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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 더 라인 2

킵 더 라인 2

(완결)

칠밤 (지은이)
시크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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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 더 라인 2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킵 더 라인 2 (완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697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0-08-27

책 소개

특전사 캡틴이자 ‘기억 공유자’로 타인의 꿈에 들어가 그 기억을 엿볼 수 있는 능력자, 희온. 능력의 부작용으로 늘 수면 장애를 달고 사는 희온은 가명으로 정체를 감춘 채 섹스 파트너를 만나 왔다. 어느 날, 합동 훈련 중 자신의 섹스 파트너, 헤이븐을 상대 팀의 캡틴으로서 조우하게 되는데...

목차

5. 슬립다운
6. 러닝던
외전. Going home
외전. Contrail

책속에서

“맥, 그 친구 이름은 뭐예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름 대신 숫자로 불렸다. 공부를 알려 주는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희온을 38이라는 숫자로 불렀다. 맥을 제외하고. 맥은 희온과 단둘이 있을 때에는 이름을 불러 주었다. 이름을 잊지 말라고도 했다.
“글쎄, 직접 물어볼래?”
“네, 그럴게요. 빨리 만나고 싶다.”
희온의 심장이 기대감으로 빠르게 뛰었다. 얼른 만나고 싶어. 산책 가고 싶어요.
이곳에 온 뒤로 희온은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 종일 겁먹은 채 침실에만 있었던 소년은 해가 지나고 맥에게 낯가림이 풀리면서 지금은 완전히 그 나이 또래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책과 운동을 좋아하는 십 대 아이. 희온을 보던 맥이 문 쪽을 가리켰다.
“지금 갈까?”
맥의 제안에 희온이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
날씨 진짜 좋다. 희온은 지금 자신이 있는 이 연구소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은 일 년 동안 덥기도 했고 춥기도 했다. 지금 머릿속에는 새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밖에 나와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어린 희온에게 연구소의 건물은 굉장히 컸다. 가장 큰 본관 건물을 감싸고 있는 건물이 세 개가 있었으며, 강당이 따로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었다. 살면서 학교를 다녀 보지 못한 희온은 이곳을 학교라고 불렀다. 희온은 그곳에서 모든 걸 배우고 있었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바빴다. 수학도 배우고 언어도 배웠으며 운동도 하고 역사도 배웠다. 수업마다 전부 다른 선생님들이 희온을 가르쳤고, 소년은 습득력이 빨랐다. 친구는 만날 수 없었지만 희온에겐 선생님들이 있었다. 비록 다들 맥만큼 친절하고 친밀하게 대해 주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희온은 기뻐했다.
연구소에서 허락하지 않는 공간으로는 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희온은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보통 검사가 길어지면 며칠을 바깥 공기를 쐴 수 없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숲의 냄새가 난다. 머릿속을 개운한 물로 헹구는 느낌. 이 상쾌함이 좋아서 희온이 절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
그런 희온이 또래 아이를 발견한 건 노래 한 곡을 다 불렀을 때였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곳에는 예쁜 아이가 다소 먼 곳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발의 머리카락과 새하얀 얼굴. 동그란 눈과 긴 속눈썹. 희온의 얼굴이 붉어졌다. 우와, 진짜 예쁘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머리카락은 꼭 눈 부신 태양 같아서 괜히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안녕?”
희온이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그 아이는 대답 없이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너도 낯을 가리는구나. 사실 그래도 괜찮아, 예쁘니까. 희온이 웃으며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희온의 말과 인사를 무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이는 희온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 위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내렸다.
“있잖아.”
아이는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희온은 개의치 않고 괜히 다리를 흔들며 물었다.
“내 이름은 희온이야. 너는 이름이 뭐야?”
선생님들은 나를 38번이라고 불러. 희온이 조잘대며 자신의 목에 걸린 은목걸이를 꺼내 아이에게 보여 주었다. 작은 초승달 모양의 목걸이 가운데에는 38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건 이곳에서 이름표나 다름없는 표식이었으므로 역시나 아이의 목에도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희온의 초승달과는 달리 나뭇잎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대신 소년이 희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두 눈이 마주쳤고, 희온은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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