊을 수 없는 경험, 남쪽 끝 도시 우수아이아 • 272
3. 남미의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 • 297
아르헨티나의 자존심, 국립미술관을 찾다 • 297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예술의 도시다 • 307
와인을 마시며 탱고의 진수를 엿보다 • 326
4. 악마의 목구멍 폭포, 푸에르토 이구아수 • 333
호텔은 브라질에 있다 • 333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보러 가다 • 339
어퍼 서킷 폭포 전망도 좋다 • 348
몸은 흠뻑 젖었지만 스릴 있던 유람선 투어 • 349
브라질 Brasil
1. 아마존과 폭포의 조화, 포스 두 이구아수 • 354
아마존 속의 폭포, 헬기를 타고 본 이구아수 • 354
포스 두 이구아수는 또 다른 전망이다 • 357
2. 세계인이 찾는 관광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 • 367
리우에 도착해 이별 회식을 했다 • 367
코르코바두 언덕에 올라 예수상을 만나다 • 371
바위산, 빵산에서 코파카바나 해변을 보다 • 377
코파카바나 해변에서의 점심과 이별 • 380
3. 한국의 강남을 닮은 도시, 상 파울루 • 384
파리를 거쳐 서울로
1. 아, 파리다! • 398
2. 드디어 서울로 • 403
여행을 끝내고 나서 404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행에 앞서
5년 전 이맘때부터 해외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특별히 좋아해서도 아니고, 딱히 여행을 해야만 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2018년 6월 30일, 26년간 몸담았던 공직(公職)을 명예퇴직하면서 느꼈던 심적 충격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좀 더 잘나갈 거라는 주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그들의 동정 어린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한국을 떠나 있어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 처음 찾은 곳이 북유럽 4개국이다. 2018년 8월에 10일간 아내와 함께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을 다녀왔다. 하지만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대자연을 관람했다는 의미 이외엔 큰 감흥은 없었다. 북유럽을 다녀온 후 그해 10월에 다시 아내와 함께 크로아티아를 다녀왔다. 여의도에서 오신 부부와 대화가 잘되어 재미있게 일정을 보낸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플리트비체 호수, 진정한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성벽 도시 두브로브니크, 그리고 이를 둘러싼 아드리아해 연안의 아름다운 풍광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두 달 후 12월에 두 아들과 함께 4인 가족이 15일 일정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다녀왔다.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해외여행을 한 건 처음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유럽 여행 경험이 많은 큰애가 직접 일정을 짜서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는데, 큰애와 매사에 부딪히게 되었다. 두 아들과의 의견 차이를 크게 절감한 계기였다. 다행히 바르셀로나에서 5일 머무는 동안 차량과 가이드 등 지인의 도움을 받아 여행이 편해졌다. 특히 가이드가 고급스러운 맛집과 가우디 건축물을 중심으로 관광지를 친절히 안내해 주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여기서는 아들과의 의견 대립도 없었고 여행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성가족성당의 형언할 수 없는 조형미와 아름다운 외형 모습. 그리고 수도원이 위치한 몬세라트산의 단층지괴와 깎아질 듯한 바위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019년 5월에는 가까이 지내는 지인 부부와 함께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3개국을 다녀왔다. 진주에서 단체로 온 여성 여섯 분과 지인 남편분이 개그를 연출해 여행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헝가리에 도착한 날 한국인 관광객 20명이 사망한 유람선 전복사건이 일어나, 우리가 다음 날 타기로 한 유람선이었기에 충격적이었다. 사건 당일 헝가리에 늦게 도착해 맥주 한잔 마시고 곤히 잠들었는데, 밤새 한국에서 가족들이 오히려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2020년 2월에는 다시 15일간 4인 가족이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스페인 여행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여행사 패키지상품을 선택했다. 비용은 좀 더 들더라도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노력과 시간 부담을 덜 수 있고, 여행하면서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소 날씨가 쌀쌀했으나 여행하는 데는 큰 부담이 없었다. 일행들이 대부분 모녀 중심으로 왔기 때문에 분위기가 조용했고, 단체행사 없이 가족끼리 여행을 했다. 우리 가족도 의견 대립 없이 무난한 여행이었다. 이탈리아 고대 문명의 흔적과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품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역시 맛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음식 맛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여행 막바지에 일행들이 떠나고 우리만 밀라노에 남아 3일간 더 체류하고 돌아왔는데,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 밀라노에 코로나가 창궐했다. 실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10월에 출발하는 스위스 부부 여행을 예약했다. 스위스를 한 바퀴 돌고 프랑스 몽셸미셸을 다녀오는 코스라서 아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그해 2월 말부터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해 스위스 여행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했으나 그해 8월 여행사로부터 여행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2020년 2월 이탈리아 여행 이후 2023년 2월 남미 여행 때까지 만 3년간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중단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2018년 6월 공직 퇴직 이후 처음에는 심리적 충격이 있었으나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유럽 대도시의 건축물과 거장들의 예술품, 그리고 대자연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인생의 활력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여행을 반복하면서 여행이 주는 재미와 의미라는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향으로의 삶의 전환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서울대학교 최인철 교수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강도는 산책 또는 운동을 할 때, 봉사활동을 할 때, 그리고 말하거나 먹을 때 일반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즉 사람들은 운동하면서 느끼는 쾌감 속에서, 봉사활동에서 오는 만족감 속에서, 그리고 함께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안정감과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여행에서는 많이 걷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이를 통해 보다 깊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서로 공감대가 크기 때문에 행복의 강도가 훨씬 커진다. 아무리 비싼 옷도 옷장 속에서 일 년만 지나면 감동이 사라지지만 여행의 경험은 평생을 가는 재산이 된다. 죽는 순간까지 여행의 추억은 소중한 재산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과 여행에 대한 가치관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2022년 중순 코로나 환경이 팬데믹 상황으로 전환되었고, 이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2년 6개월 가까이 해외여행이 중단되어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껴오다 튀르키예 등 유럽 몇 군데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남미 여행은 2024년 이후로 예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었다. 큰애가 한 로펌에서 취업 컨펌을 받아 로스쿨 공부에 여유가 생겼고, 작은애는 2023년 1월 군에서 제대하여 3월 복학 예정이라 그때까지 시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가족 모두 함께 한 달 동안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고, 다시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2022년 7월 말, 한 여행사를 통해 2023년 1월에 출발하는 한 달간의 남미 여행을 예약했다. 이 여행사는 동유럽 여행 때 이용한 곳으로,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시내 중심의 호텔, 맛있는 식당 선택, 인솔자의 헌신 등이 모두 인상 깊게 남아 있어 다시 찾은 것이다. 하지만 8월 말 여행사로부터 금년도 남미 여행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다. 남미에 있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비행 노선 일부가 코로나로 폐쇄된 이후 아직 재개되지 않아 여행 동선과 일정을 잡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지나친 불편을 줄 수도 있어 진행이 어렵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남미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큰애가 이번에 이용한 여행사를 찾아냈다. 이 여행사는 그동안 일반 패키지상품만 진행해 오다가 2023년 2월부터 프리미어급 패키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주로 남미 여행을 진행해 오면서 실적도 꽤 있었다. 이 여행사의 프리미어급 패키지상품이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 여행 기간은 2월 15일부터 3월 14일까지 28일간이다.
하지만 좀 늦게 신청한 탓에 단체팀 자리는 여유가 있었으나 비행기 좌석이 이코노미석만 남았다고 한다. 30시간 가까이 걸리는 남미에 이것을 타고 갈 수는 없었다. 네이버를 통해 항공권을 조회하니 일정보다 한국에서 하루 먼저 출발하고, 남미에서 하루 늦게 돌아오는 비즈니스석이 비싸지 않게 나와 있다. 이 항공권을 구매하니 일정은 2월 14일부터 3월 15일까지 정확히 30일간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일행보다 하루 먼저 출발하여 페루에서 1박하고 일행과 합류할 예정이며, 남미에서 한국에 하루 늦게 입국하기 때문에 일행과 헤어져 상 파울루에서 1박을 더하는 일정이었다. 예약을 마무리하고 남미 출발을 기다리던 중 한 가지 문제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여행 출발 2개월도 남지 않은 2022년 12월 20일 즈음 첫 번째 여행지인 페루에서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이에 따른 시위가 확대되면서 페루 공항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며칠 후 리마 공항은 재개되었으나 이번에는 페루 문화부에서 마추픽추 관광지를 폐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여행사에 문의하니 ‘걱정은 되지만 출발하기 전에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출국 하루 전까지 마추픽추의 재개장 여부는 불투명했다. 마추픽추 여행은 페루 입국 이후 6일째인 2월 20일에 예정되어 있어 그때까지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극적인 반전은 출국 하루 전인 2월 13일 이루어졌다. 금주부터 마추픽추가 재개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가족은 2월 14일 대한항공을 타고 남미 여행길에 올랐다. 먼저 서울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환승 절차가 복잡했다. 독일 입국과 출국 절차를 모두 거쳐야만 했다. 3시간을 기다려 이번에는 이베리아 항공을 타고 마드리드로 갔다. 이베리아 항공이 1시간 이상 연착하는 바람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라탐 항공에 탑승, 페루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이베리아 항공의 연착은 페루 리마 공항에서 수화물 분실을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다행히 라탐 항공 비즈니스석은 공간이 넓어서 편하고 음식도 맛있었다.
다음 날 15일 아침 일찍 페루 리마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리마 공항에 무사히 입국했고 금주부터 마추픽추도 재개장했으니 남미 여행이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리마 공항에서 엄청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